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시대

회색의 시선

by 다소느림

흑백논리의 함정


오늘날 한국 사회는 ‘양극화’라는 단어로 설명된다.

남녀, 세대, 지역, 이념까지

모든 의제가 곧바로 갈등의 언어로 환원된다.

정치권은 이런 갈등을 조정하기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왜냐하면 갈등은 선명한 적과 아군을 만들어내고,

선거의 유불리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 속에서 사실관계보다 구호가,

맥락보다 분노가 앞서게 된다는 것이다.

갈등은 사회 변화를 위한 건강한 충돌이 아니라,

서로를 소모시키는 전쟁의 형태로 고착화된다.


가장 오래된 갈등, 이념의 그림자


6·25 전쟁은 단순히 국토를 둘로 나눈 것이 아니라,

한 사회의 정체성을 두 동강 냈다.

이후 세대를 거듭하며 이념 갈등은

정치적 무기이자 일상적 언어가 되었다.

전쟁을 직접 겪지 않은 젊은 세대마저 사건을 바라볼 때

“좌냐, 우냐”의 잣대로 접근한다.


유튜브 알고리즘과 커뮤니티 구조는

이런 분열을 더욱 증폭시킨다.

각자 자신이 보고 싶은 정보만 접하며,

서로 다른 세계에 사는 것처럼 단절된다.

이제는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어,

서로의 현실 자체가 다르게 구성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중립은 기회주의가 아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중립’을 표방하는 태도는 자주 오해받는다.

누군가는 애매하다고 비난하고,

또 누군가는 기회주의라고 몰아붙인다.


그러나 중립이란 단순히 어느 쪽에도 서지 않는 무책임이 아니다.

중립은 양극단이 놓치고 있는 본질을 짚어내려는 노력이다.

극단은 언제나 논리를 단순화하고, 편견을 강화한다.

그 틈을 메우고 균형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것이 바로 중립적 시선이다.

회색은 무채색이 아니라,

흑과 백을 동시에 담아내는 색이다.


회색의 기록이 필요한 이유


갈등이 구조화된 사회에서는 목소리가 크고 자극적인 쪽만 주목받는다.

하지만 그 목소리들이 사회를 해결로 이끌지는 못한다.

오히려 피로와 냉소만 키운다.

그렇기에 오히려 담담하게 균형을 지키며 기록하는 일이 중요하다.

SNS에 글을 올리면 누군가는 삐딱하게 볼 것이다.


하지만 기록은 순간의 비난을 넘어,

시간이 지난 뒤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극단의 소음이 사라지고 난 뒤에도 남는 것은,

차분히 써 내려간 회색의 기록이다.


결론: 회색은 소극이 아니라 저항이다


양극화 시대에 회색을 지킨다는 것은 단순히 방관이 아니다.

오히려 양극단이 강요하는 선택지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적극적 저항이다.

누군가 흑백으로 나누며 진영 싸움을 부추길 때,

회색의 시선을 지켜내는 태도는 가장 어렵지만 가장 필요한 자세다.


갈등이 일상이 된 사회일수록,

우리는 회색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들어야 한다.

그것이 사회의 균형을 되찾고,

결국 공동체의 미래를 지켜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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