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

SOVAC 2023을 다녀와서

by 아무말

국내 ESG 컨퍼런스로 꽤 알려진 SOVAC에 다녀왔다.


난 컨퍼런스를 좋아한다. 대학에 다닐 땐 연구 컨퍼런스를 많이 다녔고, 요즈음엔 관심사에 따라 소셜임팩트, 데이터분석, ESG 컨퍼런스에 이따금씩 참석한다.


컨퍼런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열정적이고 프로페셔널한 사람들 사이에서 나도 덩달아 에너지를 얻기 때문이다. 관심있는 주제의 세션에 찾아가 최근 동향을 그들의 입을 통해 직접 듣고, '아,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아, 요즘엔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구나' 머릿속에 작은 전구들이 하나둘씩 켜진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손쉽게 정보를 얻지만, 오프더레코드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만 전달된다.


SOVAC은 소셜벤처, 임팩트투자, ESG가 키워드다. 지구, 소외된 사람들, 세상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은 사업가들, 연구자들, 투자자들, 기업들이 한곳에 모인다. 내 업무상 '환경(E)'에 치우친 정보만 받는 경향이 있는데, 이곳에 오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S', 즉 Society 주제로 일어나는 여러 프로젝트들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참석한 첫번째 세션에서는, Barrier Free를 주제로 SKT, 카카오, 네이버에서 발표와 토론을 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카메라 속 화면을 설명해주는 설리번 서비스 등 ICT 기술을 활용한 사례, 어플이나 웹서비스에서 접근성이 어떻게 다루어지고 개선되어왔는지를 보여주는 카카오와 네이버의 사례가 소개되었다. 네이버의 '널리' 서비스는 접근성 문제를 직접 체험하고 개선을 위한 교육자료를 제공한다. 직접 해봤는데, 손가락이 없다면, 눈이 안보인다면 인터넷을 쓰는게 정말 어렵다는 걸 짧은 시간에 몸소 느꼈다. 앞으로 웹사이트를 만들거나 웹개발을 할때 대체텍스트(시각장애인을 위한 이미지 설명글)라도 꼭 넣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점심시간에는 호텔에서 제공하는 샌드위치 런치박스가 제공되었다. 이 행사는 ESG에 대한 행사인 만큼 최대한 쓰레기를 덜 배출하고 재활용 제품을 많이 사용한다. 사탕수수 종이컵을 제공하고 현수막은 업사이클링 한다. 그래도 아직 갈길이 멀다. 런치는 비건 옵션이 없었고(육류는 채소류에 비해 생산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이 월등히 많다), 굳이나 모든 음식을 종이박스에 담았다(플라스틱을 대체한다고 하나, 종이는 플라스틱보다 무겁기 때문에 운반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이 더 높다. 가장 좋은 것은 될 수 있으면 일회용은 안쓰는 거다). 버려지는 엄청난 쓰레기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행사장 한켠에는 부스 전시장이 마련되어 있다. 모든 부스에 방문해 이야기를 나눴다. 누구와 협업할 수 있을지 알아가고, 최근엔 어떤 기술과 활동들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배우고, 이들이 야심차게 내놓은 여러 마케팅 수단들을 직접 체험해보며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에 대한 인사이트도 얻는다. 여러 마케팅 활동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건, 내 취향에 맞는 청년마을을 찾아주는 활동이었다. 심리테스트를 하듯이 내 취향을 선택하다보면 내 취향에 맞는 마을을 추천해준다. 내 결과는 경상북도 영덕군 뚜벅이마을. 한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걸 보니, 이 마케팅은 꽤 성공적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참여한 세션의 주제는 '기후위기'.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과 투자, 정책 혁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D3쥬빌리파트너스의 기후테크 투자경험, 아마존의 2040 넷제로 선언과 기후기술 투자, 그리드위즈의 데이터를 통한 재생에너지 혁신,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인 하윤희 고려대 교수님의 에너지 정책 이슈 발표가 있었고, 이어 토론에서는 기후 위기 속에 어떤 투자 기회가 있는지, 에너지 혁신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논의했다. 일반적으로 이런 주제에서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오고가지만, 오늘의 행사는 직접 경험한 스토리가 공유되어 더 와닿았다. 아마존은 저렇게 수십억씩 투자해가며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공격적으로 확산하고 있는데(재생에너지는 결국 태양, 바람을 잘 확보할 수 있는 지역 선점이 정말 중요하다.), 우리 기업에 정말 필요한 것들을 보지 못하고 에너지로 정치공세만 하는 우리나라 현실에 눈을 질끈 감았다가, 아니야 아직 희망이 있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마음을 다잡아본다.


컨퍼런스 후 내가 하고 싶은 일, 해야하는 일,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이 무수히 떠오른다. 생각의 지평이 조금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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