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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웅 Feb 01. 2023

인디아와 파키스탄의 '카슈미르' 분쟁지

어느 군사 외교관 이야기 (인디아-파키스탄 유엔 평화유지군, 제1화)

인디아-파키스탄 분쟁과 유엔 평화유지군

갈라진 아름다운 산야, 동양의 알프스 '카슈미르'

유엔 평화유지군 인디아-파키스탄 정전 감시단

현재 진행형인 무슬림의 저항과 테러 공포 



인디아-파키스탄 분쟁과 유엔 평화유지군

우리에게 “캐시미어” 양모로 잘 알려져 있는 '카슈미르'는, 인디아와 파키스탄의 최북단으로, 카라코람 산맥, 힌두쿠시 산맥, 히말라야 산맥이 교차하는 지역으로 중국의 북서지역과 중앙아시아와도 연결된다. 면적은 한반도와 비슷한 22만 평방 키로인데, 약 1,300여 만 명이 거주한다

'카슈미르'에서 방목 중인 산양떼

참고로, '카슈미르'의 특산품인 '캐시미어'는 자연에서 얻은 최고의 섬유인데, 이는 히말라랴 산자락의 '카슈미르' 산양의 털로 직조된 것이다. 염소의 일종인 이 산양은 고산지대의 혹독한 추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바깥은 두툼한 털, 안쪽은 미세하지만 보온성 높은 털로 무장하는 놈들이다. 이 미세하지만 보온성 높은 털이 '캐시미어'로, 연간 생산량은 5,000톤 정도에 불과한 귀중한 직물이다. 


다시 정치로 돌아오면, 1947년 인디아와 파키스탄이 독립할 당시 영국은 각 지방 호족의 결정에 의거 인디아와 파키스탄으로 귀속될 수 있도록 방침을 정하였다. 영국의 철수 이후 ‘마하라자 싱’ 등 힌두교 집권층이 인디아에 귀속을 결정하자, 이에 반발하는 주민들을 지원하는 파키스탄과 인디아의 대리전이 발발하였다. 이는, 오랫동안 ‘무굴’ 왕조의 통제를 받았던 인디아와 파키스탄이 서로의 종교를 부정하고 대립과 갈등이 증폭된 것은 영국식 ‘위탁 식민 통치’의 후유증이었다.


분할된 '카슈미르' 주 

이후, 인디아와 파키스탄은 ‘카슈미르’ 통제권을 놓고 3차례의 전쟁을 치렀다. 1971년 제3차 ‘인-파 전쟁’ 이후, 유엔 결의에 따라 현재의 국경 아닌 국경인 약 750여 Km 길이의 ‘통제선’에 따라 정전을 하였다. 참고로, 좌측 지도에는 '중재선'이라 표기되어 있지만, 정확한 명칭은 통제선(Line of Control')이다.  현재, 카슈미르는, ‘아자드 카슈미르'라는 '파키스탄령 카슈미르(PAK)’과 '잠무 카슈미르'라는 ‘인디아령 카슈미르(IAK)’ 지역으로 갈라져 있다. 여기에, ‘유엔 평화유지군 인디아-파키스탄 정전감시단’(이하, '유엔 인-파 정전  감시단')이 ‘통제선’을 따라 일촉즉발 상태로 서로 대치하고 있는 양국 군의 활동을 감시한다. 다만, 남, 북간의 대치 같은 살벌한(?) 긴장상태는 아니다. 


갈라진 아름다운 산야, 동양의 알프스 '카슈미르'

눈 덮인 '파키스탄령' K2(위 지도상 위치 참조)

양분된 '카슈미르' 중에서, ‘파키스탄령 카슈미르(PAK)’는 ‘히말라야’, ‘힌두쿠시’, ‘카라코아람’ 산맥이 교차하고 K2 등 지구의 지붕이랄 수 있는 험준한 산악지형으로 주민의 99.8%가 무슬림이다. 산악 지형이다보니 거주 인구에 비해 교통, 통신, 주거 등 인프라가 매우 열악하다. 그나마 존재하던 인프라마저 2006년 카슈미르 대지진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어 국제기구의 지원을 받았어도 그 후유증이 심각하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이 지역에는 홍수, 지진 등 온갖 자연재해가 끊이질 않는다. 

  

'인디아령 카슈미르'의 풍광

이에 비해, 인디아 통제지역은 비교적 인프라가 양호하고 평지가 많은 윤택한 남동부 지역으로 논농사도 활발하다. 그리고, 주변 고산 산악 지역에는 아시아 최초로 건설되었다는 스키 슬로프는 물론, 카슈미르 양모를 상징하는 양 떼들을 방목하는 초원지대가 계곡 사이에 펼쳐져 있고, 그 풍광이 알프스 산맥에 못지않아 세계적인 관광지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스리나가’ 시내의 '달' (Dal) 호수 전경

이 같은, 풍요로운 인디아 관할지에 위치한 카슈미르 주의 최대 도시이자 주도 '스리나가르'는 농, 축. 임산업의 중심지로서, 인구가 100만이나 되는데 이 중 1/3은 힌두교도, 무슬림이 2/3 정도이다. '스리나가'는 인디아의 다른 도시와 달리 온통 녹색지역이고, 'Dal Lake' (호수) 등 큰 호수가 이 도시의 도심과 연결되어 있어 '동양의 베네치아'라고 불린다.  하지만, 인-파 분쟁 이후 과격화된 무슬림의 각종 테러로 인해 이 지역을 찾는 관광객은 거의 없다. 한국 정부도 이미 이 지역을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하여 이곳에는 한국 교포나 관광객이 거의 없다.


