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뒤집혔다
요동치던 아들이
별안간 뒤집기를 해냈다
아들이 처음
온 힘을 다해
무언가
처음으로 이루어낸
그 아름답던 밤
내가 그토록 부정하던
지구도,
함께 뒤집혔나 보다
울컥,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져
여태껏
그 힘 덕에 살아냈다
<그대의 여름이 나의 가을이었다 시집 가운데 [지구가 뒤집혔다 전문]>
아이가 어린 시절부터 난 줄곧 묻곤 했다.
"어떤 아이라고 했지?"
"우리 아빠 목숨 같은 아이"
"그치 잘 했어!"
"다시!"
"아빠 목숨 같은 아이"
나의 숨이, 꼭 한번 아이가 힘겨울 때 위로가 되어주길 바라는 질문이었다. 이제 고학년임에도 수염이 거뭇거뭇 해진 모습에도, 그래도 넌 여전히 내 목숨 중 하나이다.
아이의 눈 속에는 까만 우주가 있다. 그 우주를 바라보면서 살아왔다. 고통의 시작도 끝도 결국 내게 달린 것인데 너무 미련하게 오랫동안 놓아주지 못한 상처가 가득했다.
그 상처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중, 거실에 앉아 있을 때, 나의 아이는 멍하니 온 힘을 다해서, 몸을 뒤집었다.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도 그 순간 무언가, 온힘을 다해서, 내가 부정하던 세상을 뒤집고 싶었다.
그렇게, 그렇게 여지껏 살아냈다. 살아가는 것은 목적지로 가는 것보다 보다 아름다운 것을 목격하면서 가는 여행일 것이다. 그 여행 속에 내가 손 잡은 것과 내가 인연이라 이름표 세긴 것들.
모두 사랑해야지 그리고 결국 끝을 향해 물 밀어 가듯, 내게 이따금 치는 파도를 태연하게 맞아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리라.
온전히, 그리고 온맘을 다해 사랑할 수 있는 것 중
나의 아들을 그리 사랑할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사랑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