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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짜봉선생 Mar 22. 2023

침체는 온다 그러나 위기는 없다

버틸 수 있는 확신의 근거 

Silicon Valley Bank 파산과 New York Signature Bank 폐쇄로 투자 시장은 또 한 번의 변곡점을 맞이하였습니다. 지난 9월 SEP(Summary of Economic Projection)에서 2023년 예상 실업률을 0.5% p 상향 조정하면서 침체 가능성을 가시화하였지만 이후 물가지표 하락 및 파월의장의 디스인플레이션 확인으로 시장은 안도감을 바탕으로 22년 대비 변동성을 낮추었습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급격한 금리인상은 시장의 약한 고리를 항상 드러내 왔고 이번에도 ‘뱅크런’이라는 현상과 글로벌 금융위기로 완벽함을 추구해 왔던 미국 금융시스템의 약점을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연준은 new Bank Term Financing Program을 가동했고 미국 금융 기관은 보유한 국채, MBS 등을 바탕으로 연준으로부터 액면가로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강구책을 마련하였습니다. 거기에 그것도 모자랄 경우 한화 약 40조 원의 지원을 재무부로 받을 수 있게 하였습니다. 연준과 재무부는 코로나때와 비슷하게 매우 빠른 대처로 신뢰를 기반으로 설립된 금융시스템의 빈틈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12일 연준의 홈페이지에 기재된 두 정책을 보면서 미국의 대응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연준의 대차대조표가 확대된 모습을 보면 기존의 QE까지는 아니더라도 코로나 시기 정밀타격과 유사한 은행 지원책이라고 보입니다. 


그러나,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이 의미 있게 하락하였다고 하더라도 성장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작년대비 올해 S&P500 12개월 선행 EPS의 개선율을 보면 이전에 비하여 턱없이 낮은데, 이는  애널리스트들의 우려감을 그대로 반영했다고 봅니다.. 실제로 수요 하락을 걱정한 결과죠. 

<과거 12개월 선행 EPS 추이와 주가 상승폭>

*실제로 애널리스트들의 어닝 예상치가 연중 지속적으로 상향조정하지 못한 경우 주가의 상승은 12년(QE3), 16년(금리인상 지연), 19년(보험성금리인하) 등의 연준 정책 전환을 제외하고는 주가 상승을 이끌지 못하였음.  출처 : 블룸버그 


선행지수와 주가를 비교해 봐도 명확합니다. 전년대비 선행지수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전환한 경우 이익은 여지없이 하락하였고 주가 또한 하락하는 결과를 나타내었습니다. 

<선행지수와 이익추이 그리고 주가> 

*선행지수가 마이너스 증가폭(붉은 점표시)을 기록한 이후 1년여 기간을 두고 기업 이익은 하락 


결국, 23년 올해만을 놓고 볼 때 여러 각도에서 이성적으로 생각해 봐도 미국 기업의 이익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고 주가도 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다만, 주가 미래를 반영하는 지표 중 하나이기 때문에 연준의 방향 전환에 따라 상승할 가능성도 함께 존재합니다. 할인율 인하 기대감이죠. 


