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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웅 Feb 25. 2023

'불가사의'(인크래디블)한 인디아(1)

어느 군사 외교관 이야기 (인디아-파키스탄 유엔평화유지군, 제17화)

국경 아닌 국경 '카슈미르'의 '통제선' 

인디아의 신분상 계급제도(카스트) 

인도의 역사와 신화에 바탕을 둔 힌두교  

신성한 소의 천국


외국인들은, 우리 한국을 “Morning Calm (조용한 아침의 나라, 朝鮮)”이라 부르는데, 인디아는 “참 불가사의한, 믿기 어렵다"는 뜻의 “Incredible India”로 불린다.


국경 아닌 국경 '카슈미르'의 '통제선' 

'시알콧' 인디아 군 기지장과 함께

앞서 수차례 언급하였듯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해 설정된 인디아-파키스탄 간의 국경 아닌 국경인 '통제선'을 따라 배치된 양국군 간의 분쟁을 감시하는 유엔군 정전 감시단은 인디아와 파키스탄을 아무런 제재 없이 오갈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사전에 지정된 통로로만 통과해야 한다. 이 통로를 위해 양국군은 '잠무'와 '시알콧' 지역 등 2개소에 각각 '서로 마주 보는' 통제선상 감시초소를 만들었다. 


 

유엔군에 지원 나온 인디아군 운전병

유엔 정전 감시단은, 매 6개월마다 동계 본부인 파키스탄의 '라왈핀디'를 떠나, 하계 본부가 있는 인디아의 '스리나가르'로 간다. 이 때는 '통제선' 상의 '시알콧'이나, '잠무' 기지를 통과하게 된다. 그런데, 웃지 못할 해프닝은, 양국 군은 유엔군에게 운전요원을 지원해야 하므로, 인디아로 들어갈 때는 파키스탄 군이 운전하는 유엔차량을 양국 통제선 중앙에서 기다리던 인디아군 운전요원이 차량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파키스탄으로 올 때는 그 반대이고..

  

'시알콧' 유엔군 정전 감시기지

양국 간 초소가 일정 거리를 두고 마주 보고 있어 우발사태라도 발생치 않을까 염려하는 분도 있지만, 서로 마주 보는 양국 초소는 오히려, 양국 간 협조관계의 상징이기도 하다. '카슈미르'지역 인디아의 병원 사정은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 병원보다 열악하다. 유엔군에서 긴급환자가 생겨 긴급 시 이곳을 통과하려면 양국 군 기지 간의 협조가 중요하다. 그리고, 이는 이 지역에 근무하는 유엔군 정전 감시단 기지의 역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뉴델리에서 휴가를 내어 아이를 만나려 미국으로 가려던 필자는,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서 여권에 ‘출입국 확인 스탬프’가 없다고 붙드는 인디아 출입국 관리소 직원 때문에 애를 태운 적이 있다. 동계에는 ‘파키스탄’에 머물다, 하계에는 통제선 상 파키스탄-인디아 국경 초소를 통과하여 ‘인디아’로 넘어왔으니, 인디아 측 출입국관리소에는 출입 사실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유엔은 여권에 직인을 찍지 않고 출입증명서만 발급)


출입국 관리 업무 담당관이야 꼼꼼히 여권을 체크하는 게 당연한 일이겠지만, 문제는 유엔이라는 조직의 입장이었다. 유엔군은 업무상 인디아-파키스탄 양국 정부의 합의 하에 ‘카슈미르 분할선 (통제선)’상을 넘나들도록 권한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인디아 출입국 관리소 직원은 인디아 측 통제선 군부대에서 발급한 “유엔 통제선 통과 증명서”를 제시하고, 유엔 신분증을 를 내밀어도 "지시받은 바 없다"라며 막무가내로 우기니... 그로서는, 멀리 북부지방에 있는 분쟁지역을 잘 알지도 못하고, 인수인계도 받은 적이 없었던 이슈였을 것이다.


