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중순이후 주식 시장이 많이 흔들렸다. 혹자는 1.2%까지 떨어졌던 미국 10년국채 금리가 다시 1.5%를 뚫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상승률로 보면 무려 30%를 육박하니 시장이 놀랄 만하다. 혹자는 미 정부가 곧 셧다운이 되어 디폴트 위험에 놓여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부가 문을 닫을 수도 있는 리스크인 만큼 걱정이 될 수도 있겠다. 또 다른 사람은 금리를 곧 올릴 것이라고 연준에서 9월 FOMC때 암시를 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직접적으로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테이퍼링 기간을 당겨 시행하는 만큼 금리도 곧 올릴 수 있고 점도표에 연준 절반이나 되는 위원들이 내년에 금리인상을 한다고 표를 던졌으니 이는 큰일이 아닐 수 없다. 헝다 그룹은 어떠한가? 아무리 헝다가 리먼이 아니라고 해도 중국 부동산이 망가지게 생겼는데 이는 G2의 큰 리스크 아닌가?
현재의 리스크를 정리하면…
중국 전력난, 미국 채권금리 상승, 미연준 입장 전환(조기금리인상 가능성), 미정부 셧다운, 서플라이체인 이슈, Opec+ 증산 지연, 헝다그룹사태 미해결, 유럽 양적안화 중단 등등 이렇게 된다.
이렇게 이야기 할 바에는 산이 높으면 계곡이 깊다고 말하는 것이 낫겠다.
되돌아서 생각해보자.
시장이 왜 올랐는가? 연준과 정부의 정책으로 바닥을 치던 성장률을 끌어올렸고, 시장에 유동성을 풀어 혹시라도 생길 시스템 리스크를 해소하였다. 결국 돈이 풀렸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이유가 아니라 돈이 풀렸기 때문이다.
그럼 시장이 흔들리는 이유도 돈이 더 이상 풀리지 않거나, 풀린 회수되거나, 더 크게는 돈줄이 말라 혹시라도 성장률에 지장이 생길 수 있는 우려가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앞서 ‘정말 별거 없는 간단한 해외 주식 투자의 원리 2-2’의 글에서 시장의 유동성을 보는 지표로 단기 자금의 예를 들었다. LIBOR-OIS를 언급하였는데, 다시한번 살펴보면, 해당 지표는 단기 자금의 유동성 유출입을 감지할 수 있는 지표로 하락하면 시장에 자금이 많이 풀리는 것으로 상승하면 자금이 부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급등하게 되면 단기 자금을 많은 이자를 주고 빌려야 하는 상황으로 해석하여, 이전 변동성 시장에서 단가자금 모니터링 지표로 활용되어 왔다.
비단 작년부터 S&P500(아래_적색, 상단차트)와 비교해보아도 아래 표 살색 GRID에서 볼 수 있듯이 해당 지표(아래차트)가 상승할 때 마다 S&P500이 흔들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LIBOR OIS 움직임에서 최근 이상징후가 감지되었다.
<Libor OIS>
출처 : 블룸버그
* 아래 진한 회색선이 LIBOR OIS 지표이며, 마지막 grid가 최근 9월인데, 9월 상승속도가 매우 빨랐고 이전 3개월 고점을 넘어섰다.
Tapering을 하고 있는데 시장에 돈이 말랐던 걸까? 아니면 ‘인플레이션 걱정 안돼’하면서 연준이 딴짓을 하고 있는 걸까? 지난 글에서 연준이 RRP로 딴짓을 하고 있다고 언급하였는데, 역시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했지만 뒤로는 테이퍼링 전에 딴짓을 계속 하고 있었다.