SVB 파산이 불러온 긍정적(?) 시장 영향은 아무리 연준이 발 빠르게 대처하였다고 하더라도 시장이 이제 침체를 계산에 넣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Bad news is good news의 ‘끝장판’으로 사료되며, 이는 ‘연준이 과연 금리를 올릴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로 귀결됩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연준이 완벽에 가까운 타이밍과 대안을 제시하였기 때문에 연준은 마음 놓고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은행이 망할 길은 차단해 놓았으니 물가를 확실히 잡겠다는 선택도 가능하다는 뜻이죠. 그래서 개인적으로 연준이 계획한 12월의 5.0~5.25%의 기준금리는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 기대하듯 3월에 금리인상을 멈출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연준이 3월에 금리 인상을 멈추면 연준이 침체를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어 성장에 대한 기대는 완전히 접게 되고 이는 시장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렇다고 연준이 방향 전환을 하는 것이 요원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물가에 큰 영향을 주었던 유가는 중국의 리오프닝과 OPEC의 감산 반대로 상승압력이 더욱 강하지만, 작년 WTI 1배럴 100~130불에 달하는 가격 대비 지금 70불 수준으로 물가 상승 완화에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으며, 서비스 물가는 금리인상에 따른 기업의 긴축 및 임금 상승 하락과 Title 42(전염병으로 인한 이민자 체포 법률, 트럼프 대통령 2020년 발효)의 5월 종료에 따른 이민자 유입 가능성 확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고 주거비는 추이로 볼 때 내년에나 가야 낮아질 수도 있지만 올해 2분기면 그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연준은 5%가 넘는 기준금리를 내년까지 고집할 이유는 없습니다. 3%대로 정상화 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 CPI와 PCE의 차이, 출처 : NH투자증권, 대신자산운용> 

결국 시장을 이겨야만 하는 필자와 같은 펀드 매니저들을 제외하면 일반 투자자들은 굳이 2분기에 승부를 볼 필요는 없다는 판단입니다. 인플레를 확인하고 연준의 방향 가시화되면 투자를 본격적으로 고려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돌아보면 최대 10%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고 하더라도 그 리스크를 고려하면 절반만을 취하는 게 지금은 현명한 상황이기 때문이죠. 최대의 수익을 기대하다가 침체가 진짜 도래하여 손실을 입을 경우 회복 때까지 한동안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이럴 때일수록 주식보다는 채권 투자가 성공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장기채는 여전히 좋습니다. 그린스펀 시절 17번의 금리인상이 끝날 무렵에도 장기채는 충분히 몇 번의 매매 기회를 주었습니다. 30년 채권 50bp 수준의 변동성을 몇 차례 보여주었는데요, 전부는 아니더라도 1-2회만 성공하더라도, 또는 조금씩이라도 매매를 해본다면 예금이상의 좋은 수익은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주식 트레이딩은 힘들어도 말이죠. 그리고 혹시 매매를 못하여 매도를 제대로 못하더라도 내년 이맘때쯤은 금리 정상화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장기채 가격은 지금보다 높을 확률이 높겠죠. 

<과거 금리 고점 유지 기간 장기채 금리 추이>  

*장기채는 고금리를 유지하던 2006년, 2007년에도 몇 차례 수익 기회를 준 선례가 있다. 


다음으로 만약, 시장이 피봇이나 소프트랜딩으로 안정화된다면 투자등급 회사채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작년 말 투자등급 회사채, 특히 미국 회사채는 미국 하이일드 채권(투기등급)과 달리 많은 자금이 유입되었습니다. 부도율이 낮은 상황에서 금리의 급등으로 가격이 저평가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이일드 채권과 상대 가격을 비교해 보면 최근 10년래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미국 하이일드 채권 대비 회사채 가격 추이_과거 10년>

출처 : 블룸버그 


물론 그래도 위험자산 베팅을 의미 있게 하고 싶다면 FOMC에서 파월 의장의 발언을 유심히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봅니다. 만약 인플레이션 억제에 대한 의지가 이전만큼 확고하고 금리인하에 대한 가능성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면 경제적 해자가 있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주식투자를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전대비 조금 여유 있는 모습이 보이거나, 금리 인하에 대한 생각이 적은 가능성이라도 비친다면, 자본대비 부채비율이 낮고 마진이 높은 소프트웨어,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섹터, 대형 테크주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금리가 높게 유지되더라도 침체로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지만 않는다면 타 기업대비 이익에 대해서는 강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침체의 기운이 이제 의미 있게 드리운 만큼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욕심보다는 ‘지키는 투자’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하고 FOMC에서 연준의 금리인상 행보를 보고 결정하는 신중함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기회는 언제든 오기 마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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