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웅 Feb 23. 2023

인디아의 '골든 트라이앵글'(황금 삼각지)

어느 군사 외교관 이야기 (인디아-파키스탄 유엔평화유지군, 제16화)

정치와 역사의 병존, 뉴델리와 오울드 델리

국력을 기울인 황제의 순애보 - 타지마할

핑크색 도시 '자이푸르'

오울드 델리 - 아그라 (타지마할) - 자이푸르


정치와 역사의 병존, 뉴델리와 오울드 델리

인도의 수도는 뉴델리로 알고 있으나, 공식 명칭은 델리 국가수도직할구(National Capital Territory of Delhi)이다. 델리는 인구 약 2천여 만 명이 몰려사는 거대 도시이며, 17세기 이슬람 왕조인 무굴제국의 왕 '샤 자한'이 건설한 유적지를 중심으로 한 오울드 델리와 영국이 식민지 시절 건설하여 주요 정부 관청이 몰려있는 뉴델리로 구성된다. 이처럼, 델리는 역사와 전통이 오랜 만큼 다양한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뉴델리의 중심 ‘라지 파스‘는 오울드 델리의 남쪽지역으로 넓고 잘 정리되어 있다. 그 중심에는 제1차 대전 당시 희생된 군인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위령탑인 '인디아 게이트'(인도 문)가 있고, 이 길은 대통령 궁까지 이어져 있다. '인도문'의 경우 넓은 지역에 세워진 광대한 석조 예술 건물이라는 것 외에 별다른 볼거리가 없어 좀 밋밋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예술가적인 장인정신을 모르고 겉모습으로만 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이 길을 중심으로 넓은 잔디밭이 있고 국회, 행정부의 각 부서 및 기관들과, 국립 박물관 등 현대 문화 시설도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뉴델리에는 수도답게 현대적인 쇼핑몰과 호텔 체인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오울드 델리가 간직한 인도의 문화유적은 그 무엇보다도 예술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델리 붉은 요새(레드 포트)

예컨대, 뉴델리가 수도의 기능을 갖고 있음에도, 매년 독립기념일마다 총리가 연설하는 주요 무대로 인디아의 심장역할을 하는 곳은, 오울드 델리의 중심지에 있는 '레드 포트'(Red Fort)라는 성이다. '레드 포트'는 적갈색의 모래로 만들어진 '사암'이라는 돌로 지어졌기 때문에 "붉은 요새"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이는 무굴제국의 위엄을 보여주는 이슬람 스타일의 고대 건축물로서, 500년이 넘은 무굴 왕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기에 좋은 곳이다. 


오울드 델리 '자마' 모스크 앞

무굴제국 5대 황제 '샤 쟈한'은 1638년 5월 12일 수도를 '아그라'에서 '델리'로 옮기기로 결정하고, '붉은 요새'라는 황궁을 건설하였고, 무슬림답게 '붉은 요새' 건너편에 동시에 높은 첨탑과 3개의 돔으로 건축된 거대한 '자마' 모스크를 건축했다. 붉은 요새는 '샤 자한' 황제가 폐위되면서 황궁으로서 빛을 보지 못했지만, 2만 5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인도 최대의 모스크인 '자마' 모스크는 지금껏 힌두교가 국교인 인디아의 수도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후마윤' 정원식 묘지 건물

'후마윤' 묘지는 인도에서 페르시아식 정원 형태를 가진 첫 번째 정원식 묘지 건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무굴 제국 황제 '후마윤'의 미망인이었던 '하미다 베굼' 황비가 사망한 황제를 그리며, 1562년에 짓기 시작해 1570년에 완성되었다. 거의 80여 년 뒤에 건축된 '타지마할'과 유사한 형태의 건물로 타지마할 건축에 영감을 준 것으로 보인다. '타지마할'이 죽은 황비에게 바친 황제의 사랑이라면, '후마윤'은 죽은 황제에게 바치는 미망인의 사랑이었다. 


