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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웅 Dec 21. 2022

얻으려는 자, 지키려는 자 그리고, 이용하려는 자

어느 군사 외교관 이야기 (오스트리아, 제2화)

첩보수집 대 방첩활동

스파이 사건

외국 기관 요원의 접근



각국마다 정보기관은 필수적인데, 이들은 첩보 수집과 방첩 업무가 주요 임무이다. 한국도, 중앙정보부, 안기부, 국정원으로 불리는 첩보 기관이 있고, 보안사, 기무사, 안보사, 방첩사로 정치인들 취향대로 이름을 바뀌 가며 대공 사찰 등 방첩업무를 담당하는 조직도 있다. 물론, 정보사나 통신 감청부대도 있고... 미국은 CIA를 비롯하여, NSA, DIA 등 수많은 기관이 각종 첩보수집에 목을 매고 있다. 첩보나 정보 수집은, 사진 등 영상정보, 감청 등 통신정보, 그리고 인간 정보를 통하여 이루어지는데, 어느 한 가지 첩보로 정보화하기보다 중첩하여 그 신뢰성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기계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 정보에 치중한다. 인간 정보는 우리 편을 훈련시켜 침투시키기도 하지만, 이 보다 더 효율적인 것은 상대를 우리 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중 첩자 이야기가 가장 드라마틱하게 들리는 이유이다. 


희대의 이중간첩 '조지 블레이크'

이중 첩자를 만드는 것은 주로, 돈이나 여자가 미끼인데 특이하게, 가정불화나 사회에 대한 반감 등 감정적인 심경 변화도 작용한다. 냉전시대, 영국의 정보원으로 소련의 이중간첩이 되어 400여 명의 서방 첩자를 희생케 했던 ‘조지 블레이크’라는 전대미문의 스파이가 있었다. 그런데, 그가 공산주의자가 된 이유는, “625 당시 주한 영국 대사관 근무하다 북한군에 체포되어 끌려갈 때미 공군기들이 조그마한 산간 마을조차 무차별적으로 폭격하는 비인간적인’ 모습에 분노하여 자본주의를 증오하고 자진하여 전향하였다는 것이다.  


참고로, 스파이 사건과 관련하여 몇몇 과거 사례를 살펴본다.


제1차 세계대전 직전, 오스트로-헝가리 제국의 정보국장 '알프레드 레들' 대령이 러시아에 대한 간첩행위로 체포되기 직전 자살하였다. 그의 변절 요인은 돈이었다. 정보전과 첩보전에서 역사상 최악의 배신자로 알려진 그는 오스트리아의 세르비아 침공 작전 등 극비문서는 물론, 러시아내 오스트리아 첩보조직까지 팔아넘겼다. 이로 인해, 러시아에 대해 틀린 정보나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1차 세계대전 개전한 오스트리아는 개전 이후, 무려 120여만 여명이 사망하여 전쟁 초기부터 수세에 직면하였다. 그의 배신으로 세르비아 전에서만 약 50여만 명이 살상되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명되었다. '레들' 대령은 러시아에서 3년을 주재하여 군사외교를 하였던 사람이다. 그런데, 군사외교관의 약점은 군사외교관의 눈으로 보면 더 쉽게 볼 수 있다. 레틀 대령을 포섭한 이는 필경, 러시아 군사외교관이었을 것이다. 서로 교류하는 채널이 있으니...


변절은 아니지만, 성격상 결함으로 자국은 물론, 우방국에까지 피해를 입힌 사례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시, 초전부터 연전연승을 기록한 독일군의 승승장구는 연합군 측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이 과정에서, 독일과 연합한 일본은 독일 측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던 독일 주재 국방무관 '오오시마' 대좌(대령)는 독일 군부 인사들과 친밀하여 독일군 작전 계획을 거의 공유하고 있었다. 문제는, 기고만장하던 오오시마 대좌가 공명심으로 이런 극비 문서를 전부 전문화하여 일본군 대본영으로 전송하였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오오시마 대좌의 일거수 일투족에 주목하던 연합군 측은 '오오시마'의 전통문을 가로채어 독일군의 의도를 파악하였다. 이런 사실을 알 길이 없던 독일군은 작전 수행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우방국을 멸망의 길로 이끌었던,  '오오시마' 대좌의 전문 발송 건은 미국의 군사외교관 출신의 눈에 그 약점이 포착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첩보전/방첩전에서 실패한 사례는 인구에 회자해도 성공한 사례는 알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한 사람의 노력으로 성공(?)을 거둔 사례도 있다. 1883년, 일본군 정보장교 '시코 가게아키' 대위는 옛 고구려 광개토대왕비의 묵본을 입수하여 참모본부로 보냈다. 그리고, 일본 사학자들은 얼토당토않은 '임나 일본부'설을 제기하여 조선의 역사를 왜곡하려 했다. 일개, 대위출신의 역사적 자료에 대한 정보력으로 하마터면 한 국가의 역사마저 왜곡될 뻔했다. 그럼에도, 이 사례는 일본 패망 이후에도 여전히 일본 역사서에 기술되고 있다. 그만큼, 군인 한 명의 노력이 자국 이익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괜스레 첩보를 수집한다고 무지하고 서투른 방식으로 하다가 상대방의 핵심가치를 건드리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90년대 후반 언론에서 떠들썩하게 거론되었던 전 (주)미국 해군무관 P대령과 '로버트 김' 씨 간의 관계는 단적으로 미 정보기관이 모든 무관의 행동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필자가 주재하였던 오스트리아나 이집트의 정보기관도 방첩면에서 각국 무관들을 은밀히 감시한다. 군사외교를 얼마나 세련되게 하느냐? 의 차이에 따라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 우리가 가끔 언론을 통해 "A 나라가 B나라 외교관들을 간첩 혐의로 추방하였고, 이에 대응해서 B 나라도 같은 수의 A 나라 외교관을 추방하였다"는 기사를 접하는데, 이런 추방자 명단에 대사나 무관이 포함된다면, 그건 양국 간의 긴장관계가 극에 도달하였다는 징조다. 아그레망을 받은 대사나 무관은 양국 간의 우호관계의 바로미터라고 볼 수 있다.


