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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공채의 귀환

그 이면의 퇴사율

by 다소느림

많이 뽑는다는 건, 많이 나간다는 뜻도 된다


2025년 하반기,

유난히 기업들의 채용 공고가 쏟아지고 있다.

삼성, LG, 한화, CJ… 과거 정기공채가 사라졌던 시절을 떠올리면,

지금의 풍경은 낯설 정도다.

분명 몇 년 전만 해도 “수시 채용이 대세”라며 공채 제도를 접었던 대기업들이었다.

그런데 왜 다시 대규모로 신입을 모집하고 있을까.


호황 산업의 그림자


AI, 반도체, 배터리, 조선.

지금 한국 경제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들이다.


삼성과 SK는 반도체, 특히 HBM 투자를 키우고 있고,

현대·한화는 조선소 수주잔고를 쌓아가고 있다.


이런 산업 호황은 인력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렸다.

기업 입장에서는 “한 번에 신입을 대거 뽑아 길게 키우자”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왜 하필 지금?


단순히 산업 호황 때문만은 아니다.


수시 채용의 한계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사람을 뽑는 수시채용만으로는 공백이 생겼다. 인력이 예측 불가능하게 들쑥날쑥했다.


청년 고용 압박
정부가 청년고용 확대를 강조하고 있고, 대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무시할 수 없다. “우리가 뽑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세대교체
늘어난 명예퇴직, 빠르게 변하는 기술 환경. 고연차를 줄이고, 신입으로 대체하는 구조조정 성격도 있다.



들어오는 만큼, 나가는 사람도 많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바로 ‘퇴사율’이다.


국내 신입사원 1년 이내 퇴사율은 약 28~30%.

3년 이내로 넓히면, 10명 중 3명 꼴로 회사를 떠난다.

특히 20대는 1년 내 퇴사율이 37%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삼성전자만 해도, 최근 연간 퇴사자 수가 6천 명을 넘겼다.

공식적으로 신입 퇴사율을 밝히진 않지만,

대기업이라고 해서 예외일 순 없다.

결국 많이 뽑는다는 건,

곧 많이 나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재 순환 구조의 강화


대기업이 바라는 건 ‘모두가 남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많이 뽑아서, 버티는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

입사 후 1~2년은 거대한 체에 걸러지는 과정처럼 작동한다.
맞지 않는 사람은 떠나고,

남은 사람은 조직에 뿌리내린다.
이 구조가 반복되면서,

기업은 안정적으로 핵심 인재 풀을 확보한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겉으로 보기엔 채용 시장의 온기가 돌아온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엔 빠른 인력 순환과 치열한 생존 경쟁이 깔려 있다.

“이번엔 꼭 뽑힌다”는 기쁨만큼이나,
“들어가서 버틸 수 있을까”라는 질문도 함께 해야 한다.

대규모 공채의 귀환은 청년들에게 기회이자,

동시에 새로운 압박이다.
기업은 여전히 사람을 갈아 넣는 구조 위에서 움직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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