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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Apr 30. 2024

2024년 4월 28일 식도락 음식 일기

신묘한 맛 ㅡ가죽나무순 장떡!!

어릴 적 살던 시골집 뒤 곁에는

가죽나무 두 그루가 자라고 있었다.

새 순이 올라오면 아버지께서는 톱을 들고

가죽나무 위로 올라가셨고

엄마는 나무아래에서 가지의  어느 부분에서 

잘라야 하는지를 진두지휘 하셨다


수십 년이 흐른

어제

남편 손에 톱 한 자루  쥐어서

가죽나무 위로 올려 보내놓고

나는 아래에서 어떻게, 어느 부분을 잘라야

내년에도 통통한 가죽나무 순을

얻을 수 있는지를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아,

나무 한 그루를 두고도

이렇듯 한 가정의 역사는 변함없이 흐르고 있었구나


가죽나무는 매해 잘라주지만

엄청난 속도로 성장을 하고  긴 나무 끝에

돋아나는 새 순을 먹는다.

새콤달콤 가죽나물 장아찌, 고추장 장아찌, 장떡, 가죽 자반 등

우아한 맛을 내는 요리를 할 수 있는 좋은 식재료이다.


갓 따온 상추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맛있게 구운 삼겹살 한 점에 

가죽나무의 연한 순 한 가닥을 올려 

쌈을 사서 먹으면 참으로 오묘한 맛이 입안에 퍼진다.


가죽나무순으로 만든 장떡을 좋아하는 딸이

가죽나무를 베고 있는 아빠의 사진을 보고

"우와, 나는 여태까지 가죽나물을 땅에서 캐는 줄 알았는데"

라고 한다. 

보드라운 가죽나물과 돌나물, 부추까지 

식재료의 많은 부분을 밭에서 다 해결한다.

보기만 해도 오동통한 가죽나무의 여린 순으로 

친정엄마가 만들어 주시던 장떡을 만들어 식구들과 함께

맛있게 먹어보기로 한다.

지금은 아주 보드랍고 여리기에

따로 다듬지 않고 줄기를 하나씩 떼서 

길이만 한 번 잘라주면 된다.

깨끗하게 씻은 후 약간의 물기를 제거하고

넓은 볼에 가죽나무 순을 담고 부침가루를 묻혀준다.

장떡에 넣을 돼지고기 앞다리살

몇 조각으로 자른 후

푸드 프로세스 다지기 기능으로

살짝 다져서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기름을 두른 후 살짝 볶아 놓는다.

반죽 재료로는

야채 육수에 고추장 약간, 된장 약간, 계란 1개, 참기름 1스푼으로 

간을 맞춘 후 볶은 돼지고기, 부침가루를 넣어 되직하게 만든 후

5cm 정도 길이로 자른 쪽파 약간, 가죽나무 순을 넣고 버무린다.


달구어진 팬에 기름을 넉넉하게 두르고

한 국자씩 떠서 앞뒤로 노릇하게 구워낸다.

고추장과 된장이 들어갔기에 

중불에서 서서히 익혀야 하며

약간 도톰하게 구우면 더 맛있는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밥반찬으로 먹어도 맛있고

그냥 하나씩 들고 먹어도 맛있다. 


***가죽나무 장떡에 관한 음식 이야기

수십 년이 훌쩍 지났고

그때의 고추장 맛과 된장 맛은 다르지만

장떡에 스며들어 있는 아련한 정서는 

내 안에서 지금도 되살아난다.


아버지의 손을 거쳐

엄마의 정성 어린 손맛을 더해

우리들의 입 안으로 들어오는 모든 음식은

우리들이 살아가는 힘의 원천이었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행복한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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