비행기 탑승 시간이 다가와서 어쩔 수 없이, '인-파 유엔 감시단' 본부에 연락을 취하여 우리 행정관이 그의 상급자와 통화하고 나서야 해결되었다. 1972년에 유엔 결의에 의해 창설된 '유엔 정전 감시단'의 숱한 직원들이 동일한 문제에 직면하였을 터인데... 이들의 업무 인수인계 방식에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유엔군 본부에서 6년째 근무한 행정관의 말로는 공무원들이 교체되면 '꼭 일어나는 사고'라고 했다. 인디아의 공용어가 22개이고 그 밖에, 사용언어가 3372개나 된다니…! 주마다 자기 언어가 있고, 동네마다 방언이 있는 셈이다. 그러니, 공무원들조차 공용어를 다 모르고, 무슨 법이라도 하나 만들어지면 간단한 법조문 설명에도 모든 공용어가 동원되니 책이 한 권 만들어질 판이란다. "아! 정말, '인크래디블' 인디아!"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필자가 이 같은 고통을 겪은 이후에는, 유사한 문제가 여타 유엔 직원들에게 발생치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쨌든, 델리 공항은 그 혼잡함으로 악명이 높다는데, 온통 여권에 신경 쓰는 바람에 별다른 기억이 남아 있질 않다. 하지만, 그 사건으로 "그저, 작은 나라에서 단일 민족으로 살아온 필자가 십 수억의 인구와 수 십 개의 공용어를 가진 다민족 국가를 이해하기란 불가능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한동안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인디아의 신분상 계급제도(카스트) 

그렇게 해서.., 인천을 경유하여 뉴욕행 대한항공 비행기에 올랐지만,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였다. 터번을 두른 시크교도 할아버지의 몸냄새 때문이었는데... 사람의 체취가 그렇게 호흡조차 곤란하게 만드는 것인 줄 몰랐다. 기내는 만석이라 꼼짝할 수 없었고...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로 인천에 도착해서야 할아버지가 내렸다. 이해하기 힘든 것은 항공료인데... 같은 비행기지만, 델리-인천-뉴욕 요금이 인천-델리보다 훨씬 쌌다. 인천을 경유지로 키우려는 정책 탓에 인도인들이 이익을 보았다는 것인데, 이들이 좀 청결했으면 좋았을 거라 생각했다. 인도인들은 무슨 향료를 몸에 뿌리는데, 그것도 너무 향이 강해 불편하지만, 이 할아버지는 그런 것조차 없이 너무 오래된 자연상태의 체취를 방사하였다. 뉴욕공항에서 만난 아이가 코를 킁킁거릴 정도였으니...   

이들이 '갠지스강에 몸을 담그는 것이 목욕이 목적이 아니다'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너무 불편하였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불가촉천민'이라는 용어가 떠오른다. 그 할아버지는 천민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런 냄새 때문에 '손도 대지 못하는 천민'이라는 말이 나오는 건가!? 문득, '스리나가르' 유엔군 본부에서 유엔군 장교들의 의복을 세탁하여 주던 집사 아저씨의 엄청난 헌신이 떠오른다. 인도지역 통제선 주변 지역 순찰을 하다 보면 인디아의 물이 그렇게 맑아 보이지는 않았는데, 어디서, 어떻게 세탁을 하였는지 항상 깨끗하게 다림질해서 가져다주었다. 너무 궁금해서 세탁하는 곳을 가보았는데... 속내의만 입은 여러 사람들이 여러 개의 수조 안에서 세탁물을 밟아서 씻고, 비누칠하고, 막대기로 다지고, 물로 헹구고, 말리고.. 등등 단계별로 분업을 하고 있었다. 마지막 단계가 다림질인데, 다리미가 꽤나 낯익었다. 필자의 중학생시절, 주름진 교복을 다려주던 숯불 다리미와 유사한 다리미였는데, 땀을 뻘뻘 흘리며 손이 안 보일 정도로 능숙하게 해낸다.    


필자를 데리고 간 집사 아저씨는 아무런 말도 하지는 않았지만, 짐작컨대 그 사람들이, 인디아의 신분 계급을 나누는 '카스트' 제도 중 가장 아래 계층인 '수드라'가 아닌가 생각된다. 사실, 우리는 '카스트' 제도가, 힌두교의 승려인 '브라만', 정치, 군사를 담당하는 귀족 계층인 '크샤트리아', 자영농이나 상공업자 등 평민인 '바이샤', 그리고, 농노나 육체 노동자인 최하층 '수드라'로 구분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건 그야말로 대분류일 뿐이다. 이들 각 계층은 그 안에도 피부색(바르나)과, 출생(자티)에 따라 또다시 스물몇 개의 계층으로 세분화된다. 인도는 다인종 국가로서, 백인에 가까운 '아리아'인의 계급이 높고, 피부색이 강한 '드라비다' 족은 천시되는 인종차별이 여전히 남아있다. 그렇지만, 사람들을 상대할 때는 그 사람의 출생(자티)을 따지는 것이 먼저라서, 실제로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피부색보다 출생(자티)이다.  


