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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운세, 인생의 흐름을 읽는 오래된 언어

사주와 명리학, 과학과 미신의 경계에서 나를 이해하는 법

by 나니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 쯤 자신의 운에 대해 생각해보기 마련입니다.

'올해는 조금 더 나아질까?' '나의 연애운은 어떨까?' '부자가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자연스레 검색창에 손이 갑니다.

그리고 생년월일운세를 보기 위해 그 곳에 내 생일을 입력하곤 합니다.


최근에 제 친한 친구는 아주 유명한 점집에 다녀왔어요.

예약을 한 후 무려 3달 후에나 점을 볼 수 있었고,

그 분은 거침없이 친구의 상황을 맞췄다고 합니다.

그리고 몇 가지 궁금한 질문에 대답을 해줬어요.


너무 신기하게도 과거와 현재 고민을 너무 잘 맞춰서,

친구의 지인들은 앞다투어 번호를 받아갔고,

너무 빠르게 입소문이 나서 현재는 일년 이상 예약을 기다려야 해요.


하지만....

친구가 물었던 질문에 대한 그 용한 "도령님"의 대답은...

시간이 지나고 확인해보니...

틀렸습니다!







"너도 연락처 알려줘?"





"아니, 나는 그냥 내가 노력해서 잘 될거야.

그 사람이 잘된다고 해도 나는 그냥 내가 노력해서 잘 된거고,

그 사람이 안될거라고 해도 그냥 노력해서 잘 될거야."


친구가 점 보고 온 이야기를 해주며 나에게 연락처 주냐고 물었는데,

저는 받지 않았어요.


정말...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거든요.


"너 점보고 온 얘기 했는데, 연락처 안받은 사람 나밖에 없지?"


"응, 정말 안 궁금해? 물어볼 거 없어?"


아주 넓은 마당발을 가진 친구가,

다른 유명한 사람이 그 곳에서 점 본 이야기까지 덧붙여가며 신나게 이야기하는데

정말 재미있게 들으면서 연락처를 안 받은 사람은 저밖에 없다고 해요.


그만큼 저는 정말 신점에 대해서는 요만큼도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 저도 생년월일운세, 즉 사주는 어느 정도 참고하기도 해요.

이상하게도 정말 나에 대해 본질을 짚고 흐름을 알려주는 느낌을 주는 묘한 공감 때문인 것 같아요.



생년월일운세2.jpg 사진 출처 : pexels


자꾸 궁금해지는 이유

사람들은 왜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사주를 보고, 생년월일운세를 궁금해 할까요?

그건 단지 불안해서 미래를 점치려는 마음 때문만은 아닐 거에요.


우리는 언제나 자신을 알고 싶어합니다.


왜 나는 이런 성향을 가졌을까?

왜 어떤 시기에는 모든 일이 막히는 것처럼 느껴질까?

왜 어떤 때는 아무 이유 없이 기분이 가벼워질까?


그런 순간마다 사람들은 그것을 설명해줄 '무언가'를 찾습니다.

그리고 사주, 생년월일운세는 아주 오래된 방식으로 그 답을 건네주는 도구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인간에 대한 오랜 관찰



사주의 시작은 2000년 전, 고대 중국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천문학자들은 별의 움직임과 계절의 변화, 시간의 흐름이 인간의 삶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사람이 태어나는 순간은 단순한 시간이 아니라,

그 시점의 우주의 리듬이 각인된 순간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사주는 단순한 미신이 아닙니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깊이 이해하려는,

아주 오래된 인문학적 통찰에 가깝지요.


태어난 해(年), 달(月), 날(日), 시(時).

이 네 가지 기둥, 즉 사주(四柱)를 통해 우리는 자신만의 흐름과 기운을 읽습니다.


그건 마치 현대 심리학에서 성향이나 성격을 분석하는 것과 비슷해요.

사주는 '시간 속에서의 인간 패턴'을 연구한,

동양의 오래된 심리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종대왕, 다산 정약용, 율곡 이이 같은 학자들도

명리학을 공부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사주로 미래를 예언하려 한 게 아니라,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죠.


태어난 시기와 환경, 계절이 다르면 사람의 성향과 기질이 달라진다는 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겁니다.




신비보다는 지혜를 얻는 일




생년월일운세를 본다는 건, 미래를 맞히려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에요.


열정이 넘치고 추진력이 강하지만 감정의 기복이 큰 사람도 있습니다.

또, 감수성이 풍부하고 유연하지만, 때로는 결정이 느리고 마음이 쉽게 흔들리는 사람도 있어요.


이런 해석은 단순한 예언이 아니라 자기 이해의 또 다른 언어입니다.

"당신은 이런 흐름 속에 있으니, 이 에너지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인생의 색이 달라질 것입니다"

라는 지혜를 얻을 수 있어요.


맹신할 필요도 없지만, 약간의 재미와 흥미를 더해 어떤 의미가 있을지 생각해 볼만하다고 생각해요.





과학과 사주의 사이에서




생년월일운세를 확인한다고 해서 비이성적인 것도 아니고,

믿지 않는다고 해서 특별히 합리적인 것도 아닙니다.


사주는 과학과 미신의 경계에 서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그리고 그 경계는 생각보다 넓고 부드러운 것 같습니다.


명리학은 사람을 데이터로 봅니다.

태어난 시간, 계절, 공간 속에서 어떤 성질이 강하고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를 관찰합니다.

그건 마치 현대 심리학에서 성향 검사를 하는 것과도 비슷해요.


"당신은 지금, 당신의 기운을 잘 쓰고 있나요?"


저는 생년월일운세를 MBTI처럼 저를 이해해보려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어요.

사주 결과를 담은 파일을 가끔씩 펼쳐보며, 저의 인생 흐름도 읽어보고,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잔잔한 깨달음을 얻기도 합니다.


하늘이 아닌, 나의 시간 속에 기록된 인생의 지도, 나침반...

동양에서 오래도록 연구되어 온 그 언어가, 오늘의 나에게 조용히 말을 걸어옵니다.



생년월일운세, 한번은 제대로 봐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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