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시장은 예상하는 것이 아니라 대응하는 것
이번에도 파월의장은 “Good Afternoon”으로 FOMC 성명서를 담담하게 읽어 내려갔다. 그 어느때 보다 전세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는데, 금리 인상에 대한 연준의 스탠스 변화가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시작 전부터 시장에서는 “Pause”, “Skip” 그리고 “Stop and go” 등으로 의견이 분분했는데, 어쨌든 이전과 다르다는 것은 확실한듯 보였다.
예상대로 금리는 동결되었지만, 18명의 현인들은 그들의 “의지”를 점도표에 확실히 새겨 넣었다. 투표의 유무에 관계없이 의원들 각자가 생각하는 금리 수준을 반영하는 점도표는 이전보다 최종 금리가 올해 50bp 상승, 즉 두번의 금리 인상이 더 있을 것이라는 모습을 드러냈고, 이는 이번에는 인상을 멈추지만 곧 다시 올릴 것이라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우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닉티미라오스 기자는 기자회견에서 왜 이번에 올리지 않는지에 대한 질문을 재치있게 던졌고, 파월의장은 애매한 대답으로 시종일관 응했다. 하지만 결국 파월의장의 입에서 “skip”이라는 단어가 나왔는데, 그가 “skip”이라는 단어를 다시 주워담으려는 액션은 개인적으로 의장의 의사와는 다른 매파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합의점이 “skip”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즉, 그간 해온 긴축 정책들이 미칠 영향과 현재 인플레이션의 기조는 동결이 맞지만, 과거 아서번즈가 범했던 실수에 대한 트라우마는 이들에게 “과한 처방”이 오히려 약이라는 생각을 뿌리깊게 박아 놓았고 의장도 쉽게 이들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추측을 해본다.
추측과 시나리오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주목받지 못한 점은 연준이 성장률을 대폭 상향 조정한 부분이다. GDP 성장율을 올해 0.4%에서 1%로 상향조정하였는데, 이는 올해 예상되었던 침체에 대한 우려를 실질적으로 지운 것이라고 사료된다. 지난 12월 FOMC에서 성장률을 대폭 하향조정하면서 증시는 12월에 S&P500 기준 5%나 하락하였는데, 이를 고려하면 연준의 이 판단은 하반기 증시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사안이다.
<6월 Summary of Economic Projection> 출처 : FRB
시장에서는 올해 금리 인상의 횟수를 두고 옥신각신 하지만, 어쩌면 지금부터의 게임체인저는 성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는 다시한번 물가가 하락한다는 확신이 들어야 넘어갈 수 있는 단계다. 파월의장은 기자회견에서 7월에 금리를 올릴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여러 차례 결정된 바 없다고 답했다. “live meeting”과 “data dependent” 라는 단어를 번갈아 언급했는데, 특히 닉티미라오스 기자의 질문에 “최소 3개월은 봐야 한다”고 답을 한 점까지 고려하면, 현재의 흐름을 크게 벗어나는 데이터가 나오면 금리를 다시 올리겠다는 뜻으로 해석이 된다. 즉, 금리를 올릴 큰 이변이 생기면 올리겠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만한 이벤트가 있을까?
클리블랜드 연준에서는 모델을 활용하여 인플레이션을 예측하는데 현재 6월 인플레이션은 16일자 기준으로 작년대비 3.22% 상승을 점친다. 물론 에너지와 음식을 뺀 코어 인플레이션은 5.11%로 높지만 헤드라인은 1년전에 비하면 1/3 수준으로 대폭 떨어진 셈이다.
<클리블랜드 Inflation now casting>
또한, 파월 의장은 성명서에서도 4번이나 “lag” 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였고, 질의 과정에서도 수차례 해당 단어를 언급하였다. 시차를 고려한 결정을 하겠다는 뜻인데, 이전의 정책에 대한 효과의 시차, 그리고 현재의 정책에 대한 미래 실효의 시차의 의미로 볼 수 있다. 지금의 “주저함”은 과거 정책의 시차도 분석이 끝나지 않았으며, 현재의 정책이 시차를 두고 미래에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고려할 때 현재의 정책의 강도를 높이는 것에도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기대 인플레이션 하락 기조를 볼 때 과연 지금 두번의 추가적 금리 인상이 실행될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다.
