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웅 Jan 06. 2023

자기만족? 타인의식?

어느 군사 외교관 이야기 (오스트리아, 제18화)

단발령

웃는 얼굴, 긴장된 얼굴

외모 지상주의 



단발령

우리는 한 달에 두어 번 이발하고 매일 면도를 하지만, 우리 조상님에겐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持父母)’ …는 목숨을 건 신조였다. 130여 년 전 조선말, 고종은 개혁을 위한 ‘단말마’적 기세로 ‘단발령(斷髮令)’을 내렸다. 수백 년 간의 유교 문화에서 탈피하여 신식 문물로 가려는 첫걸음이었다. “머리털을 자르라”라는 왕명에 ‘최익현’을 비롯한 유생들은, 상투를 자르기 전에 자신들의 목부터 먼저 자르라”라고 집단 상소를 하였다. 부모로부터 받은 몸의 머리카락 하나라도 훼손(?)지 않겠다는 유교적 의지였다. 지금이야 별의미도 없는(?) 두발에 목숨까지 내어놓았던 딸깍발이 유생들의 결기를 보면서, 그 우직한 고집을 탓하기보다, “그들이 배우고 지켜왔던 신념에 대한 존중이 마땅하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필자의 잘못된 인식일까…? 

정신적 굴복을 강요하던 단발령 시행은 후일 의병운동으로 이어졌다.

유교 사상에 젖은 구한말 조선에서는 단발은 물론, 양복과 넥타이가 갓과 곰방대를 대체하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상투든, 갓이든… 외형적인 모습보다, 비록, 대수롭지 않더라도, 그것은 우리 조상님이 살아온 방식이고, 신념이었으니, 기존의 익숙한 것을 버리고 낯선 것을 수용하는데 대한 저항이었다. 여기에는 '남을 의식하는' 마음이 강하게 깔려있다. 그렇기에, 이런 일들이 외세에 의해 '관점을 바꾸고, 가치 기준을 바꾸라'라고 강요로 느껴지는 순간, 당하는 사람에게는 '목숨을 버리라'라고 강요당하는 일보다 더 힘든 일일 수 있다.


사실, 그토록 소중했던 상투는 '남을 의식하는' 따위를 용납하지 않는 제국주의 강압에 잘려나갔다. 해방 이후 한동안, 일본 군국주의의 잔재가 남아 있었고, 초, 중,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머리를 단정하게 깎지 않으면, 지도 교사로부터 처벌을 받았다. 빡빡 밀은 까까머리에 까만 교복을 입은 모습이 학생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유신 시절에도, '비틀스'나 '히피'의 영향을 받은 장발은 체제 저항으로 인식되어 가혹한 처벌을 받았다. 


'자기만족'이 따르지 않은 체제에 의한 강압은 저항을 초래한다. 중동에서도, 미국 등 기독교 자본주의 국가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무슬림에게 변화와 협력을 강요하였다. 하지만, 상대의 문화나 신념에 대한 진정한 이해나 존중 없이, 군사력 제압과 경제적 압박만으로는 체제변화의 적개심을 해소하기 어렵다. 과거, 정권 압박에도 꾸준히 확산되었던 장발은, 두발 자유화로까지 이어졌다. 마찬가지로, 집단의 신념이나 사회의 관점이야 어떻든, 그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개인의 취향은 존중되어야 한다. 필자의 아들도 그냥 하고 싶어서...”라며 털보 수염을 기른다. 가족들은 그 모습에 전혀 부담이 없지만, 밖에서는 그 모습에 익숙지 않은 듯 가끔 유별난 시선에 거북하게 느끼는 경우도 있다 한다. 그런 류의 자기만족에 굳이 타인을 의식할 필요가 있을까?     


웃는 얼굴, 긴장된 얼굴  

사단칠정(四端七情)이란 말도 있지만, 우리의 언행과 태도는 인간으로서 동정심을 갖거나, 부끄러워할 줄 알며, 겸손하게 살고,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데서 우러난다. 하지만, 환경별로 표현 방법은 다소 다르다. 우리와 서구인 사이에 어느 쪽이 좀 더 자연스러운지? 성숙한 지? 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다. 분명한 것은, 자기만족이 우선인지? 남을 의식하는 것이 맞는지? 는 경륜과 인격에 좌우되는 것 같다. 