마냥 행복해 보이는 어느 인디아 가족들 

물론, 인디아 헌법은 이런 차별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한 때, 전 인디아의 수상도 가장 하층계급인 '수드라' 출신이긴 했다. 하지만, 출생(자티)에서 알 수 있듯이, 계층 간 사용하는 이름이나 그들 직업 등에서 신분은 이미 드러나 있어, 사회도 은연중 그에 맞추어 대우한다. 예컨대, 인디아에서는 결혼을 가문의 결합으로 보기에, 좋은 배필을 구하려고 신문에 광고를 낸다. 과거, 우리나라의 무슨 알뜰 정보지에서 찾는 방식인데... 사람들은 자연스레, 여기에 기재된 사람들의 이름이나 직업을 보고 상대를 고르는 식이다. 그러니, 핏줄이나 사회적 관념을 개인의 노력으로 벗어날 길이 없는 셈이다. 


인도의 역사와 신화에 바탕을 둔 힌두교  

힌두교는 가장 오래된 종교 중 하나로, 가원전 1400 - 1500 년에 경전이 나왔고, 또한 수백만 개의 신을 가지고 있는 가장 다양하고 복잡한 종교 중의 하나다. 힌두교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종교지만, 주로 인도와 네팔에만 있으며, 다양한 핵심 신앙을 가진 많은 종파로 나뉘어 있다. 힌두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경전  ‘베다'(Vedas)에는 그들이 신앙의 근거로 삼는 찬송, 주문, 철학, 의식, 시, 이야기들이 포함되어 있다.  


힌두교는 3억 3천만 개의 신을 가진 다신교로 이해되지만, 분명히, 최고의 하나의 “신”인 '브라마'(Brahma)를 가지고 있다. 힌두교도는 ‘브라마’(Brahma)를 우주 전체의 존재와 실체의 모든 부분에 거하는 독립적인 존재라고 믿는다. '브라마'는 비인격적이고 알 수 없는 존재로서, 흔히 브라마(창조주), 비쉬누(보존자), 쉬바(파괴자)의 세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이처럼, 브라마의 ‘양태’에 따라 다양한 힌두교 학파들이 신학 체계를 갖고 있어, 힌두교 신학을 간단하게 요약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런 데다가, 힌두교에는 무신론, 이신론, 심지어 허무주의도 있다 하니, 그러한 다양성 중에서 무엇이 그들을 근본적으로 ‘힌두교’가 되게 하는지 궁금한데...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관건은 어떤 신앙이든 ‘베다’를 신성한 것으로 인정하면 힌두교도이고, 그렇지 않으면 힌두교도가 아니다. 그런 면에서, ‘베다’는 신학 서적 이상의 것이다. ‘베다’는 신화와 신학과 역사를 엮어서 이야기 형식으로 종교의 근본인 종교 신화를 구성하는데, 이런 ‘하나님의 신화’가 인도의 역사와 문화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베다'를 거부하는 것은 인도를 대적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반면에, 어떤 신앙 체계가 유신론, 허무주의 또는 무신론이라 할지라도 그 신앙 체계가 인도 문화와 인도의 ‘하나님의 신화’를 받아들인다면, ‘힌두교’로 받아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이라면 서로 다른 모순과 충돌 때문에 논리적인 일관성과 합리성을 추구하는 서구인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인도인들은 역으로, 그리스도인들이 ‘여호와 하나님을 믿는다’라고 하면서도 그들의 삶이 그리스도를 부인하는 무신론자처럼 살아간다면, 이것 역시 논리적이 않지 않느냐?라고 반문한다. 결국, 힌두교도의 문제는 논리적인 모순이지만, 그리스도인의 문제는 위선이라는 시각이다. 


