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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웅 Dec 09. 2022

정직은 최선의 정책

어느 군사외교관 이야기 (미국, 제4화: 미국 해군대학원 - 2)

국제사회의 스탠다드 - 정직

미국 군의 정직성 강조



서구는 개인의 인성과 관련되는 ‘Integrity(진실성)’를 최우선 자질로 고려한다. '진실성(Integrity)'의, 사전적 의미는, ‘소명의식과, 신실한 마음가짐’으로 도덕적, 법적으로 ‘옳은 일’을 하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등 서방 승전국이 창립한 유엔은 합리적인 '개인주의'가 바탕인 서구적 가치관을 따랐다. 유엔이 모든 직원에게 요구하는 ‘핵심적 가치(Core Values)’에는 ‘Integrity(진실성)’이 먼저 나온다. 여기에는, ‘도덕성(Accountability)’ 등 개개인의 정직, 청렴, 성실, 명예 등 여러 인성이 함축되어 있어 그 성숙도에 따라 개인주의적 합리성이 좌우되는 듯하다.


‘정직’을 포함한 ‘Integrity(진실성)’는 합리적이고 건전한 '개인주의'의 기본이다.  '바른 가치'가 존중받고, 상호 신뢰하는 ‘건전한 사회’는 '진실한' 마음이 바탕이다. 도덕성과 ‘진실성’은 신사도(紳士道) 최고의 가치로, 이미 ‘국제사회의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정직이 최선이다('Honesty is the best policy')”라는 ‘밴자민 플랭클린’의 말처럼, 미국에서 ‘정직’의 가치는 상상 이상이다. 굳이, '닉슨 게이트'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이든 누구든, ‘부정직’하면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는다.


미국 군은, ‘정직’을 복무 신조에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필자가 유학했던 미국 해군대학원이나, 교관으로 근무했던 미국 육군 지휘참모대학 등 군사학교에서는 ‘정직’의 의미가 남다르다. 한국도 육군사관학교 사관생도의 신조 중 하나는, “사관생도는 진실만을 말한다”이고, 해군사관학교 교훈도 “허위를 버리자”이다. 이처럼, ‘명예’를 추구하는 사관학교에서 ‘정직’과 ‘진실’을 강조하는 것은 그것이 그만큼 중요한 가치여서 다.


미국 해군대학원 교수부

미국 해군대학원 재학 시, 이스라엘 교환 교수 한 분이 모두가 어렵다는 미, 적분 방정식을 가르쳤다. 중간시험 때, ‘open book’이지만, 특정 페이지만 못 보게 하는 무감독 시험으로 진행하였다. 시험문제 중 하나가 ‘증명’ 문제로, 하필이면 바로 못 보게 한 페이지의 증명과 그 절차가 유사하였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일까? 나중에, 일부 학생이 예상 밖으로 좋은 성적을 받자, 결과에 대해 말이 있었다. 급기야 반장인 미 해군 소령이 교수에게, 시험문제의 문제점과 그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였다. 하지만, 교수는 뜻밖이라는 듯, “나는 여러분 모두를 믿는다. 여러분은 동료를 믿지 않는 건가?”?” 그의 말에 모두 머쓱하여 그 문제는 더 거론되지 않았다. “과연 이스라엘…?”, 또 미국의 ‘신뢰’를 다시 생각하였다.


비슷한 시기, 미국 ‘아나폴리스’ 해군사관학교에서 미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시험부정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과 같은 글로벌 강대국은 공중(함재기와 항공모함), 지상(해병대), 해상(전함), 수중(잠수함) 전투력을 모두 구비한 해군력이 국방의 주축으로서, 해군사관학교의 상징성은 우리나라 육군사관학교 이상으로 크다.


미국 해군사관학교 아나폴리스

사건은 사관생도들이 학기말고사를 치를 때 불거진 부정 의혹이었다. 물리학은 대부분 사람들이 까다롭게 생각하는 듯하다. 학기말 시험 하루 전, 어떤 물리학 시험문제가 컴퓨터상에서 떠돌아, 시험공부를 하던 생도들이 누군가가 컴퓨터에 올린 이 문제를 풀어 보았는데, 하필이면, 그 문제가 그대로 출제되었다.

성숙한 개인의 양식을 믿는 미국 대학교에는 과거에 출제된 문제가 그대로 출제되는 일들이 가끔 있다. 그래서인지, 며칠 동안 물리학 시험을 본 모두가 ‘모르쇠’로 조용히 지나갔다. 누구도 양심선언을 하거나 신고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얼마 후 한 생도의 ‘양심선언’으로 이 ‘부정시험’이 이슈화되었다.

일반 대학과 달리, 국가의 간성을 양성하는 사관학교에는 시험부정이 있을 수 없다. 한국도 미국처럼, 각 사관학교는 무감독 시험 등으로 각종 명예제도를 엄격히 시행한다. 어떤 경우든 부당이득이나 불법 행위에는, 지체 없이 사실을 보고하고, 상급자 판단을 기다리는 것이 사관생도의 의무이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 그게 무엇을 의미하나? 나중에 국가의 책임자가 되었을 때 불의와 타협할 수 있다는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사관생도 개개인은 훌륭한 젊은이였지만, 사관학교나, 국가는 가치관이 다른 인재에게 국비로 양성할 이유가 없으니, 수십 명의 생도가 퇴교되었다.. 이들이 군에 남아서 고위직으로 성장하면 무슨 부정이든 저지를 개연성을 차단한 것이다. “명예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건강한 사회의 모습이었다. 국가에 봉사하는 엘리트는 특유의 자부심으로, 자신에게 엄격해야 한다.


