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식은 멘탈 싸움이다. 본래 주식이 맨탈 싸움의 경향이 짙지만 ‘글로벌 버전’이 되면서 멘탈의 영역이 더 중요해진 느낌이다. 사실 국내 주식은 기댈 곳이 많다. 증권사 다니는 친구한테 물어봐도 되고 주식 좀 한다는 옆 팀 김과장한테 물어봐도 어느정도는 얘기해준다. 혹시 자기가 모르면 그 회사를 아는 사람에게 물어봐 주기도 한다. 나 한테까지 들어온 정보가 투자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비판적 고민은 별도로 한다면, 심정적으로 안도감은 찾을 수 있다. 놀라거나 당황하지만 않아도 실수할 확률은 떨어지니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억지도 유효하다.
그런데, 해외 주식은 기본적으로 ‘카더라’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국내 주식도 본인이 들은 얘기나 공부한 내용을 기초로 “이럴 것이다”라는 추론을 근거하여 투자하는 사람이 많지만, 해외 주식은 기본적으로 접근성이 제로다.
애플 정저우 공장 아이폰 시티에 가본 국내 애널리스트가 몇이나 되겠는가?
기가 상하이에서 나온 테슬라의 단차 현상에 대한 중국 사람들의 반응을 느껴본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모더나가 화이자 보다 기술력이 낫다고 주장하는 현지 반응을 2020년에 느꼈던 사람이 누가 있는가?
유전자 가위의 기술력을 상용화 할 때 필요한 허들이 무엇이 될지 관련 연구자와 인터뷰를 해볼 수 있을까?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유튜브나 방송에 나와서 이기업이 어떻고 저기업이 어때서 살만하고 기술이 좋고 나쁘다는 의견을 듣는 일은 코끼리도 만져보지 않은 사람한테 코끼리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는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 놀이라고 볼 수도 있다. 국내에서 기본적으로 기업만을 보고 외국 기업의 투자 가능성을 논하는 것이 보수적으로 보면 語不成說이다. 기업에 투자하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충분한 고려가 더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물론 아예 불가능 한 것은 아니다. 경제 사이클, 산업의 발전 방향을 읽고 그 흐름에 투자하되, 그 중 가장 영향력이 있는, 독보적인 기술이나 리딩 기업에 투자하는 일은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본다. 시장의 흐름이라는 것이 형성되면 하루 아침에 그 흐름이 바뀌지 않고 그 과정에서 일부 산업이 전체를 끌어당기거나 밀어 올리는 형국을 만들기도 하기 때문에 그 기회를 잡는 것은 탁월한 선택이자 용기라 본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흐름을 읽는 일, 그리고 그 기초를 이루는 펀더멘털 보는 눈이다. 기업에 대한 디테일한 정보도 중요하지만, 확신을 가질 수 있는 흐름과 방향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기업에 투자하더라도 이벤트에 흔들리지 않는다. 펀더멘털에 따른 멘털 확보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비유하자면, 100%를 위해서 달려드는 것보다, 30% 3번을 위해 달려드는 것이 오히려 200%의 결과를 나을 수 있다.
최근 중국 헝다 사태에 대하여 말이 많다. 아침 저녁으로 뉴스가 난무하다.
중국판 리먼브러더스 사태라고도 한다. 개인적으로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는 말에는 동의하지만 재미있다.
우선, 헝다는 대기업이고 리먼브러더스는 은행이었다. 금융기관이 무너지는 일은 국가 시스템을 흔들 수 있는 대형사고다. 그런데, 헝다는 금융기관이 아니다. 물론 영향은 있을 수 있지만, 중국이 그냥 국유화 해버릴 수도 있다. 중국이니까^^
다음으로, 헝다 리스크는 이미 모두가 아는 리스크다. 얼마전 유키즈에서 장항준 감독이 '불행은 아무도 예상 못할 때 뒤에서 나타난다'고 했는데, 난 이 말에 엄청 공감한다. 장항준 감독이 주식을 하면 엄청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낙천적인 성격에 진리도 깨닫다니… ^^
헝다 리스크는 이미 2분기부터 누구나 아는 리스크였다. 하락할지 언정 세상을 망하게 할 리스크는 아니라고 본다. 누구나 아는 리스크에 따라 지수가 하락한다면? 매수찬스다
내가 알 정도의 리스크면 이미 나보다 100배 똑똑한 관계당국이 살길은 다 모색해 놓은 상황이다. 회복은 시간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중국 펀더멘털이 나쁘지 않다. 여러 지표가 있겠지만, 나는 CRP(Credit Risk Premium)와 위안화 환율로 보는데 둘 다 괜찮다. 리스크 프리미엄도 최근 2달동안 현상 유지를 하고 있으며, 위안화 약세도 3월 6월에 이어 안정세에 접어 든 상황이다.
헝다라는 기업을 보면 ‘이번엔 설마?’ 라는 불안한 생각이 들지만 펀더멘털을 보면 상대적으로 안심이 된다.
<중국 국가 리스크 프리미엄>
<위안화 최근 1년 추이>
출처 : 블룸버그
결국, 누군가 내게 '해외주식, Top-down or Bottom-up?' 이라고 묻는다면, 나는 Top-down이라는 단어에 동그라미를 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