유엔군 정전감시단 뉴델리 연락 사무소

필자가 근무한 유엔군 정전감시단은 인디아 군과의 연락 및 협조 임무를 위해 군사부 소관으로 인디아의 수도인 뉴델리에 연락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어서, '스리나가르' 하계 본부에 있던 필자는 수시로 이곳을 들렀다. 마침, 뉴델리에서의 업무를 마친 후, 곧바로 휴가를 얻고, 대사관 직원의 도움으로 인디아의 황금삼각지대라는 유명한 '델리 - 아그라 - 자이푸르' 지역을 둘러보았다. 


국력을 기울인 황제의 순애보 - 타지마할

타지마할 사원

'아그라'에 가면, 또다시 인디아를 “Incredible India!”로 외치지 않을 수 없다. 정말 놀라서다. '아그라'는 6세기부터 19세기까지 인도를 점령한 이슬람 왕조 무굴 제국의 수도로서, 17세기 5대 황제 '샤 자한'이 델리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 무굴왕국의 중심지였다. 이곳 ‘아그라’에 가면, 그 웅장함이나 아름다움으로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인 이슬람 건축물인 ‘타지마할’(Taj Mahal)이 있다.  


티지마할 사원

1653년에 완공된 인간이 만든 최고의 걸작품이라는, 이 '타지마할'에는 무굴제국 황제 '샤 자한'과 황비 '뭄타즈 마할'의 슬픈 사연이 얽혀있다. 아내를 끔찍이도 사랑한 '샤 자한'은 황비가 아이를 낳던 도중 사망하자, 슬픔에 가득 찬 '샤 자한'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으로 그녀를 위로하려고, 당시 전 세계의 장인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델리의 '붉은 요새를 설계한 당대 최고의 건축가인 Ustad Ahmad Lahori 가 설계하였다. '타지마할'은 1639 년 5 월에서 1648 년 4 월 사이에 지어졌는데,  값비싼 건축자재를 사들여 22년간 2만여 명의 인부와 1,000여 마리의 코끼리가 투입되었다고 한다.


타지마할 사원 내부의 장식

'샤 자한'과 황비 '뭄타즈'가 함께 잠들어 있는 '타지마할'은 기하학적으로 완벽한 건물이라고 한다. 예컨대, 특이한 것은 묘궁을 둘러싼 이슬람식 첨탑은 50m 높이의 첨탑들인데 인간의 안구 굴곡을 고려하여 이걸 약간 밖으로 휘게 만들어서, 휘어진 첨탑이 직선으로 보이게 하는 동시에 혹시 지진이 나서 첨탑이 무너지더라도 바깥으로 무너져, 묘궁이 파괴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타지마할은 빛과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다르다고 한다. 낮 시간대에 방문한 필자는 확인하지 못하였지만, 아침에는 순백의 꽃봉오리처럼, 저역에는 금빛 노을처럼 빛난다고 하니... 새삼 감탄스러울 뿐이다.


아그라 성곽

그리고, ‘아그라’에는 ‘타지마할’ 외에도 꽤 이름난 ‘아그라’ 성도 주변에 있다. '아그라' 성은 성곽외부 해자 길이 2.5Km, 성벽높이 20여 m의 철옹성으로 무굴제국 황제들이 살았던 궁궐과 모스크, 정원 등이 그대로 남아있다. 이 성은 무굴제국 ’ 악바르‘ 대제가 건설한 뒤 증축을 거듭하다가 '샤 자한'에 의해 완성되었다. '샤 자한'은 '아그라' 성에서 손을 뻗으면 잡힐 듯한 '타지마할'까지 구름다리로 연결하겠다는 구상까지 하였으니, 그의 순애보는 누구 못지않은 눈물겨운 감동이었다. 하지만, 국왕으로서 사랑의 감정을 절제하지 못한 그의 '타지마할' 축조로 엄청난 국고가 거덜 나며 백성의 원성이 높아지자, 아들인 ’ 아우랑제브‘마저 반란을 일으키고 '샤 자한'을 폐위시켜, 그는 8년 뒤 죽을 때까지 '아그라' 성에 감금되었다.  