Dal 호수에서 생활하는 '스리나가' 주민들

유엔 감시하의 인-파 정전 통제선에 대하여, 1971년 '인-파 전쟁'에서 판정승을 거두고 카슈미르의 요지를 확보한 인디아 정부의 입장은 다소 느긋하다. 인디아는 카슈미르 지역에서 무슬림의 간헐적인 테러에도 불구하고, 점령지의 ‘인디아 화’를 위해 치안 강화와 지역 경제 활성화, 인구이주를 병행하고 있다. 현재, 인디아 내 무슬림 숫자는 거의 1억 5천여 만 명으로, 거의 파키스탄에 필적한 만한 수치이다. 하지만, 각 주에 고루 분포되어 있어 '카슈미르'만큼 긴장이 맴돌 지경은 아니다. 인디아 정부가 카슈미르 테러 사태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은 더 이상의 영토확장보다 자칫 무슬림 분리주의가 다른 주로 확산할까 봐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유엔 평화유지군 인디아-파키스탄 정전 감시단 (유엔 인-파 정전 감시단)

유엔 인-파 정전 감시단의 통제선에 대한 양국의 입장은 자신들의 입지에 따라 확연히 다르다. 파키스탄 정부는 카슈미르 주 가까이 수도 '이슬라마바드'를 건설하고, ‘카슈미르 실지 (失地)’를 계속 분쟁지역으로 남겨, 카슈미르 무슬림 연대와 국제사회의 동정 여론 조성으로 1971년 전쟁 이전의 상태로 복귀시키려 노력하며, 사실상, 카슈미르 반군을 지원하는 입장을 숨기지 않는다. 유엔 인-파 정전감시단은 동계 본부와 하계 본부를 각각 파키스탄과 인디아령에 두고, 이를 6개월간 씩 순환, 운영한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슬라마바드' 인근 ‘라발핀디’에 동계(겨울) 본부를 두고, 스카르두, 길깃, 라발라코트, 돔멜, 푼치 등의 감시기지를 운영하는 유엔 정전감시단 요원들에게 준 외교관 대우 (면책, 면세 등)를 하며 유엔의 정전 감시활동을 적극 지원한다.


순찰 중인 유엔군 방탄 차량

이에 비해, 인디아 정부는 유엔 평화유지군을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유엔 정전 감시단이 5월부터 11월까지는 무덥고 습한 파키스탄을 떠나 온화한 인디아령 카슈미르’ 주도인 ‘스리나가르’에 하계 (여름) 본부를 옮겨와서 시알콧, 잠무 등 통제선 연결 기지와 더불어, 델리, 바라뮬라 등지의 기지를 운영하는데, 인디아 정부의 입장은 유엔 결의에 따라 행정 지원은 하고 있지만, 매우 소극적이다. 


유엔 정전감시단의 주요 감시 임무는 9개국에서 파견된 감시 장교단이 수행하며, 인디아, 파키스탄 양국은 부사관과 병사들을 지원하여 감시기지의 운전, 취사, 숙소 운영 등 행정 지원을 해준다.


현재 진행형인 무슬림의 저항과 테러 공포 

하계 본부가 있는 ‘스리나가르’의 생활 여건은, 동계 본부가 있는 파키스탄 '라발핀디'보다 훨씬 낫지만, 이곳에 오면 모두가 금족령이다. 무슬림들이 많이 밀집하여 사는 곳으로 과거부터 테러 위협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 공무 외는 밖에 나가지 못하도록 통제한다. 무실림 과격 분자들은 필자가 부임하기 바로 전 해에 본부 앞 100여 m정도 떨어진 곳에서 인디아 군에게 폭탄 테러를 가한 적이 있었다.


'스리나가'에 위치한 유엔평화유지군 사령부(본부) 

게다가, 본부 바로 코앞에 있는 ‘모스크’는, 유별나게도 큰 확성기를 장착하였다. 이들은 우리 본부를 향해 매일같이 수 시간 동안 낭송을 틀어대었고, 금요일 날에는 낭송이나 설교를 하루 온종일 들려주어서, 문만 열면 크게 들리는 소리로 아주 큰 고역이었다. 그 소음이 얼마나 컸던지 문을 열면, 바로 옆 사람과 정상적인 대화가 어려울 정도였다. 때문에, 유엔군 본부는 본부 참모요원들의 난청 예방을 위해, 포병 사격용 귀마개까지 지급하였다.


이런 낭송은, 우리 유엔 평화유지군 본부에 함께 있던 인디아 군인을 겨냥한 일종의 심리전이다. 하지만, 인디아 군인은 바로 코앞에 확성기를 들이대 놓고 '신앙 고백’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무덤덤하다. 제 3자가 “너 괜찮아?”라고 물으면, 큰 소음에 대한 불평을 하기는커녕 그냥 웃기만 하였다. 힌두교도의 관용이랄까…? 


그런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것 같았던 무슬림 주민들에게, 2019년 초 무슬림의 자폭테러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긴장한 인디아 공군은 1971년 정전협정 이래 48년 만에 파키스탄 지역 무슬림 무장 집단을 공폭하여 파키스탄 군이 보복 포격을 가하였다. 핵 보유국인 두 나라가 공중전과 대 포병 전까지 감행하여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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