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글로벌 정치의 중대한 전환점이었습니다. 이 시기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바로 '계산의 시간(Time of Calculation)'이었습니다. 국가들은 동맹의 가치를, 무역의 이익을, 기술의 주권을 끊임없이 재계산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계산의 중심에는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하나의 개념이 있었습니다. 바로 '안보(Security)'입니다.
전통적으로 안보는 군사력과 동맹, 그리고 국경 방어를 의미했습니다. 하지만 2025년, 우리가 목격한 안보는 그 범위를 훨씬 넘어섰습니다. 관세가 안보 무기가 되었고, 반도체 공급망이 국가 생존의 문제가 되었으며, AI 기술 격차가 새로운 안보 위협으로 떠올랐습니다. 국내 정치의 분열조차 외부 위협만큼이나 국가 안정을 위협하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우리는 '초복합안보의 전환(The Poly-Security Shift)'이라고 명명합니다. 이는 단순히 위협의 종류가 늘어났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경제, 기술, 사회, 지정학적 복합 위협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동시에 위협하는 새로운 안보 패러다임의 등장을 의미합니다.
본 분석에서는 2025년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키워드 빈도 분석, 감성어 추출, 심층 문헌 조사—를 바탕으로 이 초복합안보 시대의 구조를 해부하고, 2026년 한국 사회가 직면할 핵심 과제와 전략적 대응 방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초복합안보(Poly-Security)는 다중 위기(Poly-crisis)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안보 개념입니다. 과거처럼 단일한 위협—예를 들어 적국의 군사적 침공—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연결된 다차원적 위협들이 복합적으로 국가의 안정을 위협하는 현상을 총칭합니다.
초복합안보는 크게 네 가지 영역으로 구성됩니다.
첫째, 지정군사안보(Geo-Military Security)입니다. 이는 전통적인 안보 개념으로, 북한의 핵 위협이나 지역 내 군사적 긴장 등을 포함합니다. 2025년에도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긴장은 여전히 중요한 안보 의제였습니다.
둘째, 지경안보(Geo-Economic Security)입니다. 2025년 데이터 분석 결과, '안보' 키워드와 '관세', '경제' 키워드가 높은 빈도로 함께 출현했습니다. 이는 안보 논의의 중심이 경제로 이동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공급망 재편, 에너지 안보 이슈가 국가 안보의 최전선이 되었습니다.
셋째, 기술안보(Techno-Security)입니다. AI, 반도체, 우주 기술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패권 경쟁이 심화되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경쟁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 안보의 핵심 영역이 되었으며, 한국은 이 경쟁 구도 속에서 기술 주권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습니다.
넷째, 사회정치안보(Socio-Political Security)입니다. 외부 안보 위협이 국내 정치적 갈등과 사회적 분열을 촉발하는 현상이 두드러졌습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나 대외 정책을 둘러싼 국내 정치권의 대립이 심화되면서, 안보 정책 자체가 사회적 비용을 증대시키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2025년 데이터는 이 네 가지 영역이 더 이상 별개가 아니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안보의 경제화, 경제의 안보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전통적인 안보 개념은 완전히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1.2 전환의 핵심 동인: 거래주의와 패권 경쟁
첫 번째는 미국 중심의 '거래적 재조정(Transactional Re-alignment)'입니다. 2025년 키워드 분석에서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압도적인 빈도로 등장했습니다. 이는 한국의 안보 환경이 미국의 국내 정치 상황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동맹 관계가 '공동의 가치와 이념' 중심에서 '즉각적인 경제적 이익과 방어 자력화' 중심으로 재편되는 거래주의(Transactionalism)가 부활했습니다. 이는 동맹국들에게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관세를 활용한 통상 압박 등 직접적인 경제적 부담을 안보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나타났습니다.
국제 관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를 "동맹의 가격표 붙이기(Pricing the Alliance)"라고 표현합니다. 과거에는 동맹의 가치가 추상적이고 장기적인 안보 이익으로 측정되었다면, 이제는 구체적인 경제적 수치로 환산되어 협상 테이블에 오르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미-중 패권 경쟁의 심화와 '경제 분리(Decoupling)'입니다. 2025년은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경쟁이 전면화되고, 광범위한 경제 분리가 가속화된 해였습니다. 양국은 더 이상 단순한 경제적 경쟁자가 아니라, 서로 다른 기술 생태계와 공급망 체계를 구축하는 전략적 경쟁자가 되었습니다.
이는 모든 국가에게 '계산의 시간'을 강요했습니다. 특히 공급망 안보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의 무역 체계 구축"이라는 명분 아래 영구적인 정책 기조로 굳어졌습니다. 한국은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요구와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 사이에서 고난이도의 줄타기(Hedging) 전략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세계은행과 IMF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전 세계 GDP의 약 2~3%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한국처럼 대외 의존도가 높은 중견 국가들은 이 비용을 더욱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2025년 주요 안보 관련 뉴스와 소셜미디어 데이터에서 추출한 감성어 분석 결과는 매우 흥미로운 패턴을 보여줍니다. 바로 '희망적 불안(Hopeful Instability)'의 패러독스입니다.
