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방향

by 조용한 망상

밤길을 걷다 보니 하나의 사실을 깨달았다.
빛을 등지고 걸으면 앞길은 반드시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가로등이 뒤에 있고, 우리는 그 빛을 등진 채 어둠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면
빛은 우리가 서 있지 않은 곳에만 떨어지고
우리가 향하는 앞으로의 길바닥은 늘 자신의 그림자 때문에 어두워진다.

결국 우리는 자신의 그림자를 밟으며,
‘그림자’라는 또 다른 내가 만든 어둠 위를 걸어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로등만 바라보고 서 있을 수도 없다.
우리는 언젠가 그 빛을 지나 더 먼 어둠을 향해 나아가야 하며,
가로등만 향해 있다면 내 그림자는 시야가 닿지 않는 뒤쪽에 생겨
나는 또 다른 나, 나의 그림자를 마주하지 못하게 된다.

때로는 전진을 멈추고,
빛과 그림자 사이에서 자신을 마주하며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런 성찰 없이는 우리는 자신의 일부를 영영 보지 못한 채
어둠 속을 걸어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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