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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짜봉선생 May 30. 2022

센티먼트 vs 매크로

센티먼트가 지배하는 시장 

미국 시장의 역사적인 하락세가 마감하였다. S&P500은 7주 연속 하락 후 돌아섰고, 다우존스는 8주 연속 하락 후 반등에 성공하였다. S&P500은 베어마켓 진입 문턱 직전에서 돌아왔으나, 나스닥은 연초 대비 아직 20% 이상 하락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신 성장주를 대표하는 ARKK ETF는 연초 대비 -51%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고, 비트코인도 고점 대비 절반 수준이다. 


<S&P500 추이(주봉)>

* S&P500은 7주간의 하락 끝에 3800~3900포인트를 지지선으로 반등하였다. 


대공황 이후 가장 긴 하락을 목도하였으니, 상식적으로 그에 합당한 이유를 찾아야 마땅할 것이다. 유래 없는 인플레이션으로 1970년대와 유사한 침체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코로나 기간 흩뿌려진 달러 덕에 2000대 초 IT 버블과 같은 자산 폭등으로 인하여 S&P500은 3000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비관론자들의 코멘트를 쉽게 접한다. 하지만, 아무리 주식 시장이 매크로 선행 지표 역할을 한다고 하여도, 아직 이익 전망이 대폭 하락 수정된 것도 아니고, 인플레이션의 추가 상승 시그널도 감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하락장 지속의 당위성에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시장은 매크로에 좌우된 것이 아니라 센티먼트에 따라 변동성을 키워왔다. 이에 대한 판단은 자금 운용에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즉, 매크로가 지배하는 시장은 금리와 실적을 기초로 적정 주가 및 시장 레벨을 가늠하고 유효한 자산군을 찾아내어 합리적으로 시장에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센티먼트가 지배하는 시장은 상승할 때는 버블장, 하락할 때는 패닉 셀이 연출되기 때문에 시장 대응 자체가 불가하다. 거기에 ETF 매매에 따른 영향도 매우 크다. 혹자는 현금 보유를 늘려 추가 하락에 대비해야 하고, 변동성을 줄여야 한다고 말하지만, 내 경험에 따르면, 센티먼트가 극에 달하면 반대의 베팅 규모도 상승하여 아주 작은 이벤트에도 반대로 시장이 움직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므로 매크로가 지배한 시장에서 현금 보유 등의 방어 전략은 수긍이 가지만, 센티먼트 시장에서 현금 보유로 유연한 대응을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승률이 낮다고 본다. 


이번 하락장을 보면서, 센티먼트가 지배했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20% 수준의 하락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공포지수라 불리는 S&P500의 VIX가 30 중반 상회하지도 못하였다. 기존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2012년 유럽 위기 등을 거치면서도 VIX의 상승 속도는 충분히 위험 지표로서의 역할을 보여주었지만, 이번에는 작동하지 않는 모습이다. VIX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VIX가 작동할 수 없는 여건이라는 점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  

<VIX Index>

출처 : FRED 


VIX는 매우 복잡한 수식으로 구성되지만, 실제 영향을 가장 많이 주는 요소는 put option이다. Put option 매수는 팔 수 있는 권리를 사는 것이고, put option 매도는 팔 수 있는 권리를 파는 것이다. 즉 put option 매수는 시장이 하락하면 수익이 나는 구조이며, 매도는 반대다. 대신 하락만 하지 않으면 일정 프리미엄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도 있고. 그래서 Put option 매수는 시장이 하락할 때 헤지거래로 활용되는 측면이 있다. 하락에 베팅할 수도 있지만, 언제든 하락할 수 있는 시장에 대한 일정 부분 보험 같은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이번 하락장에서는 헤지 거래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Put option 거래가 이전만큼 일어나지 않았고, 더 나아가 헤지 수요도 많지 않았다고 볼 수 있겠다. 20% 가깝게 하락을 하였는데도, Put option이 Call option 보다 거래가 낮았다. 

