과학적 운명론
운명은 존재할까?
우리의 삶은 언뜻 보면 우리의 자유의지에 따라 휘둘러지고, 운명이라는 절대적인 힘에 지배받지 않을 것 같이 느껴진다.
만약에 예언의 서가 존재한다고 가정해보자. 그 책에는 예언이 적혀있는데, 이 예언을 본 사람이 의도적으로 그 예언을 어겼다.
그렇다면 그 예언대로 행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운명이란 존재할 수 없지 않을까?
그러므로 운명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삶은 우리의 자유의지로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운명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운명을 미신적이고 종잡을 수 없는 특별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위의 주장에는 논리적인 오류가 있다.
‘완벽한’ 예언과 그 예언에 어긋나는 행동은 양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언서를 본 사람이 적혀져 있는 예언과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면, 그 예언은 ‘완벽한’ 또는 ‘진정한’ 예언이라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예언이, 그 사람의 행동에 따른 변수를 포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 예언이 완벽하면, 그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 그 예언에 따를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예언은 그 사람이 하는 생각, 본래의 성격, 행동방식 등의 모든 변수들을 빠짐없이 포함하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예언은 모든 원인을 파악하고 계산해서 그 결과를 예측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과학기술이 극적으로 발전한 미래사회에는 어느 정도 가능하리라고 전망한다.
대표적으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운명을 예언하는 기술이 존재하는 미래 사회를 그린 SF 영화이다.
엄밀히 말하면 영화에서 나오는 예언은 모든 변수를 포함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완벽하거나 진정한 예언은 아니다. 방대한 양의 변수를 계산하면서 최대한 미래에 가까울 예상을 도출하는 기술일 뿐이다.
과연 인간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모든 변수를 계산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세상에는 인간이 알아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 거의 언제나 존재하며, 인간이 절대자에 가까워지지 않는 한 모든 것을 알아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만약에 우리가 컴퓨터 시물레이션으로 하나의 세계를 구현한다면, 그 세계의 변수를 계산하고 운명을 완벽하게 예측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변수를 모두 파악하는 일은 불가능에 수렴하겠지만, 컴퓨터 시뮬레이션 속의 세상을 이루는 데이터는 절대자인 인간이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하면 모든 변수를 계산해서 완벽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 세상 바깥의 존재가 우리 세계를 시뮬레이션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인간의 운명 또한 완벽하게 계산되고 결정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