 

무사는 웃지 않는다

개인 간 소통에서 말만큼 중요한 게 ‘표정’과 ‘제스처’인데, 우리의 표정은 서구인에게 다소 ‘무표정’하게 보이는 듯하다. '일제의 유산인가?' 우리는 어릴 적부터 친구 사이에도 ‘헤프게 실실 웃는 아이’나 '말이 많은 아이'는 만만하게 대했다. 반면에, '일본 무사'처럼 입을 한일자로 굳게 다물고 다소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과묵한 아이를, 의지가 강한 남자로 보고, “저놈 만만치 않은데...”라며 다소 조심스럽게 대하였다. 그래서였을까? 어느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지 않겠냐마는, 이런 이유로 일부 가정에서는, ‘자식은 강하게 키워야 한다’라며 아빠부터 항상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잔정을 표시하는 데 인색한 가정에서 성장하였던 아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모두가 웃는 사회가 모두가 긴장된 사회보다 낫지 않을까?” 뿌리는 대로 거두는 법이다.


서구인들은 일부러라도 웃는 표정을 잘 짓는다. 미국에서 살고 있을 때, 초등학교 1학년 작은 아이는, 미국 여자 담임선생을 무척 따랐다. 그리고, 학교에서 다녀오면 엄마에게 항상 그날의 학교생활을 재잘재잘 들려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은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혼자서 거울을 보며 자꾸만 억지로 웃는 모습을 보여, 엄마가 물어보니, 학교에서 미소 짓는 법을 배워서, '보기에 좋은 웃음'을 찾으려고 여러 가지 모습을 해본다”라고 하였다. 아이가 부모가 가르쳐주지 않은 것을 선생님으로부터 담으려는 모습도 좋았고, 표정 훈련이 비록, 작은 교육이지만, '평생 동안 아이의 인상을 결정할 수도 있는 내용'이라 아이의 그런 시도가 보기에 좋았다. 이처럼, 아이의 미소는 어릴 적 학교에서부터 출발하여서인지, 아이는 그때부터 미소를 참 잘 짓는다. 친구 간 대화 때도, 직장에서도 복도를 지나치며 눈이 마주치는 사람들이나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그의 미소를 보는 사람들은 마음이 부드러워질 것이고, 그를 더욱 기억나게 할 것이다. 미소를 잘 지으면, 나 자신도 좋고 남에게도 좋다.   


해를 품은 달, 김수현 파안대소(출처: 인터넷)

한국인은 부끄러울 때, “몸 둘 바를 모르겠다하고, 여성은 웃을 때 파안대소나 박장대소하기보다 입을 가리고 수줍게 웃고, 무슨 선물을 받으면 3번 정도 사양하거나, 영화관이나 프레젠테이션 등 스크린 화면을 지날 때는, 화면에 영향을 줄까 봐 몸을 숙이고 지나가거나, 노약자를 보면 자리를 양보하고, 웬만하면 말을 적게 하고, 손해를 감내하고, 굳이 시시비비를 가리려 하지 않는 마음들... 모두가 타인을 의식하는 모습들이다. 거기에 비해, 서구인은 입을 가리고 웃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남을 위해 몸을 숙이며 걷지 않는다. 그렇게 하라고 배운 적도 없고, ‘있는 모습 그대로’를 나타내니 그럴 필요도 없다. 자기만족이라기보다는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니, 서구인은 우리가 남에 대해 ‘배려'하는 것을 알지 못하고 단지, 우리가 ‘수줍어’한다고 여긴다. 그들은, 감정표시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확실히 내고, 특히 자신의 이익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따지고 든다. 


