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이 문제가 아닌 것 같아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었던 미국 소비자 물가 발표가 지난주 금요일에 있었다. 전일 백악관의 발표가 단순한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되는 숫자가 발표되었고, 이내 시장은 기술주 중심으로 급락하였다. 이후 월요일도 폭락의 폭락을 거듭했다. 물가는 전년대비 무려 8.6%가 상승하며 전월 및 예상 8.3% 대비 0.3% p 더 상승하였고, Core CPI는 6.0% 상승하며 전월 상승폭 대비 하락하였지만 예상보다는 높았다. 문제는 월간 데이터인데, 헤드라인 CPI는 무려 1.0%가 상승하며 전월 0.3% 대비 0.7% p나 더 상승하며 유가 상승분을 그대로 반영하였고요, 그나마 Core CPI가 전월과 같은 0.6%로 발표되어 최악은 면한 수준이었다.
시장이 버틸 것이라는 주장보다는 하락할 것이는 주장에 힘이 쏠리고 있으며, 이에 대한 반박 논리가 약화되는 것도 맞는 것 같다. 정말 쉽지 않은 시장이다. FED 위원들이 매우 이례적으로 시장에 Big Step(50bp 인상)과 Giant Step(75bp 인상)으로 위협하며 내내 기대인플레이션을 완화시켰지만, 물가는 도대체 잡히질 않는다. 百尺竿頭와 四面楚歌로도 설명이 부족하다. 위험자산의 포지션을 덜어 놓았으면 좋았겠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그렇듯 반등의 기회를 줄 듯 여지를 남기는 시장이었기 때문에 눈뜨고 당하는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기관투자자, 고액자산가, 펀드매니저들도 모두 힘든 시장이다.
하지만, 이럴 때 오히려 더 시야를 넓게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사실 투자라는 것이 관점에 따라 확실히 다르다. 만약 투자 기간을 조금 길게 본다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한숨을 돌릴 수도 있을 것이고, 시장 센티먼트에 집중해서 본다면 ‘과도하네’라고 마음을 추스를 수도 있을 것이다. 마음속의 타임라인을 정해 놓거나, 용도가 정해진 투자자금이거나, 또는 리스크 버짓이 낮은 경우라면 매우 힘든 시장이 분명하다. 결국 투자는 그것을 행하는 이의 관점에 따라 이렇게도 인식이 될 수 있고, 저렇게도 인식이 될 수 있다.
가령, Conference Board의 경제 선행지수(Leading Economic indicator)가 2분기 둔화되고 있는 사실을 보면서도 침체를 걱정할 수도 있고, 경기의 상승이 ‘쿨다운’되어 인플레이션도 잡힐 수 있다는 기대를 동시에 해볼 수 있다.
< 미 콘퍼런스보드 경기선행지수> 출처 : Conferenceboard
비슷하게, Target 및 Walmart의 실적을 두고도 다른 해석이 있을 수 있다. 리테일 업체들의 실적은 소비와 직결된다. 실적 쇼크가 나온 동 주식들이 급락을 한 것은 잘못하면 소비가 꺾여 경기가 망가질 것이라는 걱정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이내 반등의 모습을 보여준 것은 소비가 소폭 둔화되는 것이 인플레이션의 상승 둔화의 반영이라는 해석도 양면으로 존재하기 마련이다.
결국, 쏠림 현상이 주가를 움직이고, 펀더멘털보다는 센티먼트에 따라 시장의 우려가 커졌다고 본다. 우려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공포 분위기의 근거로 센티먼트가 많이 작용한다는 뜻이다. 뭐 대단한 매크로 지표가 시장을 좌우했다기보다는, 사람들의 심리가 사단을 키우는데 크게 일조한 것이다.
미국 주식의 Top 10을 보면, 과거 2000년대와 지금의 차이가 상위 시총 10개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23%와 30%의 차이도 있지만, 섹터의 비중을 보면 현재는 대부분 IT로 쏠려있는 것이 보인다. 더구나 패시브 자금이 주도하는 현재, ET-F로 인한 쏠림 현상은 얼마나 과도할까?
<US Top 10 추이>
출처 : 블룸버그
오늘 밤 미국 금리 인상을 두고 힘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전문 투자자인 나도 그렇다. 하지만, 앞으로의 시장은 오히려 심플 해졌다고 본다.
우선, 유가의 향방이 매우 중요하다. 물가의 상승 근원이 모두 유가이기 때문이다.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몰린 중고차 가격은 Manheim index를 보면 Van 판매가 많아졌기 때문에 리오프닝 계절성 이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연준은 기름을 캐서 공급을 늘릴 수 없다. 연준이 할 수 있는 일은 금리를 올려 사람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을 꺾는 일이다. 대출 금리가 비싸지면 차도 못 사고 집도 못 산다. 그 못 사는 폭이 기대인플레이션이다.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은 올라도 장기는 꺾이고 있다. 연준은 할 일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미국 정치인들이 본인들이 해야 할 일을 안 하면서 연준에 미루는 경향이 있었다고 본다. 따라서 그간 바이든이 언제 사우디행 비행기를 탈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였고, 이 스케줄이 엊그제 나왔기 때문에 드디어 정부가 할 일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바이든이 사우디의 원유를 수입한다고 하여도, 정제 시설의 부족으로 소화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지만, 지금이 센티먼트에 지배된 시장이라고 하면 투자 측면에서는 진정시킬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당연히 물가 지표까지 반영되려면 시일이 걸리겠지만, 해석과 미시간대학교 소비자 심리지표와 같은 센티먼트 지표는 분명 개선될 것으로 본다.
다음으로 시장이 얼마나 고 인플레이션에 적응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30% 비싼 햄버거를 사 먹으려면 월급도 올라야 하는데, 월급도 월급이지만, 그 이전에 중요한 것은 일단 직장이 있어야 한다. 즉 실질 임금보다는 고용 안정성에 주목해야 하며, 따라서, 당연히 고용이 담보된다면 크게 흔들릴 수는 없겠으나, 만약 실업률이 증가하거나 노동참여율이 하락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겠다. 다행히 미국 실업률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실업률>
출처 : FRED
개인적으로 50bp 빅 스텝이나 75bp 자이언트 스텝이 인플레이션을 해결해 줄 것 같지 않다. 그보다는 미국 정부의 공급망 이슈에 대한 해결책과 유가의 안정이 중요할 것이다. 7월 중순에 정부가 할 일을 하기 시작하면(사우디를 가면) 심리는 8월부터 개선될 것이고 이는 9월 및 10월에 반영될 것이다. 선거는 11월이다. 기대인플레이션의 완화 기조는 확인이 되는 것 같아 과도한 금리 인상은 오히려 경기 침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정부의 구체적인 노력을 보다 면밀히 관찰할 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