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함이라는 감옥

#학부모 1. 과잉기대성향

by 초코파이

쯔한의 방은 한낮에도 심연처럼 깊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창문을 무거운 그림자로 가리고 있는 두꺼운 암막 커튼은 단순히 빛을 차단하는 도구가 아니었다. 그것은 ‘평범하고, 보통의 세상’으로부터 ‘특별하고 천재적인 쯔한’을 보호하겠다는 엄마의 강박이 만들어낸 거대한 장벽이었다. 방안에는 색연필과 물감들이 각각 풍기는 향기와 어두운 냄새가 함께 어우러졌다. 그리고 낮고 웅웅 거리는 스탠드 소리는 쯔한의 마음을 더 답답하게 만들었다.

“쯔한, 엄마 들어간다?”

조심스럽고 낮은 엄마의 목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쟁반 위에는 갓 짜낸 신선한 주스 한잔과 마치 조각칼로 섬세하게 조각한듯한 똑같이 깎인 과일이 줄을 서 있었다. 쯔한의 붓을 쥔 손은 멈추지 않았다. 붓을 멈추는 순간, 엄마의 저 자애로운 미소가 어떻게 순식간에 차가운 서리로 변할지 쯔한은 몸서리치게 잘 알고 있었다. 분명 자신이 그림을 좋아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림을 좋아하는지, 엄마와 갈등이 없는 조용한 평화가 좋아서 그림을 그리는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그림을 그리지 않고 밖에서 친구들과 놀고 싶다. 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하면 엄마는 화를 내게 되고, 그렇게 되면 조용한 평화는 사라진다. 쯔한이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는 집안의 평화는 유지는 되는 것이다.

엄마는 까치발을 들고 다가와 쯔한의 어깨너머로 캔버스를 훔쳐보았다. 쯔한의 그림은 특별했다. 쯔한은 물건과 건물을 그리더라도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도록 그렸다. 예를 들어 지갑을 그리게 되면 그 지갑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그림을 보는 누구나 지갑이 하는 이야기, 지갑에 묻은 몇만 번의 손길이 느껴지도록 그렸다. 건물에 있는 벽돌 하나, 먼지 한 톨조차 그 건물의 일부임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보는 사람이 뭉클하게 느끼는 특별함이 있었다. 하지만 미술 입시학원에 간다면 ‘기본기가 없다’는 말을 들을 테지만 엄마에게 쯔한의 그림은 성스러운 종교와도 같았다.

“세상에! 쯔한, 이 선 좀봐. 이건 이건 마치 신의 영역 같지 않니? 학교에서 따분한 국영수나 공부하는 애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런 표현은 할 수 없지. 넌 정말... 넌 정말 하늘이 나에게 준 최고의 보석이야.”

엄마의 차가운 손가락이 쯔한의 뒷덜미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쯔한은 소름이 돋았지만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붓을 놀렸다. 머릿속에는 어제 학교 복도에서 친구들과 약속한 축구 시합이 떠올랐다. 골을 넣고 흙바닥에서 친구들과 구르며 환호성을 지르던 그 짧은 찰나. 그 평범하고 순간들을 생각하면 숨쉬기가 편해졌다.

“엄마, 저... 내일은 학교에 가고 싶어요. 친구들과 도서관에서 조별 수행평가를 하기로 했거든요, 내일은 학교 다녀와서 더 열심히 그림을 그릴게요.”

“학교? 쯔한, 엄마가 자퇴를 생각해 보라고 말했잖니? 친구들과 수행평가? 너한테 쓸모없는 시간이야? 지금 너한테 일분일초가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 줄 아니? 엄마는 네가 화장실 가는 시간조차 아까울 정도야. ”

“그렇지만... 전 학교에 가고 싶어요.”

“엄마가 누구 때문에 내 인생을 포기하고 너한테 매달리는데! 넌 어떤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은 특별함을 가진 아이야. 엄마도 네가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하다면 이렇게 너한테 모든 것을 걸지 않을 거야. 엄만 모든 것을 다 너에게 걸었어. 네가 특별한 사람이 아니면 내 인생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고. 사람이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살 수 없는 거야. 너의 위대한 재능을 썩히게 둘 수 없어. 넌 나의 전부야. 엄마는 결심했어. 내일 자퇴서를 낼 거야.”

