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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웅 Mar 15. 2023

생활 속 ‘차이와 다름’

생활 속 차이와 다름’의 사례 - 돈

'라운드 어바웃'과 좌측통행

서로 다른 색갈과 소리

동, 서양의 숫자 부여 방식 차이



2달러와 6펜스

세계 각지를 여행하다 보면, 그동안 살아오면서 배우고 익혔던 지식이나 상식과 다르거나 모르는 것이 어찌나 많은지..?! 무게(그램, 파운드)나, 길이(미터, 인치), 속도(마일, 킬로) 등 각종 척도의 단위와 온도(섭씨, 화씨)의 단위도 나라마다, 지리적으로 근접한 국가 간 사이에도 서로 다르다. 여행을 위한 환전에도, 한국 등 대부분 국가의 화폐는 1, 5, 10 단위로 되어있지만, 유로나 달러는 $2짜리, $20라는 작은 단위를 추가하여 1, 2, 5, 10, 20 단위로 사용하니 매우 편리하다. 그런데, 대부분 화폐는 10진법이지만, 영국에서는 ‘달과 6펜스’라는 소설 제목에서 보듯, 화폐에서도 12진법을 사용하여... 여전히 10진법과 12진법을 병용하는 듯하다. 


미국 2달러 화폐와 영국 6펜스 주화 

돈에 대해서는 우리는 물건값 등에, 뭐가 자잘하게 뒤에 붙는 것을 싫어하여 부가세를 미리 포함시켜 2만 원, 5만 원 등 둬 끝을 소비자에게 편하도록 맞추지만, 미국이나 서구는 2만 원, 5만 원 등 물건값은 물건값이고, 세금은 세금이다. 물건값 뒤에 국가에 낼 세금을 덧붙인다. 그러니, 지불하는 사람 입장에서 계산해 줄 금액이 복잡하다. 동전도 필요하고… 현금을 사용하는 일본에서 여행하면 쓰다 남은 동전 때문에 주머니가 묵직하다.


'라운드 어바웃'과 좌측통행

외국에서, 차량으로 여행해 보면, 국가별로 교통법규가 다르기도 하다. 유럽의 고속도로를 달릴 때는, 추월차선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 성미 급한 필자는 확 뚫린 1차선을 마냥 달리고 싶었지만, 1차선은 추월 시만 이용한다는 조언에 꾹 참았다. 그리고, 누가 1차선에 있다 해서 2차선을 이용하여 추월하는 것도 불법이다. 물론, 1차선에서 차가 없다고 느림보 운전을 하다가는 다른 차량의 운행 방해로 신고를 당할 수도 있다. 비엔나에서 베네치아로 가다보면 이태리 북부 고속도로는 그야말로 한동안 일직선이다. 시속 230Km를 넘나 든다.

 

캐나다에서 의무화된 주간 헤드라이트 점등

그런데, 미국에서 국경을 넘어 캐나다로 들어가면, 처음 느껴지는 게 자동차들이 낮에도 모두 헤트라이트를 켜고 다니고.. 연방정부는 1989년부터 캐나다에서 시판되는 모든 차량에 한해 주간등(Daytime Running Lights) 의무화했다따라서 일단 시동을 걸면 헤드라이트가 무조건 들어온다. 2021년부터는 테일라이트까지 자동으로 켜졌다. 


이처럼, 현지 교통법규가 나라마다 다르니, 운전대가 좌측(독일 등 대륙식)인 차에 타던 운전자는, 우측(영국 등 영연방국가, 일본과 말레이 등 동남아 국가 등) 차를 운전하면, 운전대에 익숙할 때까지, ‘라운드 어바웃(영국식 회전 로터리)’ 진입에도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우리나라에도 곳곳에 '회전로터리'가 많이 생겼다. 가끔, 익숙지 않은 상대를 위해 멈춰 주는 차량도 있는데, 여기서는 항상 회전하는 차량이 우선이다. 


우측보행 캠페인 (출처: 연합뉴스)

보행자도 얼마 전부터 '좌측통행'을 하지 말고, '우측통행'을 하자고 캠페인을 벌였다. '좌측통행'은 해방 직 후부터 어릴 적 도덕 교과서에도 강조되었는데, 이게 바뀐 거다. 이런 규정은 자동차 운전대의 위치에 따라 정해진 거지만, 일본 사무라이의 전통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칼 찬 무사가 칼집을 툭치면 '대결을 신청한다'는 뜻으로, 왼쪽에 칼을 차고, 우측통행을 하면 칼집끼리 부딪칠 수 있어 의도치 않게 싸움이 나서 좌측통행을 강조했다는 거다. 


