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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15일 식도락 음식 일기

구수한 멸치젓갈로 버무린 삭힌 고추김치

by 모모

지난해

늦게 고추 모종을 구입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비싼 고추 모종으로 심었다.

.

그 고추가 크고 맛있었기에

기대를 하고

올해는 고민도 없이 같은 모종으로 심었다


그런데


올해 고추 농사는

수확 초기부터 영 별로였다.

고추의 크기는 물론이고

모양도 꼬부라져 있어서

따는 재미도 없고

씻는 과정도 꽤 힘들었다.


그러나


8월이 지나면서

주인의 불만 섞인 푸념을 들었는지

뒷심을 발휘해서 엄청난 양의 고추가

달렸다.

나눔을 하고도 아직도 주렁주렁

달려 있는 고추들.


된서리를 맞기 전에 처리를 해야 하는데...

된서리를 맞고 나면

제 아무리 단단한 야채도 맥을 못 추고

흐물거려 버려야 할 처지가 된다.

농사를 지으면서 괜히 된서리가 아니다는

것을 실감했다.


아까운 마음에

적당한 크기의 예쁜 고추들을 따왔다.


일단은 소금으로 삭혀 놓으면

저장성이 좋아서

조금은 오래 먹을 수 있고

활용도가 있기에 삭혀 놓기로 했다.

**풋고추 삭히기

풋고추 1kg 기준, 물 3L에 소금 150g을 풀고

설탕 50g, 식초 20g, 소주 1/2컵을 섞어

삭힐 물을 만든다.


풋고추는 식초 2스푼, 담금 소주 2스푼을 넣고

잠시 두었다가 씻어서 물기를 제거한다.


사진과 같이 꼭지 부분을 정리하고

고추 끝을 1cm 잘라낸다.


고추 끝을 잘라내는 이유는

삭힘 물이 고추 안까지 스며들게 하여

소독과 쓴맛 등을 제거하고

양념이 잘 베이게 하기 위함이다.

용기에 차곡 차고 담고

삭힘 물을 붓는다.

공기 차단과

고추가 뜨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누름판이 있는 용기를 사용하면 좋다.

2주 후면 노랗게 삭힌다.

<삭힌 고추로 만드는 고추김치>

삭힌 고추는 물로 한 번 씻어내고

고추 속에 들어 있는 삭힘 물도 토해내기 위해 손으로 살짝 짜 준다


양념으로는

지난해 넉넉하게 만들어 둔 김장 양념에

멸치 젓갈 1/2컵, 매실청 1/2컵, 마늘 5쪽, 생강청 1/3컵,

고춧가루 2Ts, 쪽파 한 움큼, 산초가루 1ts, 통깨를 넣고 버무려 준다.

당장 먹을 것은 한 입 크기로 잘라서

양념에 버무려두면 밥도둑이 된다.

봄동에 밥을 올리고 그 위에 고추김치를

올리면 맛있는 한 쌈이 된다.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고추김치 맛은 아니다.

아마

맛있게 먹고 있는 나를 바라봐 주는 엄마가

나의 앞에 계시지 않기 때문이리라.


엄마의 부엌은 단출했으나

장독대에는 내 키보다 더 큰 간장 항아리부터 크기가 다른 장독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는데

장독 뚜껑 여닫는 소리가

나를 행복하게 했다.


**김장 양념은 정성을 쏟아서 만들기에 조금 넉넉하게 만들어

소분해서 냉동실에 두면,

무 말랭이, 여름에 배추 겉절이 등에 베이스로 사용하고

조금씩 음식에 맞게 양념을 추가하면 요리시간 대비 맛있는 음식이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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