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마침은 곧 다시 시작한다는 것

by 조용한 망상

끝을 끝이라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어떤 일을 끝냈다고 말할 때, 그 끝마침은 정말 종결일까.
수많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나아가며, 하나의 사건을 마무리했다고 부른다. 그러나 그 마무리는 곧 다른 사건의 시작이 된다. 그렇게 본다면, 우리가 말하는 끝이란 독립된 종점이 아니라, 더 큰 흐름 속에 놓인 하나의 과정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사건이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의 ‘끝’도 존재하겠지만, 그 모든 끝은 다시 다른 사건의 시작으로 이어진다.
결국 우리가 인식하는 끝이란,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거대한 사건 속에서 잠시 구분된 경계일 뿐이다.
죽음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것을 모든 끝의 종말점이라 부르지만, 만약 죽음 이후에 또 다른 세계가 있고, 이 세계에서 배운 것들이 다음 세계에서 사용된다면, 이 삶의 끝은 진짜 끝이라기보다 하나의 단계를 가리키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쩌면 우리에게 끝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끝이라 불리는 모든 순간은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고, 시작이라 불리는 모든 순간 역시 더 큰 과정의 일부로
흘러가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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