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무 시리즈 2탄 -된장찌개와 찰떡궁합 무 생채
남부지방에는 9월 초순이면 무 씨앗을 뿌린다.
9월 초순이면 아직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고,
모기며 벌레들이 기승을 부릴 때다.
무는 씨앗을 뿌려 싹이 나서 자라면
솎아내 가면서 키운다.
먼저 무 씨를 뿌릴 밭을 만들어야 하는데
여름 내내 자란 풀을 뽑아내고,
흙을 뒤집어 땅속에 사는 벌레들을 잡아내고
퇴비를 넣은 후
다시 고르게 밭을 만드는 과정이
결코 쉽지가 않다.
뙤약볕과 벌레와 싸울 생각이 들 때면
차라리 몇 개 사다 먹고 말까 하는 유혹도
있지만
수확할 때의 보람이 더 크기에
불편함을 감수한다.
농사를 짓다 보면 말로 설명하기 어렵고
경이롭기까지 한 일들이 많다.
흙에 퇴비를 넣고 씨앗을 뿌려 놓았더니
이렇게 궁둥이가 빵빵하고, 깜찍하고,
귀여운 예쁜 무가 탄생한 것이다.
여기에는 농부인 나의 손길과
퇴비와 땅과 자연의 이치가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 작은 씨앗 한 톨에서
이런 위대한 작품이 나온 것에는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다.
적당한 크기의 무를 골라서
햇볕을 받아 푸른색을 띠는
머리 부분과 연한 무 속잎을 사용하면
매운맛이 나지 않는 무 생채를 만들 수 있다.
<새콤달콤 무 생채 만들기>
큰 그릇에 채 썬 무와 연한 속잎을 담고
소금 1T, 고춧가루 수북이 1T,
양파 청 1T, 매실 청 1T, 식초 1/2T를 넣고
15분 정도 재워둔다.
마늘 4쪽, 깨소금 1/2T를 넣은 후
버무리면 끝이다.
갓 지은 뜨끈한 밥 위에
새콤달콤한 무 생채를 올리고
진하게 끓인 된장찌개 두어 스푼 넣고
쓱쓱 비벼서 먹으면
흥얼거리는 노래가 흘러나올 수밖에....
없는 조합이다.
수십 년 전 초등학교 시절
시골에서 가게라고는
학교 앞 문방구가 전부였다.
요즘처럼 주 단위로, 월 단위로
용돈을 받는 친구도 거의 없었고,
돈이 있다고 해도 간식을 사 먹을 마땅한
곳도 없을 때였다.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가 사는 동네가 가까워지면
우리들 중 임자가 있는 친구의
밭으로 가서 자연스럽게
맛있게 자란 무를
각자 한 개씩 뽑아 들고 둑에 앉아서
따뜻한 햇볕을 쬐며
무 껍질을 돌돌 벗겨 먹곤 했다.
어린 나이인데도 참 맛있었다.
가끔 반찬을 만들기 위해
무를 썰 때면
습관처럼
입에 넣어 씹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