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오래 다니면 모두들 바램이 비슷해 진다. 대학때 세상을 구하기 위한 어떤 프로젝트를 구상하였건 ‘강남에 집 한 채 있었으면…’, 혹은 ‘꼬마 빌딩 하나 마련해서 편안한 노후를 보냈으면…’ 하는 세속적 소망이 생긴다. 97학번인 내 또래 ‘뒤늦은 민주화’와 ‘한미 FTA 규탄’을 부르짖었던 친구들조차 술자리에서 만나면 어떤 주식 사야하냐고 물어본다.
그나마 대출 끼고 겨우겨우 한 채라도 마련한 ‘성공한’ 빚장인(빚지고 아파트 사서 직장 다니는 사람들.... 내가 지어봤다)의 경우 ‘소박한’ 소망이라고 명명할 수 있겠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아직 근처에 가지 못한 직장인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다.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즘 들어서 그렇게 부부싸움이 많다고 한다. 재테크는 여자가 보통 잘한다는 진리를 어기고 어설프게 아는 남편들이 내집마련의 목표를 연기시켰다가 진정한 ‘꿈’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그렇다고들 하는데, 참 가슴 아픈 이야기다.
블룸버그에는 ‘강남집값인덱스’ 라는 것이 있다. 영어로는 ‘South Korea House Price Kangnam’ 인데 KB은행에서 제공한 강남 주택매매가격 지수를 data화 해 놓은 지표다. 강남이라고 하는 서초, 강남, 송파의 빌라, 주택, 아파트, 연립 등 주거의 매매가격을 평균화 해 놓은 지표로 우리가 생각하는 청담, 대치, 도곡 등의 ‘투기적 핫 플레이스’의 집값 추이는 아니더라도 세속적 소망의 추이 정도는 가늠이 된다. 내 경험으로는 이 지수의 제곱을 하면 흔히 얘기하는 아파트 가격의 추이가 나올 듯 한데, 정확한 검증은 안 해봤다. 그저 은마아파트 2011년 1월 가격과 2020년 말 가격을 비교할 때 2배 조금 넘는다는 사실과 위 인덱스의 제곱이 2배 정도 된다는 사실에 기인한 것 뿐이다.
수익률도 수익률이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강남 집값의 방향성과 변동성이다. 부동산이라는 OTC거래(over the counter, 장외거래)의 특성상 매매가 매일 이루어져도 이렇다할 플랫폼이 없고 모두다 덤벼들어 거래할 수 없는 진입장벽이 중세시대 해자(MOAT)와 같은 성격상 사고자 하는 이의 수요가 더 ‘절실히’ 반영되어 우상향을 대부분 그리고 있고, 100% 동의는 되지 않지만 정권별로의 특성이 반영되는 느낌도 있어 예상이 되는 가격 흐름일 가지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집을 사는 사람들을 투자자라고 명명하는 것이 조심스럽기는 하다)로 하여금 방향성을 리드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한다는 생각도 해볼 수 있다.
<과거 정권과 강남집값인덱스>
출처 : bloomberg
다시 돌아가, 아쉽게도, 아니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직장인은 이렇게 우상향의, 어떻게 보면 예측도 가능한 노다지의 시장에 진입하는 일은 이래저래 쉽지 않아졌다. 보유 시 세금도 세금이고 자금의 출처까지 밝혀야 하며, 중요한 건 정부가 대출을 규제하여 빚장인 삶에서 우리를 구원해 주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강남에 집사는 것은 살아생전 연봉 1억을 넘게 받아도 불가능하다.
이 우수한 투자 자산의 장점 중에 언급하지 못한 항목이 있다. 바로 변동성이다. 부동산은 계약자들 끼리 밖에서 만나 공인중개사와 함께 공인된 계약을 하는 프로세스로 구성되어 있어, 주식이나 채권거래처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개 시장’을 구성한 것은 아니다. 주식이나 채권대비 그 체결 빈도수가 적고 거래 금액과 조건도 매우 다양하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격의 변동성이 적다. 이 또한 수요가 공급을 확실히 이기기 때문이다. 강남집값인덱스 만을 놓고 보면 나름 흔들리는 것 처럼 보이지만, 주식 차트와 이를 함께 비교하면 매우 견조하고 단단한 바위 능선을 그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거기에 ‘강남불패’ 라는 많은 사람들의 신뢰와 신념을 더한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자 그럼 여기서 정리해보자. 직장인은 이제 강남에 집사는 건 틀렸다. 대치동 레미안 팰리스는 계산하기 쉽게 평당 1억이라고 한다. 30평대가 30억대이니….. 그러나, 강남에 집을 사려는 현상이 좋은 주거환경에 둘러 쌓여 타워팰리스 앞 보도에서 우아하게 커피 마시고 싶은 ‘된장’의 욕망과 그 놈의 ‘명문대’에 애들을 밀어 넣고 싶은 인생 목표가 아니고, 투자의 개념으로 생각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안정적인 투자처, 우상향의 가능성이 높은 투자처, 그래서 장기 투자가 가능한 투자처라고 정의한다면 그만큼의 신뢰를 가지고 있는 자산을 선택하면 된다. 그리고 강남 부동산 보다 다소 변동성이 높아 가슴을 조금 조리더라도 그만큼의 믿음을 보강하면 된다.
한국 사람들에게 강남 집값이 있듯 미국 사람들에게는 주식이 있다. 미국민 평생의 퇴직연금을 쏟아붓고 운명을 지고 있는 것이 미국 주식이다. 미국인들은 401K라는 퇴직연금 제도를 통하여 퇴직금을 주식에 불입한다. ‘박스피’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힘든 시간을 보냈던 코스피에는 상상도 못할일이다.
그렇다 치고, 그럼 강남집값인덱스와 주요국가 주요 인덱스와 비교해보자.
<주요지수와 강남집값인덱스/ 2011.1~2020.12>
출처 : bloomberg
앞서 제곱이라는 이야기 기억하는가? 강남집값은 지난 10년 1.4배 상승하였다. 제곱을 하면 2배정도가 된다. 그렇다 치더라도 미국 주식의 대표지수인 S&P500은 같은 기간 360%, 글로벌 전체 주식지수는 240% 올랐기 때문에 주식에 비교가 안된다. 물론 4차산업 혁명시대를 맞아 나스닥은 무려 640% 정도 상승하였다.
주식을 꼭 빚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타이밍을 정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세금을 부동산 만큼 많이 떼는것도 아니다. 많은 이들이 이렇게도 쉬운 지수투자(SPY, VOO, QQQ, ACWI) 조차 못하는 이유는 바로 몰라서도 아니고 돈이 없어서도 아니다. 그래프에서 보듯 저 흔들리는 주가 차트, 즉 변동성 때문이다.
변동성을 조금 이겨낼 수 있는 심리를 가진다면, 그리고 놀랍거나 대단하지 않은 약간의 기술만 익혀도 누구나 충분히 장기적으로 강남 집값을 이기는 투자 수익률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럼 또 누가 아나. 열심히 하다보면 타워팰리스 앞 아티제에서 우아하게 토요일 아침을 먹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