힌두교는 '모든 사람이 신성하다'라고 확언하고, 인간의 자아는 '브라마'와 하나로 보기에, '브라마' 외의 모든 현실은 단순한 환상으로 간주한다. 그렇기 때문에, 힌두교도의 영적인 목표는 '브라마'와 하나가 되어, ‘개인적인 자아’의 환상적인 형태를 벗어나는 것으로 이를, 불교에서 말하듯 ‘해탈’이라고 본다. 그리고. 힌두교도는 이 ‘해탈’이 성취될 때까지 ‘오직 '브라마'만 존재하고 다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진리의 자아실현을 추구한다. 마치, 불교에서 득도하면 '부처가'가 된다고 믿듯이... 그리고 이를 이루기 위하여 인생은 반복적으로 윤회한다고 믿는다.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사상과 맥을 같이 하는 듯하다. 또한, 이 윤회사상, 즉 사람의 환생은 ‘카르마’라는 ‘자연의 균형에 의해 지배되는 원인과 결과의 원리’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는다. 다시 말해, 과거에 행했던 일은 미래의 삶과 미래에 일어날 일까지 연관되어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뜻이다. 업보라는 거다.


힌두교 사원입구와 석상

이런 것을 보면, 불교가 힌두교의 한 지파에서 발전하였다는 사실에 수긍이 간다. 그렇지만, 힌두교는 거의 모든 신앙 체계에 있어서, 성경적인 기독교와는 배치되는 듯하다. 수많은 잡 신에 비해 유일신을 믿고, 하나님의 천지창조, 인간의 형상과 오직 한번 사는 삶, 예수에 의한 구원 등등에서 보듯, '하나님이자 사람'이시며 인류의 구원을 위한 유일한 원천이신 구세주를 인식하는 기독교에 대해, 모르거나 반대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성한 소의 천국

힌두교 하면 누구나 '소'를 떠올린다. 그럼, 힌두교는 왜, 소를 숭배하며 신성시할까? 힌두교에서는 수십 억의 신이 만물에 깃들어 있다고 믿는데, 특히 소의 몸에 많은 신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디아 인구의 80% 이상이 힌두교도라 이들이 신성시하는 소가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다녀도 차도, 사람도 소의 활보를 방해할 수 없고, 많은 주에서는 소 도축과 판매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어 소를 먹거나 다치게 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소라고 다 같은 소는 아니다. 어깨에 혹이 있어 ‘혹소’라고도 불리는, 인도가 원산인 브라만(Brahman)종 소가 숭배의 대상이 된다. 


자유롭게 노니는 인디아의 검은 소, 흰 소. 우리나라 소와 달리 모두 등에  혹 같은 것이 불룩 솟아나 있다. 
원형으로 담벼락에 붙여서 건조 중인 소똥. 주요한 땔감이다. 

이처럼, 힌두교도가 이런 소를 숭배하는 것은 다분히 실용적인 이유 때문이다. 초기 힌두교 경전 ‘베다’에는 축제에서 소를 잡아 나누어 먹었다는 기록이 나오지만, 인도가 농경사회로 진입하면서 농사에 큰 역할을 담당하는 소의 중요성과 필요성으로 소를 보호하게 되었다고 한다. 소는 그 어느 동물보다 농사에 요긴하고, 우유와 버터를 제공하는 중요한 영양 공급원이다. 


이 때문에, 힌두교도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소는 우유를 생산하는 암소로서, 배고픈 농민들에게 어머니 같은 존재로 인식되었다. 특히, 힌두교 신들 중 자비의 신 '아디티'가 암소의 보호자여서, 힌두교도는 암소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보호받는다고 믿어왔다. 뿐만 아니라, 소는 그 배설물까지도 말려서 연료나 건축자재로 사용할 만큼 쓸모가 많은 존재였다.


이처럼, 대중들의 소를 향한 애착을 꿰뚫어 본 지배계층인 힌두교 승려인 '브라만' 계층은 힌두교의 확산을 위해 소의 신성성을 더 강조했고, 결국 인도의 힌두교는 불교 등 경쟁 종교를 제치고 주류 종교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힌두교도가 80% 이상인 인디아에서도 식용으로 소를 먹는 그룹이 있다. 인도네시아에 이어 인도에는 세계 2위인 2억여 명이상의 이슬람교도들이 있다. 이들은 소고기를 먹는다. 비록, 힌두교도가 '신이 깃들어 있다'라고 믿는 일반 소는 아니지만, 물소 등 3억 마리 이상을 사육하여 전 세계 소고기 수출량의 약 20%가량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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