“엄마...”

“너도 그림 그리는 것이 좋잖아? 그렇지? 집에서 그림만 그리는 게 너를 위하고 나를 위한 길이야. 엄마가 다 너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 "

"아..."

쯔한은 엄마의 눈을 보며 포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 날 오전, 학교 상담실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쯔한의 담임인 장 선생님은 책상 위에 놓인 자퇴 신청서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앞에 앉은 쯔한의 어머니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어머니,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십시오. 쯔한 이는 누구보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입니다. 학교에서 노는 것이 쯔한이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쯔한이에게 무엇보다 더 값진 사회적 경험이 되지 않겠습니까?


"선생님, 그 '사회적 경험'이라는 게 결국 남들처럼 평범해지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요?"

어머니는 비웃음 섞인 어조로 대꾸했다. 장 선생님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쯔한은 학교에서 정말 빛나는 아이입니다. 단순히 그림 실력 때문이 아니에요. 친구들 사이에서 리더십도 있고, 아이들과 어울릴 때 표정이 가장 밝습니다. 예술가는 골방에서 사진만 보고 그림을 그리는 존재가 아닙니다. 세상과 부딪히고, 친구들과 갈등하고 화해하며 얻는 그 모든 생생한 경험이 쯔한이의 예술적 재능을 더 단단하게 키워줄 겁니다. 쯔한이의 그림이 살아있는 것도 다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학교라는 이 작은 사회가 쯔한이에게 줄 수 있는 가치는 무궁무진합니다."

"저도 쯔한이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하다면 학교를 다니라고 하겠지요. 하지만 우리 쯔한은 다르지 않습니까? 쯔한에게는 지금이 제일 중요한 시기입니다. 학교에서 우리 쯔한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어요. 학교에서 경험들은 초등학교, 중학교 다닌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쯔한의 일분일초가 매우 소중하다고요."

장선생님은 쯔한이의 어머님께 애원하듯 매달리며 말했다.

"저도 쯔한이 지금 가장 중요한 시기이고, 소중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머님께서 크게 쓸모없다고 여기시는 시간도 쯔한에게는 매우 소중합니다. 쯔한에게 학교에서 공부를 하라고 하지는 않겠습니다. 최대한 쯔한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노력해 보겠습니다. 저도 쯔한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겠습니다. 저는 쯔한이 학교에서 밝게 웃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이 너무 좋습니다. "

쯔한 어머니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상담실 밖을 지나가는 아이들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쯔한은 특별합니다. 선생님 같은 평범한 교육자가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아니라고요! 학교는 쯔한의 날개를 꺾고, 그 독창적인 색채를 회색으로 물들이는 곳일 뿐이에요. 내 아들은 재능을 가지고 있고, 이미 정해진 길이기 때문에 이제는 전력질주를 해야 할 때입니다. 오직 자신의 천재성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학교에서 얻는 '경험' 따위, 쯔한에겐 오염일 뿐이에요."

"어머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건 구속입니다. 하루 종일 그림만 그리게 하는 것이 쯔한에게 과연 좋을까요? 쯔한의 의견을 존중해 주세요. 쯔한이는 어머니의 소유물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 아이도 사람이고, 감정이 있을 거 아닙니까?"

장 선생님도 결국 참지 못하고 책상을 내리쳤다. 하지만 어머니의 표정은 오히려 더 차갑고 견고해졌다. 그녀는 우아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자퇴 신청서를 선생님 쪽으로 바짝 밀어 넣었다.

