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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Nov 15. 2023

2023년 11월 14일 식도락 음식 일기

김장무 시리즈 2탄 -된장찌개와 찰떡궁합 무 생채

남부지방에는 9월 초순이면 무 씨앗을 뿌린다.

9월 초순이면 아직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고,

모기며 벌레들이 기승을 부릴 때다.

무는 씨앗을 뿌려 싹이 나서 자라면

솎아내 가면서 키운다.


먼저 무 씨를 뿌릴 밭을 만들어야 하는데

여름 내내 자란 풀을 뽑아내고,

흙을 뒤집어 땅속에 사는 벌레들을 잡아내고

퇴비를 넣은 후

다시 고르게 밭을 만드는 과정이

결코 쉽지가 않다.


뙤약볕과 벌레와 싸울 생각이 들 때면

차라리 몇 개 사다 먹고 말까 하는 유혹도

있지만

수확할 때의 보람이 더 크기에

불편함을 감수한다.


농사를 짓다 보면 말로 설명하기 어렵고

경이롭기까지 한 일들이 많다. 

흙에 퇴비를 넣고 씨앗을 뿌려 놓았더니

이렇게 궁둥이가 빵빵하고, 깜찍하고,

귀여운 예쁜 무가 탄생한 것이다.

여기에는 농부인 나의 손길과

퇴비와 땅과 자연의 이치가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 작은 씨앗 한 톨에서 

이런 위대한 작품이 나온 것에는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다.

적당한 크기의 무를 골라서

햇볕을 받아 푸른색을 띠는 

머리 부분과 연한 무 속잎을 사용하면

매운맛이 나지 않는 무 생채를 만들 수 있다.

<새콤달콤 무 생채 만들기>

큰 그릇에 채 썬 무와 연한 속잎을 담고

소금 1T,  고춧가루 수북이 1T, 

양파 청 1T, 매실 청 1T, 식초 1/2T를 넣고 

15분 정도 재워둔다.

마늘 4쪽, 깨소금 1/2T를 넣은 후

버무리면 끝이다.

갓 지은 뜨끈한 밥 위에

새콤달콤한 무 생채를 올리고

진하게 끓인 된장찌개 두어 스푼 넣고

쓱쓱 비벼서 먹으면 

흥얼거리는 노래가 흘러나올 수밖에....

없는 조합이다.

          


수십 년 전 초등학교 시절 

시골에서 가게라고는 

학교 앞 문방구가 전부였다.

요즘처럼 주 단위로, 월 단위로

용돈을 받는 친구도 거의 없었고,

돈이 있다고 해도 간식을 사 먹을 마땅한

곳도 없을 때였다.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가 사는 동네가 가까워지면 

우리들 중 임자가 있는 친구의

밭으로 가서 자연스럽게

맛있게 자란 무를 

각자 한 개씩 뽑아 들고 둑에 앉아서 

따뜻한 햇볕을 쬐며

무 껍질을 돌돌 벗겨 먹곤 했다.

어린 나이인데도 참 맛있었다.


가끔 반찬을 만들기 위해

무를 썰 때면

습관처럼

입에 넣어 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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