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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Oct 08. 2023

2023년 10월 7일 식도락 음식 일기

자꾸자꾸 손이 가요 ~단풍 깻잎 삭히기!!

가을이다!!!


시골로 들어오면서 

가을이 되면 꼭 해보고 싶은 나만의 계획이 있었다.

마당에 구덩이를 파고 떨어진 낙엽을 넣어 불을 지피고

손에는 캠핑용 커피잔에 믹스 커피를 끓여 담고

캠핑용 의자에 앉아서 갈색의 낙엽 타는 냄새를 맡고 싶었다.

그런데 단 한 번도 그 계획을 실행시키지 못하고 가을을 넘겼다....


가을은 고개 들 힘만 있어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계절이다.

산도 들도 하늘도 가까운 데서 즐길 수 있도록 곁을 내어주기 때문이다..


가을이 시작되면 밭에 내려가 눈으로는 단풍구경을 하고

손으로는 연신 일을 한다.

너무 더워서 미루어놓은 일들과 가을걷이로 수확한 야채들을 다듬어 말려서 

보관하기에 딱 좋은 날씨가 되기 때문이다.

주워 온 밤중에는 벌레가 먹은 부분도 있고 

온 집을 다 파 먹을 심산으로 이미 밤 속에 들어가서 

아예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벌레들도 있다. 

그런 밤들은 밤벌레에게는 미안하지만 도려내고 정리를 해서 냉장고에 보관해야 

겨울잠을 자지 않는 우리 식구들의 중요한 간식이 된다.

아, 사람도 춥고 긴 겨울 동안은 겨울잠을 자면 좋겠다.

올해는 유난히도 끝없이 열려주는 가지 덕분에 

한 끼도 가지나물이 밥상에 결석한 적이 없다.

중간중간에 식품건조기에 넣고 말린 가지와 

올해 마지막으로 따 온 가지를 말려서 모아 놓으니 예쁘고 뿌듯하다.

불린 가지에  찧은 마늘, 국간장에 들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해 놓았다가

채 썬 소고기를 넣고 볶아 먹을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제대로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이다. 

(건조 방법: 씻은 가지를 1cm 정도의 굵기로 썬 후 식품건조기에 60도, 3시간 건조 후 밀봉 보관)

올해는 황금배추 모종으로 김장배추를 준비했다.

시간 날 때마다 들여다 보고 쓰담쓰담해 주고 영양제와 병충해약,

그리고 커피 찌꺼기를 뿌려주는 등 관심을 가졌더니

벌써 노란 색깔을 띠고 결구가 시작되었다. 

황금배추가 어떤 모습일지, 식감은 어떨지 , 맛은 어떠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첫 수확해서 김장할 일이 벌써 설레기도 한다.

오늘의 주인공 단풍 깻잎이다.

토종 들깨를 심어 여름 내내 쌈으로, 깻잎 전, 장아찌로

우리 가족의 입맛을 지켜 낸 최애 야채이다.

열매가 맺히기 시작하면서 잎은 작아지고,

열매가 까맣게 익어 추수할 때쯤에 

단풍이 들어가는 깻잎을 수확해서 소금물에 삭혀 두었다가

김장할 때  김장 양념으로 발라 놓으면 두고두고

따뜻한 흰쌀밥을 부르는 밑반찬이 된다.


<단풍 깻잎 소금물에 삭히기>

1. 단풍이 든 깻잎을 따서 삭혀야 나중에 특유의 

은은한 향으로 맛있는 깻잎김치를 맛볼 수 있다.

2. 밭에서 따온 깻잎 뒷면을 보면 간혹 해충알 등이

붙어 있는데 그런 깻잎들은 버리고 깨끗한 잎들로 준배 해서 3번 정도 물에 씻은 후 2L의 물에 식초 3T 정도를 섞어 1시간 정도 담가 놓는다.




1. 물기를 제거한 후 적당한 두께로, 줄기는

2cm 정도 남기고 잘라 준다.






1. 적당히 나눈 후 무명실로 한 번 묶어준다.

너무 두껍지 않을 정도면 된다. 25장 정도면

괜찮다.

2. 차곡차곡 담은 후 물 1L에 소금 60g을 녹여

부어 준다.




1. 깨끗하게 씻은 누름돌을 준비한다.

누름돌로 눌러 소금물 밖으로 깻잎이 나오지 않게 해야 허물거리지 않고 빛깔이 노란 삭힘 깻잎이 된다.





1. 위생 비닐봉지에 누름돌을 넣고 밀봉한 후 깻잎 위에 올려 준다.

2. 소금물이 누름돌 위까지 올라올 정도로 부어 준 후 뚜껑을 닫아 서늘한 곳에 두었다가 김장철에

꺼내어 깨끗이 씻은 후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양념을 바르면 된다.

3. 하얀 부유물이 생기면 염도가 낮을 수 있으니 소금 1T 정도 넣고 저어주고 냉장실에 보관하고 노랗게 삭히면 언제든 꺼내서 사용하면 된다. 



***단풍 깻잎과의 조우

결혼을 하면서 경북 상주에서 살게 되었다.

시골 5일장이 서는 날이면 우리 집 앞까지 장이 들어섰다.

구경삼아 나갔는데 할머니들이 낙엽 같은 것을 수북하게 쌓아놓고 

팔고 있어 물어보니 물든 깻잎이라고 했다. 처음 접하는 광경에 신기했다.

그해 가을이 끝날 무렵에 옆집에 사시던 분이 삭힌 깻잎김치라며

'맛이 입에 맞을지 모르겠다'라며 건네주셨는데 궁금하던 차에 먹어보니

은은한 깻잎향에 덧 입혀진 양념과 잘  어우러져 정말 맛있었다.

그날 이후 가을이 되면 엄마가 해 주시던 단풍 콩잎과 단풍 깻잎을 사서

김치를 만들어 먹는다. 

우리 집 딸과 아들은 어릴 적부터 먹은 음식이라 특유의 냄새가 남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잘 먹는다.

흰쌀밥을 한 숟가락 떠서 그 위에 깻잎김치 한 장을 올려 먹는 것은 

입 안 가득히 가을을 머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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