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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웅 Feb 26. 2023

'불가사의'(인크래디블)한 인디아(2)

어느 군사 외교관 이야기 (인디아-파키스탄 유엔평화유지군, 제18화)

북인도의 다양한 음식 

혼잡과 지저분 그리고, 소음과 매연 


북인도의 다양한 음식 

인도는 방대한 나라다. 큰 나라인 만큼 지역별로 개발된 다양한 음식이 있지만, 특히, 북인도에서는 맛있고, 다양한 음식을 한꺼번에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음식을 즐기기 전에 그들의 식생활 방식을 아는 게 중요하다. 

인디아에서는 식사 전후로 손 씻는 문화가 있다. 인도인들은 전통적으로 왼손은 불결하고 오른손은 깨끗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이슬람 문화권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도의 요리 대부분은 손으로 먹기 적합한 형태로 발전하였다. 


대부분 레스토랑에 가면 식탁에 레몬을 띄운 물 한 그릇이 나오는데, 더운 날 목마르던 참에 "이게, 웬 물이냐?"라며 벌컥벌컥 들이켜서는 안 된다. 이는 마시는 물이 아니라 손가락을 닦는 '핑거볼'(Finger Bowl) 임을 기억하자. 사실, 인도인들은 손을 사용하여 먹으면 음식의 촉감과 온도를 입과 손가락에서 느낄 수 있어 '맛'을 훨씬 더 음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손으로 밥을 먹는 방법은 오른손 검지, 중지, 약지를 붙여서 밥을 적당히 누른 후 뜬 다음 엄지의 손톱 부분으로 입안으로 밀어 넣는 방식이다. 여기서, 대부분 손가락 두 번째 관절까지만 사용한다. 길거리 음식을 권하지는 않지만, 만약에 도전하려 한다면, 같은 이유로 손으로 음식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물티슈나 손 세정제를 미리 준비하여 손을 닦고 먹어야 한다. 


또, 인디아에서는 종교의 영향으로 채식주의자가 매우 많다. 대부분, 식당 앞에 채식 식당 여부를 표시해 두니 반드시 확인하고 들어가야 한다. 힌두교도는 소고기를 먹지 않고, 이슬람교도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아 북인도(델리)에는 소고기나 돼지고기 요리가 거의 없다. 또한, 인디아는 수질이 좋지 않으니, 반드시 생수를 사 마셔야 한다. 특히, 시중에는 불법으로 유통되는 생수도 있으니, 가게에서 살 때 마개가 잘 붙어있는지 확인하여야 한다. 깨끗한 물에 익숙한 우리 한국인으로서는 이를 소홀히 하면, 여행이고 뭐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리고, 음식을 먹기 전에 인디아인들의 위생 상태에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필자가 델리에 있을 동안, 한국인 가이드의 안내로 3인승 자전거로 ‘오울드 델리’ 시장을 둘러보았는데… 많은 좋은 문화유적도 있었지만, 그 지저분함도 이집트나 중국만큼 대단하였다. 그런데, 가이드가 시장길 근처 닭고기 가게를 지나치기 전에 "저기 오골계(흑계)가 있다”며 걸려있는 닭을 가리킨다. "아, 여기도 까만 닭이 있네!”하며 다가가자마자, 그 순간 수없이 많은 파리 떼가 일제히 날면서 순식간에 까만 닭이 흰색 닭고기로 변했다. 그 모습에 깜짝 놀랐다.  


참고로, 필자가 즐겼던 '버터 치킨'은 향신료에 재운 닭고기를 구운 후, 토마토와 버터, 크림 등으로 맛을 낸 소스를 부어놓은 요리인데, 향이 강하고 매운 인도 카레에 버터와 크림, 토마토와 요구르트를 넣어 부드러운 맛이 나도록 한 것이 특징으로 밥이나 난과 함께 곁들여 먹는다. ‘치킨 티카 마살라’와도 비슷한데, 다만, '치킨 티카 마살라'는 보통 순살로 요리하고, 버터 치킨은 보통 뼈가 있는 닭으로 요리하는 것이 다른 점이다. 그런데, 오골계 사건 이후로, 인디아에서 즐겨 먹던 유명한 음식인 '버터 치킨'이나 '치킨 티카 마살라'조차 더 이상 닭고기로서 매력이 반감되었다. 이 동네에서는 육류라고는 닭이 전부인데... 참, 살기 어려웠다. 