한편으로는 '위기', '갈등', '부담', '불안'과 같은 부정적 감성어가 높은 빈도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국제적 안보 환경—트럼프의 관세 정책,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중동 불안정—과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특히 '부담'이라는 단어는 방위비 분담금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급증했으며, '손해', '부족', '위축'과 같은 경제적 우려를 담은 단어들과 함께 출현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안정', '안전', '발전', '협력'에 대한 열망도 가장 강력한 긍정 감성어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국민들이 위협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있으며, 정부와 전문가 집단에 대한 '도움'과 '능력' 발휘를 촉구하는 형태로 발현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두 감성이 동시에 존재하면서 만들어내는 긴장입니다. 국민들은 안보 문제를 둘러싼 국내 정치적 논란—'죄', '거짓말', '의혹'과 같은 부정적 단어들의 등장—과 사회적 비용에 대한 불만을 '비판'과 '갈등'의 감성으로 표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5년 여론조사 데이터를 보면, 응답자의 68%가 "한국의 안보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답했지만, 동시에 72%가 "우리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러한 모순적 태도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문제 해결을 갈구하는 한국 사회의 심리적 지형을 보여줍니다.
2026년에는 안보 문제가 '관세'와 '기술 공급망'을 중심으로 완전히 경제 문제로 고착화될 것입니다.
일반 국민들은 이제 북한의 핵 위협보다 "내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관세 부과"나 "특정 기술 수출 통제에 따른 기업의 손실"을 더 직접적인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게 될 것입니다.
2025년 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4%가 "한국 안보의 최대 위협"으로 '경제 제재와 무역 분쟁'을 꼽았으며, '군사적 충돌'을 꼽은 응답자는 31%에 그쳤습니다. 이는 안보에 대한 국민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정부는 2026년에도 트럼프 행정부와의 방위비·관세 협상, 그리고 중국과의 경제 관계 유지라는 이중고에 직면할 것입니다.
문제는 외교적 성공을 거두더라도 국내에서는 '퍼주기 외교' 또는 '굴욕 외교'라는 부정적 감성('비판', '갈등')이 지속적으로 축적된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강경한 입장을 취하면 '동맹 파괴', '경제 손실'이라는 비판에 직면합니다.
이는 안보 정책이 점점 더 '정답 없는 정책(No-Win Policy)'이 되어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첫째, 관세 충격 흡수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에 대비하여 '관세 충격 흡수 기금(Tariff Shock Buffer Fund)'을 조성하고, 타격을 받는 국내 기업에 대한 신속한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는 GESS 공식의 $E_t$ 값을 높이는 직접적인 조치입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2024년부터 유사한 '무역 조정 기금'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전략적 모호성'을 기술적으로 구현해야 합니다. AI, 반도체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기술 주권 확보 로드맵'을 수립해야 합니다.
특히 미·중 양측이 모두 대체하기 어려운 '독자적 틈새 기술(Niche Technology)'—예를 들어 초정밀 센서, 특수 소재, 특화된 AI 알고리즘—에 집중 투자해야 합니다.
대만의 TSMC가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위치를 확보한 것처럼, 한국도 특정 기술 영역에서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가 되어야 합니다.
첫째, 방위비 분담금의 '상호 기여' 모델로 전환해야 합니다. 단순히 현금을 더 많이 내는 방식이 아니라, 한국의 첨단 기술—AI, 양자 기술, 방산 능력—이 미군의 전력 강화에 직접 기여하는 '비현금 상호 기여(In-kind Mutual Contribution)' 모델로 협상을 전환해야 합니다.
이는 동맹을 일방적 '요구(Demand)'가 아닌 상호 '투자(Investment)'의 관계로 재정립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일본은 이미 이러한 방식으로 미국과 협상하여 방위비 부담을 완화하고 있습니다.
둘째, '가치 안보 연대(Value Security Coalition)'를 강화해야 합니다. 기존 미국 동맹을 보완하기 위해 유럽, 캐나다, 호주 등 유사 입장국과의 연대를 강화하여, 미국 일변도의 거래주의적 압박에 대한 외교적 완충지대(Diplomatic Buffer)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는 $G_t$ 값을 안정화하는 핵심 전략입니다. 한국은 이미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견국 외교를 펼치고 있으며, 이를 더욱 체계화하고 제도화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전략은 '안보 비용 공개 및 사회적 대화 창구' 구축입니다. 안보 정책—방위비 협상 결과, 공급망 재편 비용, 기술 투자 계획—이 국민에게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에 대한 초당적, 범국민적 사회적 대화 창구(Security Cost Dialogue Platform)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는 GESS 공식의 $C_{Poly}$(초복합성 비용 승수)를 낮추는 가장 중요한 정치적 조치입니다. 안보 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National Consensus)를 형성하지 못하면, 어떤 정책도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독일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방위 비용 투명화 위원회'를 구성하여, 국방비 증액의 필요성과 경제적 영향을 국민에게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유사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초복합안보의 시대는 안보를 둘러싼 패러다임이 '군사력 중심의 제로섬 게임'에서 '경제력, 기술력, 외교력이 복합된 시너지 게임'으로 완전히 변화했음을 의미합니다.
2026년, 대한민국의 새로운 계산법은 전통적인 방어선을 넘어, 기술 주권과 경제적 회복력을 최우선 방어선으로 구축하는 데 달려 있습니다. 안보 징크스를 극복하고 총체적 국가 안보 지수($S_t$)를 높이기 위해서는, GESS Principle이 제시하듯, 안보 정책의 경제적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적 합의를 통해 $C_{Poly}$를 최소화하는 정교한 스마트 위험 관리(Smart Risk Management)가 절실히 요구됩니다.
안보는 더 이상 군대와 외교부만의 일이 아닙니다. 경제부처, 기술 기업, 시민사회,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총체적 국가 과제입니다.
우리가 이 새로운 계산법을 얼마나 빨리,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어내느냐가 2026년 한국의 안보와 번영을 결정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