최근 역사상 Reverse Repo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9월의 상승폭은 놀랄 만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올해 RRP 지표의 상승(빨간 동그라미)은 매번 시장의 변동성을 야기해왔다는 점이다. 결국 유동성이 마를 때마다 시장은 출렁였고 이는 연준의 의도였다고 충분히 분석할 수 있겠다. (참고로 복습하자면, Repo란 시장 참여자들이 다시 살 것을 전제로 보유한 채권을 파는 거래다. 일단 채권을 팔면 자금이 들어오고, 다시 되사면 자금은 나간다. 결국 자금을 일시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다. 반대인 Reverse Repo를 통해 연준은 자금을 단기로 회수하는 것이다.)
<Reverse Repo 추이_최근 10년과 최근 1년 확대>
출처 : FED NY
여튼, 사람들은 최근의 변동성을 두고 인플레이션 우려라고 ‘퉁’ 친다. 이 모든 ‘사단’들이 인플레이션 때문이라고? 경기가 좋아져 가격이 올라가는데 주가가 밀린다. 단기적으로 밀리면 매수 타이밍인데 그게 왜 우려인가? 기술주가 연말까지 밀릴 것이다? 성장이 꺾이지 않는데? S&P500 12M forward EPS가 200불이 넘었는데? Earning Revision이 계속 플러스인데? 금리 조금 올랐다고 주식이 밀리는데 오로지 인플레 때문이라고? 재미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개인적으로, 머리속을 스쳐가는 생각을 정리하자면,
“코끼리 다리를 만지니 ‘유가’가 나오더라” 로 정리할 수 있겠다.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갈지는 모른다. 그 높이가 얼마나 높은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촉감을 보면 코끼리가 맞는데, 그 느낌은 ‘유가’의 투박함과 흡사하다.
정리하자면, 인플레이션의 강도와 기간에 대한 확신을 갖기는 어렵지만, 유가를 보면 인플레이션과 주가의 움직임 속도가 느껴진다고 할까
사실 이런 생각은 2015년부터 어느정도는 해왔는데, 작년 코로나 사태를 보면서 더욱 예민하게 느꼈다. 되돌아 보면 코로나만으로 주가가 폭락한 것은 아니었다. 2020년 3월 6일 OPEC 플러스 회의에서 사우디와 러시아가 한바탕 하고 주말에 OSP가 급락하면서 주가는 월요일부터 박살이 났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이 나는데 3월 7일 오전에 일어나서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폭등한 걸 보고 침대에서 한참 핸드폰을 들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도 그랬다. RRP 규모도 9월에 급등했지만 유가도 급등했다. 유가는 인플레이션에 가려져서 오르는지도 몰랐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랬다. 2월에도 한파가 찾아오면서 유가가 뛰고 BEI가 더 탄력받고 2월 말부터 주가가 흔들렸다.
이번 유가 상승도 비슷할 것이라는 느낌이 쎄하다. 증산 안하고 이대로 가격을 밀어올리겠다는 그들의 움직임에 미국이 제동을 걸지 않는 이상 아마 유가는 어떻게든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이션이라고 떠들겠지만, 사실 유가 오르니 주식시장에서 나타나는 이상 반응이라고 우겨도 “뭐 그런가보다” 할 수 있다.
주식을 하는 사람들이 진실 찾기를 하는 학자들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물론 매우 논리적으로 근원에 다가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지만, 매니저로서 나의 지상최대 숙제는 “대응”이다.
지금은 주식투자를 위한 Market Risk On/Off를 볼 때 유가, 하이일드 스프레드, RRP를 보면 어느정도 감을 잡을 수 있다고 본다.
자, 그럼 주식을 팔아야 하냐고?
테이퍼링 스케줄을 보더라도 내년 여름까지는 간다고 보면, 적어도 그때까지는 1 페니라도 돈을 푸는 것인데 주식을 팔아야 하냐고 되묻고 싶다. 물론 그 안에 RRP, 유가, 하이일드 스프레드의 쇼크가 크면 잠시 피해있는것이 낫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나는 적어도 돈을 푸는 기간동안에는 주식을 하는게 맞다고 본다.
다만, 그게 가치주 일지 성장주 일지 그 선택은 Personal Appetite로 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