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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웅 May 15. 2023

'해외 근무 기피'와 국제감각

'해외 근무 기피' 풍조 확산

코로나가 창궐하기 직전, 어느 조간신문에 “주재원 다녀오면 아파트 한 채?... 아토피만 생겼다” (중앙일보, 2020년 2월 18일 B2)라는 제하에 “엘리트 코스 해외 주재원 위상 반전”이라는 글이 실렸다.


내용을 보니, 한때 승진의 지름길로 여겨졌던 해외 주재원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기업의 중국 주재원은 나쁜 공기질로 아이가 “아토피”로 고생하였다는 이야기고, 어떤 이는 ‘브라질’ 주재원으로 선발 됐지만 치안이나 자녀교육 문제로 포기했고. '상하이'로 갈 어떤 주재원은 주재원에 대한 경제적 혜택이 옛말이라며  물가가 너무 올라 주재원 수당으로는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했고, 또, 어떤 주재원은 나갔다 오면 승진 보장은 옛말이고, 4~5년 자리를 비웠다가 경쟁에 뒤져 임원의 꿈을 접고 현지 채용직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봤다는 거다. 


누구는 “승진도 확실치 않고, 수입도 별로 득이 없는데 우리가 왜 고생하느냐?”는 말도 전했다. 그러면서, “국내에 있으면, 주 40시간 근무에 휴가 때 해외여행도 자주 가는데... 이제, 주재원의 매력이 크지 않은 것 같다”라고 전했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졌지만 배우자의 휴직으로 인한 경력 인정도 안 되고, 결혼 연령이 늦어지니, ‘그나마 큰 혜택’이라는 자녀의 대입 특별 전형도 제한적이란다. 이처럼, 최근 해외 근무에 나가는 주재원들은, 일부 근무지의 나쁜 환경조건이나 기업의 지원 축소, 그리고 당사자들의 가치관 변화라는 여러 요인들로 사기가 많이 저하되고 있다 한다. 


필자는 육군 장교로 복무하였다. 직업 군인은 다소 보수적, 획일적, 폐쇄적 집단의 이미지로, ‘해외근무’를 말하는 게 엉뚱할 수도 있겠다. 계기는 초급 장교 때 미국 유학이었다. 그런데, “Out of Sight, Out of Mind (안 보이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란 말이 있다. 대인관계가 중요한 직장에서 근무하는 이들에겐 참 아픈 표현이다. 필자가 오랜 해외 근무로 국내 자리를 비운 동안 자연스레 야전에서 열심히 쌓았던 인간관계는 거의 소멸되었다. 군인에게는 좌우상하 인간관계가 능력의 한 부분이다. '군인'이라는 직장의 가치에 군사외교의 영역이 부합하지 못했기에.. 더 높은 계급으로 승진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해, 공군은 육군과 다른 시각이었다.


특정 지역의 비즈니스맨이 아니라 공무원이다 보니, 여러 나라, 여러 지역의 안보 관련 사항을 복합적으로 경험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어딜 가든 언어는 물론, 현지인의 생활 패턴도 서로 달랐으니, 많이 배워야 했다. 하지만 이들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과정에서 애꿎은 아내와 아이들 온 가족이 함께 스트레스를 참 많이 받았다. 특히, 아이들 교육이 쉽지 않았다. 아빠가 해외근무로 나가는 바람에 영문도 모르고 따라나선 6살, 10살 배기 꼬마들에겐 말도 안 통하는 선생이나 또래 아이들과 어울린다는 건 큰 ‘스트레스’ 였을 것이다. 거센 도전만큼, 그 과정도 혹독했다. 그리고, 문제도 있었다. 그렇지만 나름, 극복한 보람도 있었을 것이다. 

아카데미상 4관왕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포스터

2020년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봉 준호’ 감독을 통역하다가 유명세를 탄 C 씨는, “… 마국인이 되기엔 너무 한국적이고, 그렇다고 한국인이라기엔 너무 미국적인, 그러면서도 한국계 미국인도 아닌 존재로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고 했다. 공감이 간다. 필자도 이전 글에서 이런 이들을 '경계인'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 초, 중, 고, 대학을 미국 학교에 다닌 아이는 한국 직장의 한국식 ‘눈치’를 익히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경험적인 통찰력, '국제감각'

