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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웅 Dec 21. 2022

무형전력 군사외교관

어느 군사외교관 이야기 (오스트리아, 제1화)

군사외교관의 정의

백색 스파이 국방무관



군사외교관의 정의

연재 글의 제목이 '어느 군사외교관 이야기'이고, 지금까지 내내 군사외교관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왔는데... 지금 와서 다시 정의를 논하는 게 약간은 민망스럽다. 글 첫 회부터 군사외교관을 의미는 '나 한 사람 군인으로서 나라를 대표하고, 국가에 이익이 되는 활동을 한다'는 다소 광의의 의미였지만, 이제 부터는 군사외교관으로서 주어진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국가와 군을 대표하는 역할로 다소 협의의 개념으로 초점을 모아가려 한다. 사실, '군사외교관'을 다소 생소하게 여기는 많은 이들은 "군인은 모름지기 전투에 대비해야지, 무슨 외교를 한다니...?"라고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조금 더 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군사외교관이라 하면 먼저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무관을 떠올리고, 더 나아가 무관하면 무슨 스파이 활동이나, 007 시리즈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과거, 나폴레옹 전쟁 시부터 1, 2차 세계대전과 냉전시대를 거칠 때까지의 국제정치체제와 외교사에서 보듯이, 전쟁으로 형성된 국제 정치체제는 체제의 균형과 역학관계에서 안정과 급변을 거치며, 또다시 전쟁으로 새로운 체제로 재편되는 과정이 반복하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안정기에서는 외교가 국제정치의 중심이었고, 전쟁 등 급변기에는 국방력을 이용하여 구 체제를 종결지었다. 이처럼, 외교와 국방은 결코 분리할 수 없는 국제정치의 양 수레바퀴였다. 오늘날에도 대부분 국가의 국가원수는 여전히 이 양대 부분에 책임을 지기 때문에, 대통령 특명전권대사인 주재국 대사가 외교를, 무관은 국방분야를 보좌하는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국제 정치체제 형성 시, 군인도 정보전이나 첩보전 등 다양한 모습으로 국가에 헌신하여, 주요 국가는 경험적으로 ‘국가 안위의 확보와 국가 이익 향상에 기여하는 수단으로써 군사적 부문의 대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해하여, 외교와 국방을 겸한 군사외교 (Defense Diplomacy)가 정의되었다. 이에 따라, 군사외교는 국가전략의 하위 개념인 국방 전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비군사적 수단의 일부로써 대외적인 환경을 가꾸어가는 수단으로 발전되었다. 따라서, 군사외교는, 전쟁 억제를 위해 막대한 투자가 요구되는 군사력 건설 못지않게, 타국과의 외교적 우호관계로 국가안보에 기여하는 가장 효율적이고 저렴한 대안이 되었다. 즉, 무형화된 군사력으로, 적대보다는 협력을 통한 안보 추구라는 오늘날의 세계적 안보 패러다임 변화에 적절하게 적용되는 수단이 되었다.


이런 이유로, 우방국 무관의 주재를 승인하는 국가는 우방국 군인에게 자국의 국방정책과 군사력이 우방국에게 전혀 위협이 아니라는 걸 알리기 위해, 각종 군사훈련 참관 등 그 활동을 보장하여 보여주고, 자국도 상대 우방국에 무관을 파견하여 상호 간의 우의를 증진하려는 것이 지금의 흐름이다. 때문에, 이러한 무관은 외교관의 일원으로서 '비엔나 협약서'(Vienna Convention)에 따라 대사처럼 파견 이전에 '아그레망'이라는 '동의 절차'를 상대국에 구하고, 상대국은 특별히 기피인물이 아닌 한 주재 동의를 해 주는 것이 관례이다. 


비엔나 협약서 회의

'아그레망'을 받은 무관은 주재국에서 외교관 면책특권을 보장받고, 각종 군 관련 공적 행사에 국가를 대표하는 외교사절로서 군복을 착용하고, 주재국의 군사업무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며, 업무수행 간 필요한 정보는 공식적 절차를 통하여 당당히 요구할 수 있으며 (주재국은 자체적인 정보공개의 범위 내에서 인정되는 것만 제공), 주재국의 주요 군부 인사와 공개적으로 만나서 필요한 정보를 요구할 수 있으므로, 혹자는 은밀히 활동하는 정보부서 기관요원을 '흑색' 스파이라고 칭하는데 비해,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무관을 '백색' 스파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국제사회에서는 정보를 수집하려는 자와, 정보를 보호하려는 자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음, 양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무관만큼 공개적으로 활동을 보장받는 직책은 없다. 그만큼, 양국 간 무관 교환은 최대의 외교적 배려에 해당한다.


주재국이 무관을 배려해주는 방식은 각종 자국군 행사와 문화행사 등에 초청하여 우의를 다지는 손을 내미는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모든 훈련 참관과 수시 브리핑, 그리고 스키주간 행사, 무도회 초청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무관들에게 제공했다. 이집트는 군사 훈련 분야에 극도로 예민하였지만, 주로 학교 기관 소개나 정보교류회의, 문화 관광 프로그램 등으로 예우에 소홀하지 않았다. 그런데, 양국 간 진정한 우의 증진의 예로는, 무기수출을 들 수 있다. 무기체계는 그 속성상 한번 수출하면 수리부속품이나 정비지원까지 굉장히 긴 기간 동안 양국이 군사 교류를 할 수밖에 없어, 상대국이 적대국이 되면 매우 곤란해진다. 최근, 한국산 무기체계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지며, 폴란드 등 일부 동유럽 국가들에게 수 조원대 방위산업 물자(무기) 수출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과정에도 양국 국방부의 연결고리로 무관이 존재한다. 무명 외교관의 숨은 노력으로 국가 경제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다. 국방부는 또한 각종 분쟁지역의 평화유지를 위하여 유엔 평화유지군 임무 등으로 많은 군인을 해외 각지로 파견하고 있다. 이는 해당국가는 물론 국제기구에 대한 군사외교의 한 부분이다.

 

그래서일까?  과거와 달리, 최근 장교 임관자들이 제일 선호하는 병과가 보병 병과가 아닌 정보 병과라고 한다. 다소 의외지만 많은 젊은 후배들의 군사외교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때문에, 군사외교관으로서  군 생활의 미래를 준비하는 젊은 후배들이 시행착오를 피하고 좀 더 내실 있게 미래를 준비하도록 이야기 전개를 가급적 타국과 관련되게 하거나, 경험하거나 느낀 사항을 이야기 형식으로 전개하여, 개략적이나마 무엇이 어떤 건지를 자연스레 알았으면 좋겠다. 사실, 이런 군사외교 분야는  보안상의 이유(?)로 그 업무가 자세하게 공개된 일은 거의 없다. 때문에, 필자의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도  구체적인 정보나 사진 등 자료가 제한되거나, 논리 전개나 구성에서도 약간의 비약이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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