 

카레와 '난' 빵

또, ‘인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바로 '카레'인데, 우리가 알고 있는 노란색 ‘카레’와는 조금 다른 음식으로 쌀밥이나, ‘난’이라는 인도식 빵이나 '차파티'에 곁들여 먹는다. 채소와 콩, 고기(양고기, 닭고기, 해산물 등)를 볶은 인도 요리인데, 강황을 넣은 노란 카레나 시금치와 ‘마살라’라는 향신료를 넣은 초록색 카레 등 향신료와 재료의 비율에 따라 종류가 매우 다양하였다. '카레'는 영국과 일본을 거치며 전 세계로 퍼졌으나, 조리법과 이름은 조금씩 달라졌다. 진한 향신료 향에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그 맛에 빠지면 중독에 빠지기도 쉽다.


인도의 빵 '난'

필자가 ‘뉴델리’를 떠나 ‘아그라’로 가는 도중에 있었던 일이다. 중간중간 휴게소가 있긴 했으나 별다른 휴식처나 식당은 드물었다. 우리를 안내하는 기사가 자신이 잘 아는 곳이라며 한 군데를 추천해서 들어가니 그런대로 깔끔(?)해서 음식을 주문하였다. 그런데..., 못 볼 것을 보았다. 주인이 ‘난’ 빵과 '카레' 음식을 서빙하는 도중, 갑자기 주방 문이 ‘휙’ 열리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주방 내부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이런 일 때문일까? 누군가가  “아무도, 주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다.”라고 동서고금의 명언(?)을 남겼는데… 그때, 주방의 창문은 열려 있었고, 참새 비슷한 새들이 주방 기구 위를 노닐고(?) 있었다.  


인디아 빵 '짜파티'

문화가 오래된 탓인지, 인도는 빵의 모습도 다양하다. 화덕에 구운 난(Naan)이 일반적이나, 난보다 얇게 밀어 팬에 조리하는 '로티'와 '짜파티', '파라티' 등 다양한 빵 종류가 있다. 예컨대, '촐레바투레'라는 음식은 인도식 아침 식사인데, '바투레'라는 바삭하고 쫄깃하게 튀긴 밀가루 빵을 병아리콩(촐레)으로 만든 매콤한 카레에 찍어 먹는 것이다.   


인디아인들은, 빵뿐만 아니라 쌀밥도 많이 먹는다. 물론, 이들 쌀은 전 세계 쌀 생산의 90%를 차지하는 '인디카'라는 '끈기가 없어 풀풀 날리는' 안남미의 일종으로, 우리나 일본 사람이 먹는 끈적끈적한(Sticky Rice) '자포니카'종과는 다르다. 중국인들이 이런 쌀로 볶음밥을 많이 만들어 먹지만, 인디아인들도 카레와 함께 먹거나 그냥 쌀밥 자체로 먹기도 한다. 그런데, 기후 때문일까? '스리나가르' 일대에 이런 쌀을 재배하는 곳이 많아서, 필자에게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모내기가 끝난 '스리나가르' 외곽의 계단식 논과 벼농사 수확 
수확한 벼의 탈곡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주로 여성들이 한다.

조금 특이한 것은, 이들은 탈곡기가 없는지, 사진에서 보다시피 그냥 벼를 두들겨서 알곡을 털어내는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탈곡을 하였다. 우리나라 시골에서는 과거부터 비록, 엉성하기는 하였지만 '도리깨'라는 긴 장대 끝에 회전식 대나무 손을 달은 도구를 휙휙 돌리며 벼를 털기도 하였는데...


이 지역 논농사에서는 인디아 여성들의 역할이 매우 컸는데, 여성들이 작업복도 아닌 전통의상을 입고 벼를 터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기(?)도 하였다.     

