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
어제 기업탐방에서 만난 AWS 관계자를 오늘 행사에서도 다시 보았다.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이 광주 행사에 협력기관으로 참여했다는 건 분명 의미가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그 존재감은 ‘깊은 협력’이라기보다 단순한 이름값’에 가까워 보였다.
광주가 AWS를 끌어들여 국제적 무게감을 확보하려는 의도는 분명하지만,
실제로 어떤 실질적 성과가 있을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행사장은 열기로 가득했다.
강기정 시장이 직접 주관했고,
시민과 학생, 기업인까지 500명이나 모였다.
하지만 ‘비전 선포식’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퍼포먼스와 선언이 과잉된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자율주행 시뮬레이터 공개, 기업 MOU 체결, 시민 결의 퍼포먼스.
모두 화려했지만,
정작 내가 궁금했던 건 “내일 당장 이게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주는가?”였다.
과연 오늘의 열기가 행사장을 나선 시민들의 일상 속에서도 이어질까?
광주가 자랑하는 AI 데이터센터는 이미 완공됐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이제부터다.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유치해야 진짜 AI 도시로서 힘을 가질 수 있다.
데이터센터는 말 그대로 데이터 저장고일 뿐이다.
AI가 돌아가려면 연산 자원,
즉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
광주가 유치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데이터센터는 결국 ‘빈 창고’로 남을 수도 있다.
문제는 광주만 이걸 원하지 않는다는 거다.
포항은 포스텍이라는 확실한 연구 인프라가 있고,
대구는 행정지원과 IT특구를 내세운다.
전남 솔라시도는 재생에너지, 부산은 글로벌 네트워크, 울산은 산업 인프라.
광주의 강점은 준비도가 가장 앞서 있다는 점이다.
이미 데이터센터를 지었고,
반도체 기업 21곳과 협력도 맺었다.
하지만 경쟁 지역들은 각자 뚜렷한 차별화 요소를 들고나오고 있다.
광주는 ‘전체 그림’을 내세우지만,
때론 구체적인 한 방이 부족해 보인다.
어제 본 AWS의 현실과 오늘 들은 광주의 선언을 겹쳐보며,
나는 다시 질문을 던지게 된다.
글로벌 기업이 진짜 광주에 투자하고 있는가?
오늘의 비전이 내일의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
데이터센터가 텅 비지 않으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광주는 지금 AI 수도를 꿈꾼다.
하지만 꿈은 선언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오늘의 행사에서 본 열기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이제는 더 냉정하고 실질적인 성과가 필요하다.
보여주기식 이벤트를 넘어서는 진짜 실행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