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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주 Dec 12. 2022

달리기하고 책 읽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

프롤로그

  나는 아직 할머니가 되려면 멀었다. 만약 내가 100년 전에만 태어났어도 어쩌면 할머니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나이긴 하지만, 100년 후인 지금은 누구도 나를 할머니로 생각하지 않는다. 외모적으로도 아직 할머니를 생각하기에는 앳되다.(스스로 이런 말을 하니 부끄럽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은, 언젠가는 나도 할머니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나이가 먹으면 우울해진다고 하지만 나는 20대 때는 30대가 되고 싶었고, 30대 때는 40대가 기대되었다. 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슬프지는 않다. 나는 멋진 할머니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할머니가 되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러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찾을 수 있다. 나는 가족이 소중하지만 가족이나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았으면 한다. 또 다른 중요한 한 가지는 나이가 들어서도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의 걱정을 조금 덜 하고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삶을 살기를 원한다. 막 40살이 된 지금 생각엔 충분히 가능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달리기하고 책 읽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

   

 내가 제일 좋아하고, 100살 때까지 하고 싶은 일은 달리기와 책 읽기이다. 이 둘은 아주 전혀 상관없어 보이지만, 둘은 사실 똑같은 것이다. 끊임없이 나에게 질문을 하게 만드는 활동이고, 나를 키워주는 활동이다. 나만의 페이스가 있어야 하고, 가끔 하기 싫을 때도 있지만 몰입을 하면 끝없이 빠져들 수 있다. 꾸준히 해야 되고, 어렵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한 그런 것이다. 사람들에게 내가 한 것에 대해서 자랑할 수도 있다. 좋은 체력을 요구하기도 하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쉽게 할 수 있기도 하다. 


 나는 정말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여러 가지 취미를 가지고 있고, 사람들과 만나서 노는 것도 좋아한다. 나의 일에 대해서 자부심을 느끼고 일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한다. 거기에다 나는 취미가 참 많다. 그림 그리기, 노래 부르기, 피아노, 독서, 달리기, 등산, 공기권총(나는 공기권총 소지자다.), 여행, 다이어트, 외국어 공부, 요리, 맛집 탐방, 누워있기, 사진 찍기, 핸드폰 게임, 유튜브 보기, 드라마 보기, 영화보기, 수다 떨기, 그냥 걷기 등 이렇게 많은 것 중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을 두 개만 고를 수 있다면 달리기와 독서를 고르겠다. 여행이나 다른 운동도 좋아하지만 나는 매일 똑같이 반복되더라도 매일 할 수 있는 달리기와 책 읽기를 좋아한다. 1년 365일 중 300일 정도가 매일 똑같은 그 일상을 더 좋아한다. 100살 때까지 이 두 가지를 할 수 있다면 나는 내가 인생을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달리기와 책 읽기는 좋은 활동이다. 누구나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쉽게 권유할 수 없다. 이 두 가지를 권한다는 것은 자칫하다간 따분한 사람으로 오해받기 쉽다. 인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으로서 이런 불필요한 오해는 받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에게 나의 취미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저는 달리기 하고, 책 읽는 거 좋아해요." 우리나라 성인 독서량은 21년 기준 4.5권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것도 계속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취미가 없어서 가장 고상한 것을 골랐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에게는 더 편하게 더 재미있는 할 수 있는 활동들이 지천에 널려있다. 달리기를 좋아한다고 왜 그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된다.  그렇지만 기죽지 않고 말할 수 있다. "저는 달리기하고 책 읽는 거 좋아해요."


 매일매일 똑같은 활동 속에서도 나는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다. 성장과 슬럼프, 지루함, 즐거움, 가벼움, 무거움, 신나는, 슬픈, 속상한, 부러운, 쾌활한, 인내, 휴식, 안정감 등이 매일매일 다르게 찾아온다. 나는 책 읽기와 달리기를 100살까지 한다면 100살이 되어서 키는 줄어들지라도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나이가 들 수록 시간은 더 빨리 지나간다고 한다. 어릴 때는 1년이 느리게 가지만 나이가 들 수록 그 시간들은 더 빨리 지나간다고 했다. 그래서 나이가 든 할머니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이렇게 늙어 버렸다고, 엄마 무릎 베고 누워 있던 아기였을 때가 엊그제 같다고 말한다. 나도 언젠가는 세월이 광속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 속에서도 나는 나에게 집중하며 성장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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