인디아 간식류 '사모사'

인디아에서는 주식 이외의 간식을 '차트'(Chaat)라고 하는데, 아래에서 소개하는 '오울드' 델리의 전통 시장인 '찬드니 초크'(Chandni Chowk)에는 이런 '차트'가 가득하였다. 그런 간식 중에, 양념한 감자와 콩, 양파, 고수 등 등으로 속을 채운 '사모사'라는 '피라미드' 모양으로 튀겨낸 인도식 만두도 있었다. 또, '모모'라는 음식도 우리나라의 찐만두쯤 되는데 다양한 소스에 찍어먹는데, 인도인들의 파티 등에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국민 음식이라고 한다. 


어쨌든, 인도에서 음식을 즐기려면, 오른손 손가락으로 식사하겠다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디저트인 인도식 요구르트 ’라시‘로 입가심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라시'는 크림 같은 요구르트 음료로, 설탕이나 과일 등을 넣어 먹는데, 약간 심심하다면 딸기나 바나나 등 과일 맛을 선택하면 달콤하게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 끝으로, 차를 즐기고 싶다면 이들이 일반적으로 마시는 홍차로 끓인 밀크티인 '짜이'가 우리 입맛에 맞다. 


혼잡과 지저분 그리고, 소음과 매연 

즐거운 음식 이야기는 이만하고, 이제부터는 지저분하고 불유쾌한 경험을 이야기해야겠다. 

이집트와 파키스탄에 살았던 필자는 소음과 매연, 혼잡 그리고 지저분함을 익히 경험하였다. 하지만, '오울드' 델리의 지저분함은 예사롭지 않았다. 인류 문명의 발상지라는 이집트 8천 년 역사와 인디아 8천 년의 역사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긴 시간만큼이나 수많은 사람들이 세대를 거쳐가며 많은 문화유산도 남겼지만, 오랜 삶의 흔적도 함께 남겼다. 특별히, 그 지저분함까지도... "하! 역사가 오랜 곳은 왜 그리도 지저분한지!?"


옛날의 '오울드' 델리는 인도인 마을이었지만, 20세기 초, 영국 식민지 시대 때 '오울드' 델리 옆에 영국의 설계와 건설에 의해 신도시 뉴델리가 건설되었다. 그리고, 인도의 독립 이후 뉴델리는 인디아의 수도로서 인구 약 2천여 만 명이 몰려 살고 있으며, 수도권의 배후 도시인 주변 광역수도권까지 범위를 넓히면 뉴델리와 '오울드' 델리와 그 주변지역에서만 약 5천여 만 명이 살고 있다. 인디아 전체 14억 인구에 비하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과히, 대한민국의 전체 인구가 그 일대에 사는 셈이다. 


'오울드' 델리의 일상적인 자전거와 인파

이처럼, 엄청나게 많은 인구가 한 지역에 몰려 살다 보니 제한된 인프라의 뉴델리와 '오울드' 델리는 소음과 매연 그리고 혼잡이 일상이고 전 세계적으로도 악명(?)이 높다. 참고로, 도심에 가까운 '인디라 간디' 공항만 하더라도 혼잡도가 너무 높아서 막 도착한 외지인의 정신을 쑥 빼게 만든다. 이렇게 복잡한 도심 중에서도, '붉은 요새'(레드 포트)의 맞은편에서 시작하는 ’찬드니 초크‘(Chandni Chowk)라는 시장통은 델리에서도 가장 ’ 인도 같은 ‘ 곳이다.

  

3인승 자전거를 타고 '오울드' 델리 시장 한가운데를 통과 중 

필자는 현지인이 운전하는 3인승 자전거를 타고 복잡한 시장 가운데를 달렸다. 가끔씩은 가게 밖으로 내다 놓은 상품 때문에 멈추기도 하고, 진열한 옷가지 등이 머리를 스치기도 하였지만, 짧은 시간 내에 시장을 둘러보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가이드의 운전 실력은 대단하였다. 필자가 보기에, '자전거가 통과할 수 있을까?' 싶은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을 따라 요리조리 잘 달렸다. 



'오울드' 델리 시장 전통 의상 가게

이 전통 시장의 시장통은 '전통의상'(사리)과 보석뿐만 아니라, 향신료 등 온갖 물건을 파는 만물시장으로서, 북적북적한 인도의 모습을 볼 수 있어 그 번잡함을 즐길 수도 있다. 하지만,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그 복잡함에 기겁을 하기도 한다. 특히, 여성들은...