외모 지상주의


자세는 태도의 한 부분으로 바른 마음가짐과 더불어 바르고 ‘올곧은’ 자세는 자신을 돋보인다. 타인을 의식해야 하는 부분이다. '비엔나'에 근무할 때, 한 식당에서 일본 무관 내외가 식사하며 들려준 이야기가 있다. 

일본인은 음식을 먹을 때, ‘그릇을 들고 먹지, 접시 쪽으로 고개나 몸을 숙이지 않는다’라며. 무관 부인은, 어릴 때, 할머니가 음식을 먹을 때머리를 숙이지 말라”라고 양 어깻죽지 사이에 막대기를 끼워넣기도 했단다. 어릴 적부터 습관이 된 식사 자세는 대인관계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부모부터 먼저 아이에게 좋은 자세의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우리 가정에는 이런 예법을 강요하기보다, 자유롭게 제멋대로 내버려 두는 가정이 더 많은 듯하다. 사실, 음식을 먹을 때 얼굴을 접시에 가까이 들이면, 반려견의 식사 모습이 연상된다.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1964) 표지

그리고, 말씨와 자세는 의외로 한 인간의 평가에 크게 작용하므로 역시 타인을 의식해야 한다. 할리우드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에서 주인공의 ’미천한 말씨'와 '행동‘을 고쳐, '사랑스럽고 우아한' 여인으로 변모시키는 스토리가 나온다. 뿐만 아니라, 서구의 어느 수준의 격식을 갖춘 모임에서는 식탁에서의 자세가 인격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실제, 역사가 오랜 서구 명문대학의 기숙사에서는 이런 류의 격식 높은 모임을 자주 베풀어 교수와 학생이 교류하는 가운데 자연스레 자세를 배우게 하기도 한다.

그런데, 서구인은 외모나 체형을 화제로 삼지 않는다. 너 미인이다라고 해도, “그래고맙다로 그만이다. 미인은 많지만 얼굴로 평가받는 걸 싫어하고, 피부색이 어떠니, 몸매가 어떠니 하는 말은 자칫 성차별이나 성희롱이니 말 않는 게 낫다. 미인의 기준은 외모보다 교양과 인격이 따라야지, 겉치레만 미인은 불행할 수 있다.

흑인 여성이 2019 미스 아메리카 

 한 때, 일본에서 '금발(Blond Hair)'이 미인의 조건으로 환영(?)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정작, 백인은 금발 미녀에게 ‘둔하다’는 약간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기도 하다. 미스 아메리카에 선발된 여성 중에 장애인도 있다. 그들은 진정한 미인을 뽑을 때, 외모만 아니라 교양, 인격을 포함하여 여성의 매력을 평가하였다.    


반면에, 태생부터 작은 눈과 낮은 코, 각 진 얼굴 모습, 작은 키를 가진 핸디캡 탓일까? 한국인은 얼굴이 예쁘다키가 크고 잘 생겼다는 남의 평에 목을 맨다. 일부 부모는 초, 중학생 아이의 ‘키 키우기’에 노심초사하고, 고등학생 등 젊은 여성은 화장술도 모자라 성형수술을 하려고 줄지어 기다린다. 자기 만족도 있겠지만, 남의 시선에도 민감한 탓이다. 사실, 우리 조상은 예전부터 높은 관직에 오르려면 ‘신언서판'(身言書判) 즉, ‘신수가 훤해야' 좋다며 ‘훤칠한’ 외모를 중시했다. 결국, 호감 가는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남, 미녀에게 ‘올인’했단 이야기로… 능력보다 ‘관상’이 인생 미래를 결정한다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 때문인지, 남의 외모도 손쉽게 말한다. 큰 실례인데... 어쨌든, 부모에게 물려받은 ‘잘생긴 얼굴’은 호감을 줄 수 있으나, 얼굴 생김에 큰 가치를 부여하는 건 좀.., 그렇다. 미국 대통령 '아브라함 링컨'이 “40대 이후의 얼굴은 본인의 몫이다라고 했듯이, 외모는 본인의 심성에 따라 변하며, 무엇보다 자신의 노력으로 이룬 실력과 인격이 중요하다. 




작가의 이전글 옷이 날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