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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익숙해도, 말하기는 낯설다

주입식 교육이 만든 표현의 빈틈

by 다소느림

말하기보다 시험에 익숙한 세대


한국의 교육은 늘 ‘정답 찾기’에 집중해 왔다.

주어진 문제를 정확히 풀어내는 데 익숙한 세대가 발표와 면접 앞에 서면,

정답이 없는 질문에 당황한다.


짧은 시간 안에 자기 이야기를 풀어내야 하는 순간,

머릿속에는 수많은 경험이 있지만

이를 구조적으로 꺼내는 훈련은 부족하다.
“이력서는 빛나는데 말은 흐릿하다”는

인사담당자의 평가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새로운 전형이 만든 새로운 장벽


코로나19 이후,

면접장은 모니터 속으로 옮겨갔다.

AI 면접, 영상 자기소개, 화상 면접이 당연해진 시대.


문제는 청년들이 이런 환경에 충분히 대비할 여유가 없다는 데 있다.

조명과 카메라, 인터넷 환경까지 스스로 갖춰야 한다.

장비를 준비하지 못하면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진다.
기술이 편리함을 가져온 것 같지만,

실제로는 ‘비용과 불안’이라는 새로운 장벽을 세운 셈이다.


불안과 자기효능감의 무너짐


면접장 불안은 단순한 긴장이 아니다.

여러 번의 탈락 경험은 자존감을 갉아먹는다.

준비 과정에서 흘린 시간과 노력은 많지만,

결과가 따라주지 않으면 자신이 무가치하다고 느낀다.


같은 또래의 성공 사례는 SNS를 통해 늘 눈앞에 펼쳐지고,

비교는 상처를 더 깊게 만든다.
“말을 잘 못하는 내가 문제인가?”라는 자책은

어느새 “나는 안 되는 사람인가?”라는 의심으로 바뀌곤 한다.


필요한 것은 ‘훈련’과 ‘지지’


해답은 단순하다.

더 많은 연습과 더 많은 지지.

발표는 타고나는 능력이 아니라 훈련으로 길러진다.

예상 질문에 답변을 정리하고,

말의 구조를 연습하고,

목소리와 시선을 조절하는 반복 훈련이 필요하다.


동시에, 실패를 부끄러움으로 남기는 문화가 아니라

성장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도 필요하다.

청년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따라와야 한다.


청년의 목소리를 키우기 위해


면접은 청년들에게 기회의 문이자 동시에 가장 높은 벽이다.

그러나 벽은 연습과 경험,

그리고 주변의 지원으로 낮아질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청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 있게 꺼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말하기 훈련이 일상이 되고,

실패 경험이 낙인이 아닌 디딤돌이 되는 사회.
그때서야 청년들의 목소리는

더 이상 면접장에서 작아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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