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1] 애정결핍성향
"아오이, 미안한데 오늘은 학원에 가는 날이라 좀..."
히카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오이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괜찮아! 히카루 오늘 학원가는 날인 거 알고 있었지. 그럼 내일은 같이 놀자."
"내일은... 엄마랑 할머니 집에 가기로 했어."
"그럼 모레는? 모레는 어때? 나는 모레 학원 마치면 시간이 될 것 같은데, 아니면 내가 모래 학원을 안 가도 돼"
히카루는 잠시 망설이다가 한숨을 한번 쉬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애매하게 웃었다.
"그래, 모레 잠깐 같이 보는 건 괜찮을 것 같아."
아오이는 히카루와 약속을 한 것에 대해서 약간의 안도를 했다. 히카루와 만나서 뭘 먹을지, 어디 가서 사진을 찍을지, 히카루와 어떤 포즈로 사진을 찍을지에 대한 생각을 하였다. 그러면서 아오이는 자신의 지갑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지난주 히카루의 생일이라고 히카루가 평소에 갖고 싶다고 했던 립밤과 케이크를 사주었기 때문에 지갑에 돈이 얼마 없었다. 다음 달부터는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나 더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히카루에게 밥도 사고, 선물도 사줄 수 있다면 그것은 기쁨이었다. 아오이가 히카루에게 선물을 사주고, 밥을 사주는 것은 그저 순수한 주고 히카루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딱히 뭔가를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점심시간, 아오이는 매점에서 빵과 음료수, 아이스크림을 가득 사서 에코백에 넣었다. 교실에서 히카루와 미오가 마주 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너희 오늘 급식 맛없다고 점심 안 먹었지? 그럴 줄 알고 내가 준비했지!"
미오가 아오이의 가득 찬 에코백을 보며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오이, 미안한데 우리는 방금 도시락 먹었어. 오늘 히카루 어머님이 김밥을 싸주셨거든."
"아, 그래? 그럼 간식으로 같이 먹자 "
히카루가 미오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어휴, 우린 배불러. 이것보다 우리 둘이 해야 할 이야기가 있는데..."
"아! 나도 오늘 하루토 선생님이 점심시간에 교무실로 오라고 했는데 깜빡했다. 늦었네 먼저 갈게."
아오이는 웃으며 급하게 교실을 빠져나왔다.
"선생님, 시간 괜찮으세요?"
아오이는 교무실로 가서 하루토 선생님을 조심스럽게 불렀다.
"아! 아오이구나, 선생님 지금 하고 있는 업무를 하려면 한 10분은 걸린 것 같은데..."
"괜찮아요. 기다릴게요."
아오이는 최대한 밝고 씩씩하게 말했다.
하루토 선생님이 하고 있던 업무를 마치고 아오이에게 물어봤다.
"그래 아오이 무슨 일 있어?"
"무슨 특별한 일이 있는 건 아닌데, 그냥 누구 하고라도 이야기가 하고 싶었어요. 사실 집에 가면 집에 아무도 없어요. 엄마는 아빠랑 싸우고 집을 나갔고, 아빠는 맨날 술 먹고 늦게 들어오시거든요. 그래서 엄마 아빠 둘 다 제가 뭘 하든 상관하지 않아요. 진짜 우리 집이 콩가루 집안처럼 느껴져요. 우리 엄마 아빠가 싸우면 경찰이 출동하거든요. 우리 집에 경찰이 세 번까지 온 적이 있었어요...."
아오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최대한 밝고 신나게 이야기하려고 애를 썼다.
"선생님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선생님 덕분에 제가 학교에서 버티는 것 같아요. 친구들은 저를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는 친구들이 너무 좋은데, 그래도 선생님이 계셔서 너무 다행이에요."
아오이는 자신의 힘든 이야기를 하면서 선생님 앞에서 잘 울지 않았다. 하루토 선생님은 그렇게 눈물을 참고, 밝게 보이기 위해서 노력하는 아오이를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아오이는 학교가 마치고 나서의 스케줄을 단 1분도 비워 놓지 않았다. 하교 후 이어지는 학원과 아르바이트는 그녀에게 단순한 일과가 아니라, 혼자 있는 시간의 공허함을 막아내는 방어벽이었다. 주말이면 친구들의 연락이 줄어들까 봐 전전긍긍하던 아오이는, 결국 주말마저 아르바이트로 채우며 자신을 몰아세웠다. 일을 하는 동안만큼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착각 속에 머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오이 씨는 항상 밝아서 좋아. 우리 가게 복덩이라니까!"
