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스케일을 벗어난 공간은 평소 쓰지 않던 색다른 감각을 진하게 자극한다.
일상보다 약간 작은 공간이 주는 안락함은 엄마 뱃속에서의 기억을 소환할 만큼 강력한 힘이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내 공간이랍시고 식탁을 이불로 감싸서 그 안을 가득 꾸며 놓는다던가, 이불장 속에 숨어들거나, 벙커 침대며 놀이 텐트에 랜턴까지 켜 두고 잔뜩 애정 하는 것도, 작은 몸에 맞는 '휴먼 스케일'¹(human scale)에 덧대어 '마인드 스케일'이 원하는 공간감이 있어서가 아닐까?
우리가 생활하는 대부분의 공간은 휴먼 스케일에 맞추어서 이용에 편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층고(層高), 문의 크기, 통로의 폭, 가구 배치를 위한 공간의 유니트 등등, 인체에 맞춘 기능과 효율적 구획은 설계의 기본이 된다. 그런데 설계 과정에서 층고가 낮거나 일반적인 용도로 이용하기에는 어려운 작은 공간이 간간히 탄생한다. 그중에서 흔히 알고 있고 대표적인 곳으로 '다락'이 있다.
전통 한옥에서는 온돌과 구들장을 사용하므로, 다른 실내 공간에 비해 주방 아궁이 쪽의 바닥 레벨이 낮아지게 된다. 그의 반작용으로 주방의 천장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되는데, 높은 층고 부분을 분할하여 만들어 낸 추가적인 공간이 바로 '다락'이다. 과거에는 난방이나 단열이 어려웠으니, 지금만큼 공간 활용이 유용하지는 못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건축의 시공방식이 점점 더 발전하면서 작은 공간의 가치도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현재 건축법에서는 지붕이 경사 형태일 경우 그 부분의 평균 높이를 계산해서 일정 높이 이하이면 바닥면적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기준도 있어서, 복층 빌라에서는 다락으로 보너스 공간을 창조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일종의 다락 부양책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이러한 법규 덕분에, '달려라 하니'의 옥탑방 로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루프탑' 감성까지 녹여내는 설계 아이디어가 되어주기도 한다.
이제 나의 신체적 성장은 진작에 멈추어서 건축의 휴먼 스케일과 적합해졌고, 동심 역시도 잃고 잊은 지 꽤나 오래되었다. 하지만 우연찮게 접했던 조그마한 공간은 여전히 편안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선사했다. 몇 해 전 일본의 주택 전문 건축사께서 직접 설계하신 댁에 사흘을 묵은 적이 있다. 그리고 그분께서는 나에게 무려 '다락'을 숙소로 내어 주셨다. 간결하게 생긴 사다리를 올라서 경사진 지붕이 나를 감싸던 기분은 이국의 설렘과 합체하여 핵심 기억으로 남았고, 아직까지도 종종 그리울 지경이다. 그리고 그분은 애당초 내가 그토록 감동받으리라 충분히 예측하고, 손님방을 지정해주신 감각적인 감성 건축가 셨다. 역시 건축 설계는 심리전에 한쪽 발을 걸쳤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속닥대며 늘 즐거웠던 다락방에서의 그 이야기를 아직도 기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비록 그 당시가 소상히 기억나지 않지만, 추억 속 미장센의 느낌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필시 보드랍고 귀여워 마지않을 내용이었으리라 짐작해본다. 그리고 만능 마당에 이어, '마인드 스케일'을 담은 다락 갖고픔 증상도 많은 분의 마음속에 간직되어 있으리라 진작에 눈치채었기에 이 글을 남겨본다.
각주 ¹:
[건설] 인간의 몸 크기를 기준으로 하여 정한 공간 또는 척도.
출처: 우리말샘
‘마인드 스케일’을 담은 다락 갖고픔 증상도 많은 분의 마음속에 간직되어 있으리라 진작에 눈치채었기에 이 글을 남겨본다.
서산시대 연재 중인 최하나 건축 칼럼 니스트의
'하나두 건축' 기사 교열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