아그라 사원

'샤 자한'이 델리지역에 건축한 '자마' 모스크보다는 작지만, 그래도 오래된 이슬람제국인 무굴 제국의 수도였던 곳이니 만큼, '아그라'에도 커다란 모스크도 있다. 지금도 많은 무슬림들이 이곳을 방문하기도 하는데, 기다란 복도에 앉아서 꾸란 경을 외우고 있는 이들도 많았다. 






핑크색 도시 '자이푸르'

'하와 마할' - 바람의 궁전 

황금 삼각지의 마지막 방문지인 ‘자이푸르’는 '라자스탄'주의 주도로서 화려한 색깔의 18세기 건축물들이 모두 분홍색이라 ‘핑크시티’로 잘 알려져 있다. 1876년 당시 '라자스탄' 왕 '마하라자 싱'이 식민지배를 하던 영국의 '앨버트' 왕자의 방문을 환영하기 위하여 도시전체의 모든 건물을 분홍색으로 칠하게 하는 법을 통과시켜 도시 전체가 분홍색이 된 탓으로 '핑크 시티'라고 불리게 되었다. 

바람의 궁전 '하와 마할'의 측면

이런 건물들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바람을 잘 통하게 하려는 특이한 양식의 ‘바람의 궁전’이다. '하와 마할'이라는 이 건물은, 세상밖 출입이 제한된 왕실의 여인들이 궁궐 안에서 창을 통하여 거리와 축제 등을 볼 수 있도록 하였는데, 이 때문에 바람이 잘 통하는 격자형 창문으로 만들어진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자이푸르 '앰버' 팰리스

'아메르(Amer) 성' 혹은, 성의 색갈이 황색이라 하여 '앰버 요새'(Amber Fort)나 '앰버 팰리스'(Amber Palace)로 불리는 ‘아메르’ 성은 '마하라자 싱' 왕의 궁전이었다. 그는 특이하게도, 도시 전체를 '핑크 색'으로 칠하라고 명령하였지만, 정작 자신의 궁은 황색으로 남겨 두었다. 산 위의 거대한 왕궁에는 '거울의 궁전' 등 다양한 궁전이 있고 하나같이 볼만한 건축물이다. 특히, 이곳의 날씨가 매우 더워서 실내 관광을 하게 되는데 궁전의 홀이나 정원을 찾으면 피서에 도움이 된다.  


분홍색 도시라지만, 이곳의 시티 투어는 산 위에 건축된 황색 성인 '앰버' 펠리스에서 코끼리를 타고 천천히 성곽길을 내려오면서 시작한다. 더위 속에서도 오래된 성곽을 돌아보는 ‘코끼리 여행’은 매우 특이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이 도시에서 북서쪽으로 약 40Km 떨어진 '반가라'라는 도시가 유령도시로 세계적으로 유명한데... 그런 선입관 때문일까? 굉장히 많은 유적이 있는 인구 300여만 명의 이 도시마저도 뭔가 다소 스산한(?) 느낌이었다. 


'자이푸르' '앰버 팰리스 성에서 코끼리 투어

인디아 여행은 여유로움 속에서 무굴제국의 찬란한 문화를 둘러볼 수 있었다. 하지만, 필자로서는 인디아를 알면 알수록 뭔가를 언급한다는 게 두렵기만 하다. 사실, 인디아 전역의 수백 분의 일에 불과한 곳을 다녀온 주제에 인디아를 논한다는 게 얼마나 “어불성설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가는 곳마다 널려있는 유적지 하나 하나로부터 또 다른 감동을 받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역시, 인디아는 “Incredible India!”였었다…

작가의 이전글 아름다운 자연과 억압받는 사람들 - '스리나가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