외국 기관 요원의 접근


먹을 게 있으면, 파리가 들끓는 걸까? 얼마 전, 미국 안전보장국 (NSA)의 대 우방국 도청행위가 발생하여, 해외 언론들이 “어떻게 우방국 원수나 외교단에게 그럴 수 있느냐?”라고 보도하였고, 외교부도 사실 확인을 바란다는 성명서를 낸 적이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외교는 소리 없는 전쟁인데 이 전쟁에서는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우리는 미국을 혈맹이라며 우방국으로 간주하며, 그들과의 친밀을 기대하나, 실제 미국 대사관에 근무하는 요원들은 모두가 자기 국가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으로, 우방인 우리에 대해서도 어떤 자료라도 얻으려고 한다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우방국이라는 낭만적 환상은 금물이다.  다만, 국가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줄 것은 주고받을 것은 받는 거래'가 이루어지는데, 여기에는 각 나라에 주재하는 대사가 가장 선두에 있다고 보면 된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 가지이다.


소개하려는 필자의 경험은, '우방국' 요원이라며 접근한 뒤 우리에 관한 기밀을 알려고 시도하였던 건이다. 필자에게 오스트리아 관련 사항을 제공하는 대신, 우리가 아는 북한 관련 내용과 우리 군 내부 관련 사항을 얻으려 했다. 그런데, 이건 엮으려고 하는 미끼에 불과하다. 뉴스에 다 나오는 북한 이야기가 무슨 첩보가치가 있겠는가? 더구나, 오스트리아에서... 자꾸 만나서 이야기하고 진행하다간 큰 코 다친다. 우리가 미국을 하도 '혈맹'이라고 외친 탓일까...? 살다보니 별 일이 다 있었다. 필자는 우리 측 기관요원에게 알려 그와 협조하여 적시 적절하게 처리하였다. 


미국 국가 안보부(NSA) 본부

지금 생각해도 그건 일종의 도전이었다. 우방국과의 우호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를 향해 도전해 올 경우, 가차 없이 대응해야 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들은 스스로를 모 국가 000 소속이라고 자신을 소개하였다. 이들의 접근 방식은, 처음에는 우리나라의 언론에 공개되는 수준의 자료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처럼 하다가, 자료 공유 횟수가 2번 정도 수준에 이르면, "뭐든 개인이 원하는 대로 해줄 수 있다"고 큰소리치며 노골적으로 우리에 관한 정보를 요구하는 패턴이었다. 필자의 소견은, 이들이 젊은 층이며, 노련미가 떨어지는 걸 보면 우방국 내 어떤 기관의 소속 인원으로써 우리를 대상으로 첩보수집 실무연수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매우 불쾌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군사외교관은 군복을 입고 주재국에서 공식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많은 인사들의 관심을 끌고, 또 접근해 오는 인원들이 많기 때문에 상황별로 항상 유연하게(겉 다르고 속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 절대로 누구든지 함부로 신뢰해서는 안된다. 영원한 우방은 없기 때문에, 만약, 아쉬운 사항이 있으면, 우리가 공연히 우방으로 믿고 있는 미국에 요청하는 것보다, 평소 관계도 좋고, 그런 것이 있을 법한 국가의 무관이나 대사관 요원들과 협조하면 둬 끝없이 더 잘 처리되는 부분도 많았다.


이집트에 주재하는 동안 또다시 우방국 요원의 접근을 받았다. 한국이 만만해서 그랬는지 모르나, 이번에도 같은 우방국 기관이었다. 이미 오스트리아에서 경험한 일이라 우리 기관과 협조하여 처리하였다. 하지만, 두 경우 공히 공통적으로 특이한 점은, 모두 젊은 친구들인데도 자국의 독립기념일 등 큰 행사의 리셉션에서 리시빙 라인에 서있는 현지 대사의 주위에 위치하여 방문하는 사람들을 대사에게 소개하며 자신의 위치를 과시하도록 대사가 이들 기관원에 대해 배려를 하였다는 것이다. 또, 현지 우방국의 대사관 근무자를 포섭용 실습 대상으로 정하였다는 것, 그리고, 직급이나 위치상 보상이나 보호를 해줄 형편이 안 되는 데도 온갖 종류의 감언이설로 접근하였다는 것이다. 노련한 우리 측 기관요원은 적시 적절하게 대응책을 알려주었다. 


아무튼, 얼마 전에 불거진 미국의 NSA 요원 도청사건에서 보듯이, 영국, 미국 등 우방국 요원은 전부 첩보원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다만, 함부로 접근하지 말고, 우호적으로 대하되, 지나친 접근을 경계하고 반드시 우리 측 정보기관에 통보하여 조언을 얻는 등 처신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측 기관요원이 남긴 말이 섬뜩하다. "우리 정부의 각급 요원 중 상당 수가 부지불식간에 미국 측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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