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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스토리 없는 배우 의존증

관객을 잃어버린 이유

by 다소느림

배우에 기대는 영화들


요즘 한국영화는 ‘누가 나왔는가’에 지나치게 기대고 있다.

유명 배우를 캐스팅하면 기본은 한다는 공식에 묶여서,

정작 관객이 두 시간을 붙잡고 있을 스토리의 힘은 뒷전으로 밀린다.
문제는, 모든 관객이 배우 얼굴을 보려고 영화관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재밌는 이야기를 경험하러 간다.


미스터리인데 미스터리하지 않은


최근 본 얼굴이라는 영화는 미스터리 장르를 달고 나왔지만,

정작 초반에 이미 모든 게 특정돼버린다.
관객이 따라가며 추리하고 의심할 여지가 없다.

긴장감 없는 미스터리는 장르가 스스로를 배신한 꼴이다.

결국 남는 건 지루함뿐.


메시지 강요와 관객 피로


많은 한국영화들이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전면에 내세운다.

외모지상주의, 사회 문제, 가족 서사.

하지만 이 모든 게 재미를 담보하지 못한다면 관객은 외면한다.
예술을 빙자해 관객의 이해와 공감을 요구하는 건 자기만족에 가깝다.

관객은 후원자가 아니라 소비자다.


왜 범죄도시는 흥행하는가


단순하다.

돈값을 한다.
액션은 시원하고, 웃음은 확실하며,

관객은 극장을 나올 때 손해 보지 않았다는 안도감을 얻는다.

결국 프로라면 성과로 답해야 한다.

관객 만족이라는 성과 말이다.


예산이 문제가 아니다


저예산 독립영화 <똥파리>는 스토리의 힘만으로도 오랫동안 회자된다.

반면, 상업영화는 더 큰 돈과 인력을 쓰고도 재미를 못 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관객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돈을 받았다면, 일해야 한다.

이건 창작자에게도 피할 수 없는 책임이다.


필요한 건 아이디어와 스토리


할리우드 영화 <인타임>은 ‘시간이 화폐가 된 사회’라는 발상의 힘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배우보다 먼저 기억되는 건 세계관이다.
한국영화가 다시 살아나려면 이런 상상력 있는 아이디어,

그리고 그것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스토리가 필요하다.

배우 이름이 아니라 이야기 자체가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결론


한국영화의 위기는 제작비나 관객 수치 이전에 스토리의 빈곤에서 온다.
관객은 단순하다.

재밌으면 본다.
재미가 없다면,

아무리 유명 배우가 나와도,

아무리 ‘메시지’를 외쳐도,

지갑은 닫힌다.


이제 한국영화가 묻어야 할 질문은 단 하나다.
“우리는 관객에게 재미를 주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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