출처 : Tradingeconomics.com
소비자 물가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생산자 물가를 보면 이러한 생각에 확신을 더한다. 원재료의 가격 수준과 신규 오더 등을 고려한 생산자 물가는 이제 월단위로는 마이너스 수준에 접어들었다.
출처 : Tradingeconomics.com
그렇다고, 핵심 물가(코어물가)의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러우전쟁이 격화되거나 7월부터 100만배럴 감산을 공표한 사우디의 움직임이 더 격해질 경우 헤드라인 물가도 다시 뛸 수 있기 때문에, 코어 물가의 하락은 어느때 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5월 11일 사실상 코로나 종료 선언과 맞물려 Title 42(강제 추방법)가 폐지되면서 국경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넘어오는 일 2000명 수준의 이민자는 이러한 우려에 안심을 가져다 준다. 그들이 빠져나간 코로나 때의 경험을 보면 25% 수준은 낮출 수 있다는 일전의 분석을 참고해보면, 실업률의 상승과 함께 노동자들의 임금 하락은 정도의 관계없이 정해진 방향이 아닐까 싶다. 주거비도 한몫 할 것이다. 귀속임대료(OER)는 이번에도 8.0%를 연간 상승률로 기록했는데, 3개월간의 데이터를 보면 이제 산을 넘어가는 모양새다. 아직 확실히 하락한 것은 아니지만 귀속임대료의 움직임이 관성을 띄는 특성을 고려해 볼 때 다시 상승 전환을 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즉, 하반기 물가는 상승보다는 하락이며 데이터를 보고 그때 그때 결정하겠다는 의장의 발언은 점도표와는 달리 엄포요 위협으로 볼 수도 있다.
출처 : 불룸버그
결국 하반기는 투자 관점은 금리에서 성장으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다만, 물가가 하락한다고 해서 예전의 성장 지향적 투심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현재 기준 금리 하향에 대한 시장 예상은 내년말 3.75%~4.00% 수준이다.
<CME Fedwatch 6/18 기준>
* 국채 베팅을 통하여 기준 금리 경로를 예측하는 CME FEDWATCH는 올해 7월 금리인상을 하더라도 내년 1월에 금리를 내릴 것이고 추가적인 금리인하를 통해 내년말 3% 후반의 기준금리를 예상한다.
기존 제로금리를 바탕으로 날라다녔던 성장주는 이제 매우 험난한 길을 걸어야 한다는 뜻이다. 반대로 성장주라고 하더라도 현금 흐름이 좋고 ROA, ROE가 높은 기업들은 충분히 중장기 적으로 飛上이 가능하다. 다만, 한가지 더 조건이 있다. 성장하는 섹터에 있어야 한다. 이렇게 투심이 흔들릴 때는 돈을 벌되 성장하는 인더스트리에 있어야 자금이 몰린다. 인공지능, 전기차, 신재생, 로봇, 반도체 등 성장 산업에서 해당 기업들의 주가가 과거대비 비싸지 않다면 긍정적으로 투자 고려를 해볼 만 하다.
추가적으로 해당 분야의 많은 기업들은 현재 중국에서 상당 부분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애플, 테슬라, 엔비디아는 평균적으로 20%가 넘는다. 이러한 중국에서 지난주 완화 시그널이 나타났다.
역레포 금리를 내렸고, MLF 금리도 10bp나 인하했다. 금주 대출우대금리(LPR)만 10bp 이상 인하한다면 시장은 긍정적인 분위기를 더 이어갈 수도 있다.
물론, 파월 의장도 언급하였듯 미국 상업용 부동산이 심상치 않고 예상할 수 없는 이벤트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침체의 가능성을 염두 해 두어야 하며, 따라서 해당 기업들과 함께, 장기채도 함께 투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