매연가스로 희뿌연 뉴델리 시내 '인도 문' 주변 공기 오염

매년 11월이면, 뉴델리 인근 여러 개 주의 농지에서는 수확이 끝난 논밭을 불태우는 연기가 하늘을 뒤덮는다. 여기에 도심의 낡은 경유차가 뿜어내는 매연과, 난방, 취사용으로 사용하는 낡은 폐자재 소각 연기 등으로 델리지역의 초미세 농도는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로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수치를 40여 배이상 웃돈다. 과히, 군 훈련소에서 경험하는 '화생방전 가스실' 수준으로 매연가스의 냄새와 농도가 짙었다.


악명 높은 '델리' 시내의 '소음과 매연' 왕, 삼발이 (톡톡이)

사실, 후진국의 대도시에는 도로구조나 신호체계에 비해 너무 많은 차량과 인파가 몰린다.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는 도로에 차선이 없는 곳이 많고, 역주행하는 차도 있으며, 차와 마차가 함께 달리니 “조심해”라고 경적을 울려대며 운전한다. 덕분에, 시내는 온통 '빵빵'거리는 소리로 정신이 없었다. 


미국, 유럽에서는 경적소리 잘못 울리면 감정 자극으로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어 그야말로 비상시에만 사용한다. 하지만, 후진국은 자동차 경적이 운전의 일상이다. 인디아의 '델리'에서도 엄청난 매연 속을 헤집고 다니는 ‘톡톡이’들끼리 몇 초 간격으로 경적을 울려 대었다. 이들이 만들어 내는 온갖 소음과 뿜어내는 매연에 외지인으로서는 정신줄을 놓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문화와 소음 간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 미국의 유럽의 각종 축제에 가보면 모두가 흥겨워하고 기꺼워하며 절로 신이 난다. 축구장, 야구장 등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한창 고함을 지르고 흥분에 들뜨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듯하다. 사실, 이런 소음이야 모두가 소리를 내자고 공감해서 내는 소음이니 같이 즐기면 된다. 그렇지만, 아무 때나, 아무 데서나 그러면 곤란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소음도 쓰레기 투기 못지않게 ‘개개인’의 의식 수준 문제인 듯하다.


지난 정권, 청와대 인근에서 밤낮으로 반정부 집회가 열려 주변 맹학교나 인근 주민들이 크게 곤욕을 치렀다. 각종 공권력 투입 위협에도 집회 참가자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하는 일에 무슨 사명감이나 정당성을 가지고 하는지...? 는 모르겠지만, 이들의 행태를 보면 주위에 대한 배려는 관심 밖이다. 그런데, 이 처럼 엄청난 소음을 유발하고도 무심했던 사람들도 각자 자기 집에 들어가면 층간 소음 등 이웃 간의 조그마한 소음에도 사생결단을 하고 달려드는 사람들이 많다. 가끔씩 일어나는 극단적인 일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다.


필자가 살던 서울 근교에서 어느 토요일 새벽, 이상한 행진곡 소리가 들려 눈을 떴다. 새벽 5시 반인데… 창문을 열어보니 한 블록쯤 떨어진 곳의 공사현장에 무슨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틀어대는 확성기 소리가 들려 “무슨 일인가?”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얼마 후에 달려온 경찰의 답변은, “합법적인 신고이고 소음도 전혀 문제가 없다”며, “자신은 철수한다”라고 한다. “이런 집회는, 신고만 하면 24시간 언제든 할 수 있도록 법이 보장하고 있다”는 말을 덧붙이며… 휴일 새벽에, 확성기 소음이라니... 참, 난감하였다.


주변을 둘러보면, 한국인은 공공장소의 소음에는 너무 관대하다. 아무도 집단행동으로 만들어 내는 소음에 개의치 않는다. 귀에 문제가 있는지, 무슨 집회나 데모를 할 때 켜는 확성기 소리는 왜 그리도 크게 들리는지? 그런데도, 정작,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그런 소음에 애써 무관심한 척(?)하는 것 같다. '집회 공화국' 한국이 혹시 인디아보다 더한 “Incredible” Korea! 가가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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