서로 다른 색갈과 소리

색갈이 주는 느낌도 문화권별로 다소 다른 듯하다. TV 등 언론에서는 주식이라든가 유가 등 각종 지표의 상승과 하락을 표시할 때 눈에 쉽게 띄도록 여러 색깔을 사용한다. 일본이나 한국은 주가 등 각종 지표가 오르면 뜨겁게 달군다는 뜻일까? 빨간색으로 표시하고, 내리면 차갑게 식는다는 뜻인지 파랗다. 반면에, 블럼버그 등 서구의 TV에서 각종 경제지표는 올라가면 녹색, 내려가면 빨간색이다. 서구는 녹색을 ‘안전’이나 ‘부러움’이나 시기, 질투의 상징으로 보지만, 빨간색은 ‘금지’의 의미다. 서구는 회계장부에 손해 나면 빨간색으로 표시한다. 이건 한자도 유사한데, 회사나 가계에 손실이 나면 ‘적자(赤字)’라고 빨간색 펜으로 쓰고, 이익이 나면 ‘흑자(黑字)’라고 까만색 펜으로 쓴다. 중국과 서구의 적자(赤字) 개념은 손해를 의미하나, 우리에게 빨간색 의미는 상황별로 다르다. 


자연 현상에 대한 표현도 다른 듯하다. 우리는 무지개를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의 7가지 색으로 표현하지만, 미국과 영국은 6가지, 그리고 프랑스와 중국은 5가지 색깔로 본다. 우리의 눈이 색깔 구별력이 뛰어나다는 소릴까? 그리고, 소리를 듣는 귀의 인식도 다르다. 닭 우는 소리도, 우리는 '꼭꼬댁~ 꼬고'지만, 서구는 '쿠르드~ 꾸르'이고, 돼지 우는 소리는 '꿀~꿀'인데, 저쪽은 '꼬잉~꼬잉'이다. 더 나아가, 음악에서도 서구는 '도레미파솔라시' 7 음계고, 중국은 '궁상각치우'이고, 우리 국악은 12 율이라고 한다. 색깔과 소리에 대한 한국인의 예민함이 우리의 아이돌 등 한류 인기와 관계가 있을까? 


동, 서양의 숫자 부여 방식 차이

건물의 층수 개념도 우리와 다르다. 건물 층수가 미국, 일본, 우리에게는 지상층이 1층이지만,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서구에는 ‘영(零)의 개념이 있다. 때문에, '지상층'(독일어로 Erdgeschoss)이 있고 그 위층부터 1층, 2층 하는 식이다. 나이도 그렇다. 서구인은 태어나면 0살이고, 1년이 지나야 만 1살이 되는데, 우리는 아이가 생겨 엄마 태아 속에서 자랐던 기간을 감안하였거나, 영아 사망률이 높아서 빨리 성장하길 원했던 탓인지, 아니면, 장유유서(나이에 따른 서열 의식) 때문인지, 태어나면 바로 1살이었다. 


유럽 주요 도시까지 거리 표지판

우편물 주소의 지번 등 주소 제도의 시작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 때 '비엔나'에서 시작되었다. 도시 형성이 자연적이냐? 계획적이냐? 에 따라 다르겠지만, 원칙은 도로의 좌우를 홀수와 짝수로 나누고, 남에서 북으로 갈수록 커지는 ’ 거리명‘ 지번을 부여하였다. 그런데, 주소를 쓸 때, 서구는 확산형이지만, 동양은 수렴형이다. 서구나 이슬람은 내 집 번지부터 쓰고 다음에 내가 사는 거리명이나 내가 속한 행정구역으로 써간다.

 

하지만, 일본이나 우리는 나보다, 먼저 내가 속한 국가를 쓰고, 그다음 도시, 거리, 동네 그리고 내 집 순으로 기재한다. 즉,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 000번지’으로 큰 구역부터 시작한다. 아마도, 우리는 자신을 낮추는 겸손을 덕으로 여겨, ‘우리’라는 존재를 먼저 내세우고, ‘나’라는 존재는 맨 마지막에 두었기 때문일까? 이는 군부대에서 소속을 쓸 때도 유사하다. 사단, 연대, 대대, 중대, 소대, 분대 다음에 ‘나’다. 그러나, 미군은 우리와 반대로 ‘나’부터 시작해서 작은 부대로, 큰 부대로 올라간다. 이걸 보면, 사고의 개념이 우리가 'Top-down'이라면 이들은 'Bottom-Up'이다. 통제와 지시, 평등과 의견수렴의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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