필자의 전공은, 과정의 특성 때문인지 개인보다, 팀별 프로젝트가 많아 무척 힘들었다. 팀 과제라 하지만 철저하게 각자 자기 몫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작업하여 이를 묶음으로 제출하면, 교수는 학생들이 제출한 답안지나 프로그램을 보고 반드시 그 알고리즘을 꼼꼼하게 점검하고 확인한다. 내가 틀리면 팀이 점수를 못 받는다. 그러다 보니 부담백배인데도 도대체 풀리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어 날을 세우기 일쑤였다. 각자 부여된 일이 있어서, 팀원조차 다른 동료의 일을 봐주기 어렵다. 모두가 바쁘니까... 이렇게 하다 하다가 안 되면 교수를 찾아가서 상의하지만, 교수의 설명은 이해는 가지만 해답은 아니다. 그럴 경우, 컴퓨터 프로그램을 잘하는 사람에게 의지하고 싶은 유혹을 많이 받는댜. 하지만, 미국 사회는 그런 부정을 절대 용남 하지 않는다. 며칠 밤을 꼬박 새우고 해슥한 얼굴로 좀비처럼 공부방을 돌아다니는 한국인 동료도 있었다.

 

이처럼, 프로젝트를 그룹으로 해결하고 프레젠테이션과 토의를 해나가는 과정이 학습 수준을 한 단계 높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나도 모르게 적응이 되어, 어느덧, 졸업 전 약 6개월쯤 되면 논문 작성에 들어간다. 참고로, 필자의 학위 논문은 컴퓨터로 통계적인 시뮬레이션 모델을 비교, 분석하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졸업까지, 남은 기간 논문 지도교수와 주 2-3회 만나서 프로그래밍 결과를 토의하고 단원을 하나하나 작성해 나가며, 토의와 질의응답을 한다. 그리고, 컴퓨터로 프로그래밍하고 결과를 얻은 다음, 다시 만나기 전까지 토의 내용과 자신의 견해를 석사 수준에 걸맞게 작성해야 한다. 여기서, 제대로 된 영어를 써야 하고 말해야 하니, 자연히 영어식 표현에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미 해대원의 석사 학위논문 심사는 매우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다. (뭐, 그래 봤자, 그 흔한 석사일 뿐인데...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것이다만.)


그런데, 우리나라 교육계는 다소 다른 듯하다. 언론에 심심찮게 S대 등 유명대 교수들의 논문 조작이나 표절 문제가 거론되는 걸 보면, 교수들이 비록 외국에서 석사, 박사 공부를 하였다 하더라도 그 당시뿐이고, 한국에 와서는 여전히 남의 아이디어나 논리를 가지고 '우물 딱, 주물 딱'하려는 것 같다. 비록, 일부이겠지만 학자라는 대학 교수들이 이런 부정직한 사례에 연루되는 모습은 창피한 일이다.

특이한 것은, 정권이 바뀌거나 무슨 사고로 개각을 한다며, 무슨 장관 후보자 인사검증을 하면 단골로 등장하는 것도 논문 표절, 위장전입, 병역기피 등이다. 허위와 날조가 만연하였다. 가만히 지냈으면 모르고 지날 뻔했는데... 정직보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려온 인간들이 더 큰 욕심 앞에 자신들의 업보로 좌절되는 순간이다. 세치 혀를 놀려 순간을 모면하려 하지만, 진실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게다가 어른이 아이의 거울인데… 교수들이 그래서일까? 어린 학생들도 이 분야의 능력이 만만치 않은 듯하다. 대학 수시입학 전형에 베끼기 등이 많아 ‘대학교육협의회’는 수년 전부터 합격생들이 제출한 ‘자기소개서’를 ‘유사도 확인 프로그램’으로 확인한다는데, 결과는 충격적이다. 2015학년도 대입에서 무려 5,000건 이상이 표절 의혹을 받아, 이 중 약 1,200여 명이 입학이 취소되었고, 2017 학년에도 유사 사안으로 1,400여 명이 합격 취소되었다. 연루된 학생 숫자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제는, 대학에 재학 중이라도 적발되면 퇴교시킨다고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도 안 한 어린 학생이 자신의 유익을 위해 어떠한 방법도 서슴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어 충격적이다. 우리 사회가 부정행위 척결은커녕, 더 많은 잠재적 범죄자를 양산하여 사회로 내 보낸다면 앞으로가 더 큰 문제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부정직으로 우물쭈물하는 게 통할 런지 모르지만, 유엔이나 국제기구, 다국적 기업과 관련되는 사람들은 정직, 청렴이 철저하게 체질화되어야 산다. 2015년, 명차의 상징이었던  ‘폭스바겐’이 배기가스 조작으로, BMW는 화재사건으로 배상과 불신으로 곤욕을 치르며, ‘기술과 신뢰’라는 독일과 독일 회사들의 가치는 송두리째 망가뜨려졌다. ‘정직’에 대한 사회의 평가는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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