돌이켜보면, 1988년 올림픽이전까지는 정부의 ‘달러 절약’ 정책으로 해외 출국 자체가 제한되었다. 당시에는, 필자처럼 미국 대학 석사 국비 유학생이 된 것은, 제한된 인원에게만 허용된 엄청난(?) 특혜였다. 갔다 오면 저절로 뭐라도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유학으로 시작된 외국 생활은 호기심과 설렘도 있었지만, 할수록 단조롭고 외로움도 많이 느꼈다. 필자만이 아니라 장기 해외 파견자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미국, 오스트리아 등 서구에서의 생활은 그래도 나은 편이나, 이집트, 인디아, 파키스탄 등지의 생활은 문화 차이와 인프라 제한으로 훨씬 단조로웠다. 이런 곳에서 굳이 좋은 점을 찾자면, 근무지마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을 알게 되었다는 거다. 더불어, 한 국가, 한 지역에 대한 매력과 애착은 그저, 며칠간 훌쩍 여행으로 다녀가는 사람들로서는 상상하기 조차 어려운 부분이다. 

       

어쨌든, 우리에게는 경제력 성장 덕분에, 해외생활이 비록, 더 이상 '꽃 길'이 아닌 '흙 길'이 되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해외근무를 묻는다면, 선험자로서 “특정 분야나, 지역 전문가가 되면 이런, 저런 어려움을 보상받을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부분에서 얻은 것이 더 크다고 생각되면, 못 가진 부분에 대해 미련이나 아쉬움은 가질 필요가 없다. 제한된 삶에 모든 것을 다 갖고 누릴 수는 없지 않을까? 


한국의 매력을 직접 소개하는 손흥민 선수

그리고, 우리의 경제력 성장은 우리 젊은이들에게 당연히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이다. 기존의 중국이나 러시아한인 교포를 합쳐, 어느덧 약 700만의 교포가 해외에 뿌리를 내렸다. 많은 교포의 해외진출은 국력상승과 함께 한민족의 힘이 성숙한 결과다. 그리고, 이런 힘이 한국의 위상을 넓은 세계화의 관점으로 재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정말 살기 좋은 나라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 좋은데, 뭐 하러 밖으로 나가?"라고 반문하기보다, 모험심 많은 젊은이라면, 남의 눈치나 어떤 겉치레를 보지 말고 각자가 좋아하는 일이나 국가에, ‘비전’을 갖고 도전하는 일을 찾아다니길 권하고 싶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한다지 않는가?


당신은 '글로벌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는지?

그럼에도, 누구든 잘 모르는 사람과 어울려 살며, 그들의 이질적인 관습, 행동, 타 문화에 대해 관용이나 포용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럼에도, 세상사의 '차이와 다름'에 대한 '이해와 포용'의 마음은 ‘다양성’의 이해 과정에서는 필수적이다. 여기에는, '국제 감각', 즉 ‘글로벌 마인드(Global Mind)’를 갖는 것이 기본이다. 이는,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모두에게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글로벌 마인드 (Global Mind)'는,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융통성을 바탕으로 세계인을 대하는 기본자세로서 문화적 차이에 대해 적절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국제 비즈니스의 중요한 기법’이라고 알려져 있다. 


예컨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각종 국채에 투자하려는 채권 전문가들은, 거래를 하고자 하는 국가의 경제 지표, 즉 정량적인 각종 숫자적인 지표들을 충분히 살핀 뒤에도, 해당 국가의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역사, 종교 등 국가 전반에 걸친 자료를 섭렵한 뒤에야 거래를 결정한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통계자료나 정부 정책, 정치, 경제의 법적, 제도적 안전성외에, 해당국 국민의 근면성, 의식 수준 등, 국가에 대한 '통찰력 (Insight)'을 가져야만 경제 전반이 보인다는 것인데... 


이 같은, '통찰력'을 가지려는 마음이 바로 ‘글로벌 마인드’의 본질이기도 하다. ‘국제감각’에 낯선 우리로서는 ‘글로벌 마인드’가 어렵고 힘들기에 우리 각자가 극복해야 할 과제가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비록 낡았더라도 자신에게 익숙하고 정겨운 것을 원하지만, 어떤 이들은 더 멀리 바라보며, 불편해도 새롭고 낯선 것들을 추구하기도 한다. 이제 우리도, 우리에게 익숙한 서구보다 아랍이든, 아프리카든 불편하고, 낯선 저 멀리로 눈을 돌리고 우리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그리고, 각 문화권에 대한 다양성을 알아가는 이들에게는, 그 과정에서 '글로벌 마인드' 즉, 국제감각은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 국제감각은 직접 경험의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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