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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Nov 03. 2023

2023년 11월 3일 식도락 음식 일기

솎음 김장무 시리즈 1탄 - 무 김치

아침저녁으로 들여다보는 무를 보고도 

솎아서 무 김치를 담그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적당히 익은 총각김치가 맛있다고 노래하는 

남편의 말도 귓등으로 넘겨 버렸다.


사실 나는 무 김치를 좋아하지 않는다.


양파와 대파를 굵직하게 썰어 넣고

담그는 깍두기는 좋아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총각김치, 

무 김치는 따로 담가 먹지를 않았다. 


그런데 


엊그제

지인이 솎음 김장무로 만든 무 김치와 배추김치를 맛보라며 주었다.

고르게 간이 배어 있고 아삭한 식감에 적당히 나는 멸치젓갈이 

입에 침이 고이게 했다.

무엇보다 무의 매운맛이 없어 더 맛있게 먹었다.


다른 집과 확실히 차이가 나는 우리 집 무의 크기지만

작고 단단하게 키운다는 억지를 부리며

추비를 따로 하지 않고 마디게 키우고 있다.

크기로 치자면 다른 집의 총각 무 수준이지만

단단하고 단맛이 좋고 바람이 잘 들지 않아서

큰 아이스 박스에 담아 놓으면

이듬해 늦은 봄까지 맛있는 무를 먹을 수 있다.

또, 좋은 점은 큰 무는 잘라서 사용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우리 집 작은 무는 한 번에 한 개씩 사용하기가 편하다.


다른 집들은 잘 자라지 못한 무나 간격이 좁은 무를 뽑아서

말 그대로 솎음 김장 무 김치를 담그지만

우리는 크기가 고만고만하니 

그냥 주인 눈에 띄는 대로 뽑으면 된다.

뽑아 온 무를 정리하고 씻어 놓으니

이렇게 예쁘다.


딸, 아들이 어렸을 때 시골에 들어와서 살면서

도시와는 다르게 하루 종일 밖에서 놀다 보니

저녁에는 몸을 씻기는 게 하루를 보내는 마지막 관문이었다.

땟국물이 졸졸 흐르는 얼굴과 손발을 씻길 때면 

몸을 꼬아대고 물장난만 치려고 하는 통에 힘들었지만

머리를 말려주고 로션으로 단장을 시키면서

연신 뽀뽀를 날릴 수밖에 없을 정도로 예뻤다


무를 바라보니 사랑스럽다.

부드러운 속 잎만 사용하고 남은 잎은 따로 모았다가

나중에 무청 시래기찌개를 끓여 

한 끼 훌륭한 반찬이 된다.


참 뜬금없는 얘기지만

사람의 손길이 닿은 곳에는

늘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게 신기하다.


적당한 크기로 자른 무 2.5kg에 

굵은소금 30g, 까나리액젓 50ml, 황석어젓(조기젓갈) 50ml을 

넣어 살살 버무려 놓는다.(무에서 나온 물은 버리지 않고 사용)

한 시간 후 고춧가루 6큰술, 양파청 100ml, 

생강청 50ml,  양파 1개, 마늘(중) 15개 정도, 

생강 엄지손가락 크기를 다져 넣는다.

마지막에 통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나와 딸은

갓 담은 무김치를 좋아하고

남편은 익은 무 김치를 좋아한다.


우리가 먹다가 물릴 때쯤이면

무 김치가 적당히 익는데

이때부터 무김치는

남편 최애 반찬으로 등극한다.


무김치를 소비하는 과정에서는

합이 잘 맞는 가족이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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