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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Aug 18. 2023

2023년 8월 17일 식도락 음식일기

마지막 한 방울까지 - 살얼음 동동 열무 물김치!!

공기 속의 습도가 많이 제거된 것 같다. 그렇지만 여전히 30도를 웃도는 더위이다.


산을 깎아서 지은 집이라 장마철에는 습도가 상당히 높다. 

덥고 습할 때면 식구들에게 먹일 반찬이 걱정이다. 재료가 있고 메뉴가 딱 정해지면 음식을 만드는 것이 신이 나지만 마땅히 떠오르지 않을 때는 '다른 집에는 뭘 해 먹지?'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친정엄마의 솜씨를 닮아

우리 자매들은 다들 음식솜씨가 뛰어나다. 특히 언니집에 가서 먹는 밥은 늘 맛있고 어린 시절의 추억과 엄마의 냄새가 난다.


오늘 아침 아들 밥 챙겨줄 때 보니 물김치가 바닥을 보였는데......

아들은 첫 숟가락부터 마지막 수저 놓을 때까지 물김치를 정말 좋아하고 잘 먹는다.

특히 살얼음 동동 뜬 열무물김치를.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만,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올리는 것도, 집안 청소도 하기 싫은 날이 있다.

오늘이 딱 그날이다. 

그런데 사다 놓은 열무가 눈에 밟힌다. 어쩌지? 하루만 지나면 누렇게 변할 텐데.

일단 내 마음을 부드럽게 해 줄 커피를 한 잔 내려 마시고 시작해 본다.


밭에 내려가 부추를 보니 올해 마지막 물김치가 될 것 같다. 부추가 폭염에 다 타버리고 뽕나무 아래 그늘진 부분에만 연하게 올라와 있었다. 청양고추 몇 개, 홍고추 두어 개를 따 왔다. 

봄부터 시작된 물김치 담그는 일은 우리 집 텃밭의 부추에 꽃이 피기 시작하거나 잎이 말라버릴 때까지 계속되고  몇 통을 비워야 가을이 운다.  


카페인도 들어갔고 즐거운 시장놀이도 했으니 본격적으로 열무물김치를 담그는 숭고하고 위대한 작업을 시작한다.


[살얼음 동동 열무 물김치 만들기]

1. 열무는 뿌리가 얇고 열무의 전체 길이가 길면서 연한 것으로 고른다. 

2. 뿌리 부분은 넉넉하게 잘라서 흙을 제거한 후 5cm 정도 자른다. 끝부분의 잎은 버린다.

3. 흐르는 물에 세 번 정도 씻은 후 식초 3 큰 스푼을 넣고 10분 정도 담가둔다.

4. 부드러운 열무를 씻을 때는 살살 씻어내야지 풋내가 나지 않는다.



1. 소쿠리에서 큰 물기를 제거한 후 한켜 한켜 소금을 뿌린다. 소금을 뿌릴 때는 처음 아랫부분은 아주 약하게 해야 한다. 왜냐하면 위쪽 소금을 뿌릴 때 녹으면서 자연스레 아래로 소금물이 모이기 때문이다

2. 30분 정도 지나 한번 뒤집어 준 후 다독다독 거려 준다.

3. 열무가 절여지면 다듬은 부추도 5cm 정도 길이로 썰어 열무와 섞어서 10분을 둔다.(사진에 누락)



<풀물 끓이기>

1. 절여진 열무의 3배 정도의 물에 밀가루 수북이

  4 큰 스푼을 넣어 잘 저어준다

2. 끓으면 아주 약한 불에서 천천히 10분 정도 더 끓여주고 덩어리 진 부분은 풀어 준다. 위에 뜨는 거품은 걷어 내어 준다.

3. 식힌다.




<부재료 준비>

1. 홍고추 2개 - 어슷썰기

2. 양파 작은 것 3개 - 3mm 정도 굵기로 채 썬다.

3. 마늘 20알 정도 - 찧는다

4. 홍청양고추 2개 - 얇게 어슷썰기

5. 당근 - 반개를 채 썰어 준다.



1. 두 번 씻은 열무와 부추는 대충 물기를 뺀 후 보관할 용기에 차근차근 담는다. 

2. 준비한 부재료들도 넣고, 식힌 풀물, 소금, 설탕 1 큰 스푼(채소의 쓴 맛을 중화), 통깨, 고춧가루 1큰술을 넣고 간을 맞춘다.

3. 물김치의 물은 재료가 넉넉히 잠길 정도면 된다. 부족하면 물을 끓여 식혀서 추가하면 된다.




1. 여름 물김치는 하루만 밖에 두어도 맛이 들기에 다음날 바로 냉장고에 넣어야 한다.

2. 3일 정도 지난 후 김치냉장고 살얼음 기능으로 보관하면 더운 여름에 최고의 국물 요리가 된다.

3. 된장을 끓여서 열무김치 건더기를 넣고 참기름 몇 방울, 고추장을 조금 넣고 양푼이에 비벼서 나눠 먹으면 진짜 '식구'가 된다.




직접 열무를 심어서 물김치를 담그려고 야무지게 밭정리도 하고 가꾸었는데 약을 치지 않고서는 부드럽고 맛있는 열무의 1차 수혜자는 벌레들이고, 어째 어째해서 열무가 잘 자라는 것을 아침에 보고 올라와서 잠시 후 소쿠리를 들고 열무를 뽑으려고 가면 그사이에 노루가 싹 먹어 치우고 휑한 흙만 보인다. 

그때의 허망한 마음이란........

이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열무를 사서 물김치를 담글 수밖에 없다. 

열무로 담그는 물김치는 손이 참 많이 가지만 한 번 만들어 두면 한동안 반찬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봄철에 담그는 열무에는 돌나물과 솎음배추 연한 부분을 같이 넣거나, 꽃이 피기 직전의 유채꽃대를 넣어 담그면 들큼한 맛이 일품이다.  


열무김치통에 열무김치가 바닥이 보일 때쯤이면 어린 무청으로 친정엄마가 만들어주시던 국물 자박한 무청김치가 우리 밥상에서 우리 가족들의 식도락을 채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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