<Putcall Ratio와 S&P500 등락 추이> 

*2015년 금리인상, 2018년 R의 공포, 2020년 코로나 침체 상황에서 모두 put option 거래 상승에 따라 put call ratio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출처 : Blooberg 


시장의 하락에 대한 근거가 있거나, 시장 하락이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기관투자자 및 고액 자산가는 그에 대한 헤지거래를 할 것이지만, 이번 2달에 걸친 하락장에서는 이러한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펀드 매니저들, 특히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현금 보유 비율이 상승하였다는 데이터가 있지만, 이는 종종 있는 일이다. 결국 하락을 보면서도 손을 쓰지 못한 것이 아니라 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는 센티먼트에 기인한 하락의 속성상 멀지 않은 시점에 멈출 것이고 어느 정도 반등할 것이라는 시장의 회귀성과 복원력을 믿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다음으로, 2분기 들어 채권 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 점을 들 수 있다. 채권 시장과 주식시장을 연결시키는 것은 많은 무리가 따르지만, 시장이 센티먼트에 지배되는 시장에 들어서면 채권 시장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사실, 채권 매니저들은 주식 매니저들보다 보수적이고 체계적인 경향이 더 짙기 때문에, 분석적인 시장 대응을 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 하락장에서, 특히 7~8주 주식 시장이 연속 하락하는 동안 단기채와 회사채는 오히려 유입이 있었으며, 하이일드 채권은 최근 반등을 시작하였다.


<주요 채권 ETF별 자금 유입 현황>  

출처 : 블랙록, 대신자산운용 (5월 중순 기준) 


하이일드 채권의 경우 1월 많은 자금 유출로 주식시장 부진 예상의 단서를 남겼으며, 최근 유입된 자금은 위험 자산의 센티먼트 개선을 유추해 볼 수 있는 좋은 단서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필수소비재 주식의 변동성에서 센티먼트가 지배하는 시장의 단서를 엿볼 수 있다. 

필수소비재는 자율 소비재와 IT 섹터의 변동성 대비 현저히 낮은 변동성을 보여주는 섹터다. 때로는 IT의 절반에 머무를 때도 있다. 경기가 후퇴하거나 침체가 오더라도 생활필수품은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Dollar Tree, Dollar General, Walmart 등의 저가 상품을 취급하는 기업들의 주식은 매우 안정적이다. 그런데, Walmart와 Target의 주식의 변동성이 지난주 매우 커졌다. Walmart는 실적 발표 이후 10% 이상 급락하는가 하면, Target의 경우 실적 가이던스 부진에 따라 20% 이상 급락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가이던스 부진에 따른 실적 하락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 여파가 주식시장 전 섹터에 미치는 모습은 매우 이례적이다.  후행적인 분석은 필수소비재의 가이던스가 매크로 환경의 악화 및 침체 시그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그럴듯한 논거를 세울 수 있겠지만, 사실 우리나라 슈퍼마켓 체인의 실적 가이던스 부진으로 삼성전자 주식이 5% 하락한다면, 정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당연히 우려할만한 일은 맞지만, 무관한 섹터의 초대형 주식들의 급락을 초래할만한 일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감정에 기인한 매매들이 많았던 것이다. 


오히려 선행지표의 둔화에 따른 주식시장의 둔화 정도로 생각하면 연초 대비 일정 수준의 조정은 충분히 납득이 갈 수도 있겠다. 


<Conference board leading indicator>  

 출처 : Conference board 

하지만 아직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침체 시그널이 나타난 것도 아니고 PMI가 50 이하로 하락한 것도 아니며, 재고가 생산량을 앞지르는 상황도 아니다. 다만, 그럴 우려가 인플레이션으로 높아지는 상황이라는 것인데, 시장은 이미 일부 일어난 것으로 인지하고 있다. 만약, 월초 고용이 악화되거나, 그나마 긍정적으로 나온 PCE를 뒤로하고 CPI가 예상치를 웃돈다면 시장의 변동성이 센티먼트가 아니라 매크로의 선반영이라고 해야겠다. 하지만, 이는 데이터를 보고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를 극단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매우 감정적인 행태라고 생각된다.


아직 시장이 완전히 돌아섰다는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다만, 세인트루이스 Bullard 총재와 애틀랜타 Bostic 총재가 연준의 기조 전환 가능성을 언급함에 따라 시장 반등이 이전과 같이 fed put 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지만, 빅 스텝을 두 번이나 더 해야 하고, 양적 긴축을 앞둔 현 상황에서 이를 모두 고려하여 매매하는 것 또한 센티먼트가 지배하는 시장을 따라가는 것이라 본다. 


센티먼트가 지배하는 시장에서는 사실 가만히 있기를 권한다. 또는 중장기 관점에서 가격이 아닌 시장의 가치나 기업의 가치를 보고 포지션을 재구축하는 것이 추후 수익률에 더 긍정적인 기회를 가져다준다고 생각한다. 최근 급등락에 좌절과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자세보다는 인플레이션 시대의 원칙, 즉, 화폐 가치가 하락하고 자산가치는 상승한다는 과거의 교훈을 되새기며, 조금 멀리 시야를 넓혀 방망이를 길게 잡는 것이 어떨까. 마침 달러 가치도 조금씩 안정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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