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이 여행이다

선유도공원에서 업무 체험기

by 아무말

프리랜싱을 시작한 후 출근 여행을 시작했다.


청년 창업가들을 위한 무료공간, 풍경이 좋은 카페와 도서관을 검색해본다. 길을 가다 우연히 머물고 싶은 작업공간을 발견하면 나만의 워케이션 지도에 저장한다.


오늘의 출근여행지는 선유도 공원이다.

선유도는 외국 친구들이 오면 꼭 데려갈 정도로 애정하는 공간이다. 쓸모가 없어진 공간을 허물어 흔적을 없애고 새 건물을 떡하니 짓는 일이 만연한 요즘, 보기 드문 공간이다. 옛 정수장 시설을 자연과 버무리니 꽤 그럴듯한 빈티지 공간이 되었다.


나의 출근여행에는 두가지 목적이 있다.


첫째, refresh. 더 넓은 세상을 보겠다고 프리랜싱을 시작했으나, 프로젝트가 많아 바빠지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물론, 에어컨바람 춥고 같힌 공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셔야하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보다야, 쾌적한 우리집 발코니에서 산을 바라보며 살랑이는 바람을 느끼며 유치원 아이들 웃음소리와 새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일하는 지금 환경이 훨씬 좋다. 다만, 새로운 공간에 대한 갈증이 있을 뿐이다.


둘째, 노마딕 실험. 디지털노마드 로망이 있다지만, 현실적으로 어디서든 업무가 가능할지 실험하는 거다. 인터넷이 불안정할 수도 있고, 앉는 자리가 불편할 수도 있고, 주위가 시끄러워 집중하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선유도 출근은 실험적이다. 지금까지는 익숙한 카페나 도서관에서 주로 작업했다면, 공원에 한번 도전해 보는거다.


출근길에 날씨를 확인한다. 볕이 다소 강하지만 바람이 선선해서 야외라도 그늘이라면 괜찮을 것 같다. 며칠 집에서만 일하다 오랜만에 햇볕 쬐며 걸으니 살아있는 느낌이다. 두 다리 근육이 움직이는 느낌이 조금 낯설기까지 하다.


공원에 도착해 작업할 공간을 물색한다. 앉아서 작업할 자리가 있는지 지도와 블로그 사진으로 미리 살펴보았다. 바로 카페를 갈 수도 있었지만, 실험정신에 어긋나기에 벤치를 유심히 살핀다. 돗자리도 챙겼으니 여차하면 잔디밭에 앉아서 일하면 된다. 작업하다가 드러누웠다가 또 작업하는 상상을 하며 혼자 흐뭇해진다.


둘러보니 정자가 있고, 벤치도 있는데 노트북 작업을 하기엔 불편해 보인다 - 종이에 아이디어를 끄적이는 날엔 좋은 작업공간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좀 더 걸어 들어가본다. 지도에서 본 카페가 보이는데, 쎄하다. 휴무일이 아닌데 사장님 사정상 영업을 안하신다. 하지만 반갑게도 카페 옆 커다란 버드나무 그늘 아래 테이블과 의자가 눈에 보인다. 오늘의 내 사무실이다.



자리에 앉아 한강을 눈에 잠시 담아주고 그 위에 하늘거리는 버드나무잎에도 잠시 눈길을 준다. 노트북과 마우스, 커피가 담긴 텀블러를 꺼내고 업무를 시작한다. 서울 공공와이파이가 잘 터지고, 테이블 높이도 적당하다. 뷰는 말할 것도 없고. 집중하다가 간간이 올려다 보는 하늘이 좋다.


선유도 출근여행 한줄평

커피머신 소리 대신 새소리, 에어컨 바람 대신 강 바람이 있는 공원형 오피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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