사장의 칭찬에 아오이는 평소보다 더 높고 활기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 밝은 미소는 사실 처절한 연출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어두운 감정을 심해 깊숙이 눌러버리고, 타인의 사랑을 받기 위해 감정을 극적으로 꾸며내어 표현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밤늦게 돌아온 집은 언제나처럼 차가운 침묵뿐이었다. 불 꺼진 거실에 들어설 때마다 아오이는 견딜 수 없는 허기를 느꼈다. 그것은 배가 고픈 것이 아니라, 영혼에 난 구멍을 메우려는 충동적인 갈증이었다. 그녀는 홀린 듯 마라탕과 떡볶이, 치킨을 한꺼번에 주문했다. 음식을 먹는 행위는 즐거움이 아닌, 오직 결핍된 욕구를 채우기 위한 기계적인 동작에 불과했다.
꾸역꾸역 밀어 넣은 음식들 뒤로 찾아오는 것은 지독한 죄책감이었다. 널브러진 일회용 용기들을 보며 아오이는 공포에 질렸다. 살이 찐다는 것은 곧 자신의 매력이 사라지는 것이고, 그것은 곧 타인과 더 멀어지게 될 것이라는 사형 선고와 같았다. 화장실로 달려가 모든 것을 게워낸 아오이는 변기를 붙잡고 눈물을 떨구었다.
'왜 노력할수록 사람들은 더 멀어지는 것 같지?'
처음에는 아주 작은 각도만큼만 틀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조금 더 돈을 쓰고, 조금 더 밝게 웃고, 조금 더 선물을 사주면 그 간극을 메울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가 다가가려 애쓰면 애쓸수록 사람들과의 거리는 아득히 멀어져만 갔다.
아오이는 문득 거울 속의 자신을 보았다. 거기에는 숨만 쉬어도 사랑받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 사랑받기 위해 자신을 깎아내며 서 있는 한 소녀가 있었다. 내면은 춥고 외로웠지만, 내일 아침이면 아오이는 다시 세상에서 가장 밝은 가면을 쓰고 히카루 앞에 설 것이다. 그것이 그녀가 아는 유일한 생존 방식이었으므로.
모든 인간은 타인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자 하는 본능적인 욕구를 지니고 있다. 매슬로우(Maslow)의 욕구 단계 이론에 따르면, 소속과 애정에 대한 욕구는 생존과 안전이 보장된 후 나타나는 핵심적인 동기이다. 하지만 아오이에게 이 욕구는 단순한 바람을 넘어, 자신의 존재를 지탱하기 위한 처절한 '생존 투쟁'에 가깝다.
건강한 자아상은 영아기 시절, 주양육자와의 무조건적인 교감에서 시작된다. 아기가 울거나 보챌 때 그 이유를 세심히 살펴 불편함을 해소해 주고, '오로로로 까꿍'과 같은 따뜻한 눈 맞춤을 통해 세상이 안전하다는 신호를 보내줄 때 아이는 주양육자를 신뢰하며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숨만 쉬어도, 밥만 잘 먹어도 "예쁘다, 잘했다"라고 속삭여주는 '존재 자체에 대한 사랑'을 충분히 경험해야만 "나는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단단한 자아상을 형성할 수 있다.
반대로 주양육자로부터 "너는 사고뭉치야",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해"와 같은 부정적인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받은 아이는 자신을 결함 있는 존재로 인식한다. 아오이의 내면에는 바로 이 지점에서 기인한 깊은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다. 그녀에게 사랑은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과 비용을 지불해야만 얻을 수 있는 '조건부 보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오이가 하교 후 쉴 틈 없이 아르바이트에 매달리고, 친구들에게 과도한 선물과 간식을 사주는 행위는 그 결핍을 메우려는 시도이다. 그녀는 자신의 어두운 감정을 철저히 억누르고, 밝고 해맑은 모습을 극적으로 연출하며 타인의 환심을 사려 애쓴다. 혼자 있는 공허함을 견디지 못해 주말마저 일터로 자신을 내모는 것은, 타인과 연결되어 있지 않은 상태의 자신을 '가치 없는 존재'로 느끼기 때문이다.
더욱 비극적인 지점은 이러한 심리적 허기가 '충동적인 섭식'과 '구토'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아오이는 배고픔을 느껴서 먹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구멍을 채우기 위해 폭식한다. 그러나 먹은 것을 게워내는 행위는 결국 타인과 더 멀어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죄책감의 발현이다. 살이 찌면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은 그녀를 더욱 고립시키고, 결국 "노력할수록 사람들과 멀어지고 있다"는 절망적인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아오이는 끊임없이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노력의 방향은 자신을 갉아먹는 쪽을 향해 있다. 친구들에게 서운함을 말하지 못하고 갈등을 피하는 것은 '착한 아이'가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미움받는 순간 자신의 세계가 무너질 것이라는 공포 때문이다.
지금 아오이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아르바이트비나 친구들의 가벼운 칭찬이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밝게 웃지 않아도, 너는 그 자체로 소중하다"라고 말해줄 단 한 사람의 진심 어린 수용이다. 그 온기가 닿지 않는 한, 아오이의 내면은 차가운 황무지에서 혼자 떨며 누군가의 그림자를 하염없이 뒤쫓게 될지도 모른다.
AI로 생성된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