"선생님이야말로 착각하지 마세요. 쯔한도 자퇴에 동의했습니다.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는 것을 알고 받아들이고 있다고요. 유명한 연예인들이나 예술가들 보세요. 학교 다니는 게 예술가들에게는 결코 좋지 않은 일일 수 있어요. 특히 우리 쯔한 처럼 영재성이 뛰어난 아이에게는 말이죠. 우리 쯔한에게 학교는 필요 없습니다. 오늘부로 자퇴 절차 밟겠습니다. "

어머니는 승리한 장군처럼 상담실을 걸어 나갔다. 복도 끝 창가에 서 있던 쯔한은 차마 엄마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날 밤, 쯔한은 다시 어두운 방 안에 갇혔다. 문은 밖에서 잠겼고, 스탠드 불빛만이 캔버스 위를 유령처럼 배회했다. 쯔한은 무의식적으로 다시 붓을 들었다. 배고픔과 공포 속에서 붓질을 시작하자, 문밖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문이 천천히 열리고, 엄마가 다시 들어왔다. 이번엔 세상에서 가장 인자한 보살 같은 표정이었다. 엄마는 바닥의 먼지를 묵묵히 닦아내더니 쯔한의 등에 얼굴을 기댔다.

"그래, 내 아들 쯔한... 역시 그림 그릴 때가 제일 빛나. 봐, 이 눈물 자국이 물감이랑 섞여서 정말 유니크한 질감이 됐네? 이런 그림을 그리는 아이를 어떻게 저 따분한 학교에 보내겠니? 엄마는 너를 너무나 사랑해. 넌 엄마의 자부심이야. 우리 당분간은 다른 친구들과 연락도 하지 말고 완전히 몰입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엄마의 칭찬이 쏟아질수록 쯔한은 목이 죄어오는 것 같았다. 엄마가 말하는 '사랑'은 쯔한이라는 아이가 아니라, 그가 그려내는 '특별함'이라는 상품을 향해 있었다. 쯔한은 소리 없이 울며 다시 붓을 움직였다. 창밖에서는 여전히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멀리서 들려왔지만, 암막 커튼은 결코 열리지 않았다. 스탠드 불빛 아래서, 쯔한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박제 동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모든 사람은 특별합니다. 특히 부모에게 자식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이지요. 저도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그 반짝이는 눈, 숨소리, 모든 것이 특별했던 그 순간들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부모가 느끼는 특별함을 타인이 느끼길 바란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학교 상담실에 있으면서 자식이 남들과는 다른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좀 더 특별하게 살기 위해 학교를 자퇴하길 바라는 부모님들을 종종 뵈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너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특별함'이라는 이름의 투사(Projection)입니다. 일부 부모들은 자신의 사회적 성취 실패나 자아실현의 갈증을 자녀를 통해 보상받으려 합니다. 이들에게 자녀는 독립된 인격체가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줄 '트로피'입니다. 소설 속 엄마가 "네가 특별한 사람이 아니면 내 인생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고."라고 외치는 대목은 자녀의 정체성과 부모의 정체성이 기괴하게 유착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부모님에게는 평범함에 대한 공포와 고립 전략 과잉기대 성향의 부모에게 '평범함'은 곧 '사회적 도태'를 의미합니다. 이들은 자녀가 또래 집단과 어울리며 보편적인 사회성을 기르는 것을 '재능의 오염'으로 간주합니다. 학교 교육을 부정하고 자퇴를 강요하며 아이를 고립시키는 행위는, 외부의 객관적인 자극으로부터 아이를 차단하여 부모의 통제력을 절대화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또한, 조건부 애정과 심리적 가스라이팅 "그림을 그릴 때만 사랑을 준다"는 메시지는 아이에게 '조건부 애정'으로 각인됩니다.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본능적인 욕구(친구와 놀고 싶은 마음 등)를 스스로 부정하게 됩니다. "너를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아이의 현실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 가스라이팅은 아이를 정서적 감옥에 가두는 가장 강력한 수단입니다.


건강한 부모의 역할 비범한 재능이 한 인간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그 밑바탕에 평범한 일상의 행복과 사회적 유대감이 반드시 존재해야 합니다. 아이를 방 안에 가두는 것은 재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영혼을 박제하는 일임을 우리 사회의 '과잉 기대' 부모들은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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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이미지는 AI에 의해 생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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