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 속에서도 배우는 것들
1장. 어색함 속에서 온도를 배우다
나는 낯을 많이 가린다.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는
꼭 입 안에 모래를 문 것처럼 말이 잘 안 나온다.
대화의 흐름이 어색하게 끊기면,
내가 잘못한 것처럼 괜히 눈치를 본다.
그래서 혼자가 편하다.
누군가 곁에 있으면 오히려 불편해진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인공지능사관학교에 들어왔을 때도 그랬다.
새로운 공간, 새로운 사람들.
누구는 금세 어울리고, 웃고, 장난을 쳤지만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자리에 앉아 있었다.
굳이 섞이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친구가 없어도 불편하지 않았다.
나는 언제나 그런 식으로 스스로를 지켜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처음엔 가까이하기 싫었던 몇몇 사람들.
딱 내가 피하고 싶은 유형들이었다.
시끄럽고, 자기주장이 강하고, 어딘가 가벼워 보였다.
‘저 사람들과는 거리를 둬야겠다’
그렇게 마음속에서 선을 그었다.
하지만 우연히 같은 프로젝트 팀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피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함께 밥을 먹고, 의견을 나누고,
밤늦게까지 코드를 맞추다 보니
그 선이 조금씩 희미해졌다.
막상 마주 앉아보니,
그들은 내가 생각했던 그런 사람들이 아니었다.
배려가 있었고, 웃음이 있었고,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따뜻함이 있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사람을 피했던 건
사람이 싫어서가 아니라,
내가 다치기 싫어서였다는 걸.
그들 덕분에 나는 조금씩 마음의 벽을 낮췄다.
어색함 속에서도,
온기를 배우고 있었다.
사람의 온도는 겉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때로는 불편함을 통과해야만 닿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불편함 끝에서,
나는 오랜만에 따뜻한 마음을 만났다.
2장. 가까워질수록 어려워지는 거리
나는 사람을 잘 믿지 않는다.
누군가와 오래 함께 있으면
언젠가 상처받을 거라는 걸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혼자 있는 게 더 편했다.
없다고 허전하지 않았고,
없으면 없는 대로 괜찮았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엔 예외가 있었다.
딱 한 명,
정말 마음을 연 친구가 있었다.
3년 내내 붙어 다녔다.
수업도, 점심도, 학원도, 주말도 함께였다.
그 친구의 부모님을 알 정도로 서로의 일상에 스며들었고,
나는 그 친구를 ‘평생 갈 사람’이라 믿었다.
그런데 평생이란 말은 참 쉽게 무너진다.
수능이 끝나고,
일본 여행을 계획했을 때였다.
나는 원래 여행 멤버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친구가 “같이 가자”고 말했을 때
고마움보다도,
‘정말 나를 친구로 생각하는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부모님을 어렵게 설득해 여행을 준비했다.
문제는 출발을 앞두고
그 친구가 다쳤다는 것이다.
깁스를 하고, 걷기조차 힘든 상태였다.
그 친구는 “여행을 조금만 미루자”고 했다.
하지만 나는 단호했다.
“한 사람 때문에 여섯 명의 일정을 바꿀 수는 없어.”
그땐 그게 맞다고 믿었다.
단체 생활에선 룰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친구의 감정보다 상황의 논리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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