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집으로 사과 한 박스를 보내셨다.
통화로
"멍든 곳이 있지만, 그 멍이 든 게 더 맛있을 거다"라며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전하지도, 짦은 안부를 여쭙지도 못한 채 통화는 끊어졌다.
멍이 든 사과
사과 박스를 열어 보니
멍이 든 사과가 있다
그래도 너는 좋겠다
과도로 멍든 부분을 잘라낼 수 있으니
사과를 먹는 데, 내가 멍들게 한
아버지가 한입
내가 멍들게 한
어머니가 또 한입
못내 뭐가 미안하다고 사과를 보내셨는지
사과까지 보낼 필요가 없는데
멍든 시간을, 빗겨간 것들은
왜들 그리 달콜한 것인지
자꾸만
빨간 시절 지나 멍이 든
사과 하나에
인생이 온통 사각사각 걸린다
가만 보면, 글을 쓰게 된 것도 어쩌면 필연적인 것 같다. 곧 눈이 내릴 것이다. 이내 아무렇지 않게 내려 놓은 하얀 반성문 같은 그 길 위를 지날 때면, 차가운 마음보다 먼저 꽁꽁 여민 이내 아물었다 생각 하는 것들이 새차게 쏟아져 내리겠지.
그만 그리워 하고 싶다. 그만 사랑을 하고 싶다는 말은, 늘 숨을 참는 일처럼 어려운 것이다.
창밖에 다른 계절의 얼굴이 늘 스치듯 가듯, 마음이 오늘은 흘러가는 곳따라 한참을 걷다가 두 눈 펑펑 울어보고도 싶은 게다.
살아 있던 흔적 하나, 입김 하나
후하고 부니, 창에 어리는 것처럼, 오늘 내가 있는 내가 품은 기억의 품속에서 한참을 따뜻하게 누구보다 외롭게 있을 것이다.
와장창 가을이 부서지는 소리를 들은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