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나서 평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경험이 축적되면 지혜가 되고 사람들은 이 지혜들을 구전으로 이어 자손들에게 전하려 노력하였다. 자신이 삶에서 얻은 지혜가 삶을 윤택하고 풍성하게 만들었고 이 혜택을 자신의 후손들도 누리기를 바랐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같은 희망을 모아 인류는 금속활자를 발명하였고, 이때부터 인류를 문명을 급속도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 인류가 활자를 활용하기 전에도 책은 있었다. 그런데 그 책은 사람의 손에 의해 한 글자 한 글자 기록되었기 때문에 확산에 한계가 있었고 당시 책은 부유하고 지위가 높은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다. 이런 귀족들의 권력이 강했던 봉건시대는 15세기까지 이어졌다. 요하네스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gerg)가 1440년에서 1450년 사이, 15세기 중반에 금속활자를 개발하였다.
그리고 16세기 유럽에서 종교개혁이 일어났다. 마틴 루터는 1517년 10월 31일에 기존 교회의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혁을 촉구하는 95조의 대자보를 발표했다. 바로 이 대자보는 금속활자를 통해 대량으로 인쇄되어 유럽 전역에 확산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종교개혁은 확산되는데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마틴 루터는 종교개혁 이후 그동안 라틴어로 기록되어 성직자들만 읽고 설교하는 데 사용되었던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된 성경을 금속활자를 통해 보급함으로써 교리의 개혁과 지식의 확산에 큰 영향을 미쳤다.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수에 비례하여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시스템다이내믹스(System dynamics)의 강화 피드백 루프(Reinforced feedback loop)로 사용자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그 효과가 지수적(Exponentially)으로 증가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것이 바로 문명의 발전 곧, 학문의 발전과정이다.
독서가 삶의 지혜를 얻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한 사람이 태어나서 혼자 쌓을 수 있는 지혜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책에는 인류의 모든 지혜가 담겨 있다. 보통 책은 300~400 페이지의 분량을 담고 있다. 한 권의 책을 저술하기 위해서는 작게는 수개월, 많게는 수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불과 4~7시간의 시간을 투자하여 저자의 생각과 지혜를 대략 흡수할 수 있다. 대략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저자가 수개월 이상의 시간을 투자하여 저술한 책에 담겨있는 모든 내용을 수 시간 내에 우리가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기 때문에 책 안에 담겨 있는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체득화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새해 다짐으로 올해는 독서를 해보자고 결심한 분들의 경우 책을 펴고 글자와 문장은 읽고 있는데, 어떤 내용인지 머릿속에 정리가 안 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아직 읽고 있는 문장을 머릿속에 한 번에 다 넣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가장 쉬운 방법은 조금은 쉬운 책으로 시작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튜브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인지심리학에 대해 관심이 생겼을 경우, 인지심리학에 대한 여러 책을 찾아본다. 인지심리학에 대한 책을 찾아보면 교과서처럼 이론을 담고 있는 책도 있을 것이고, 사례를 모아 놓은 책도 있을 것이다. 또한 어린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수준의 쉽게 풀어놓은 책도 있을 것이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어린아이에게도 배워야 한다고 한다. 잘 모를 때 쉽게 표현된 책을 읽은 것은 절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성경도 개역개정, 새 번역, NIV, 쉬운 성경 등 여러 역본들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려서는 안 된다. 책의 내용이 이해가 되어야지 비로소 내 삶에 적용을 할 수 있다.
수년 전 책을 읽어보겠다고 다짐을 하고 한 권의 책을 펼쳐 들었을 때, 바로 본문 1장의 내용으로 순간이동을 하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책 표지 넘어서 바로 나오는 저자의 약력을 살펴보고 목차를 꼼꼼하게 읽어본다. 저자의 약력은 저자의 배경과 전문성을 알아볼 수 있는 부분으로 해당 책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지 가늠을 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저자가 심혈을 기울여서 작성해 놓은 목차를 하나하나 노트 또는 블로그에 일일이 기록을 하기도 했었다. 목차만 읽어도 저자가 어떤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을 때 갑자기 무슨 내용을 읽고 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이때는 곧바로 책 처음에 있는 목차로 다시 돌아가면 된다. 그러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줄기를 다시 머릿속에 넣을 수 있다. 목차 다음으로 중요한 부분이 바로 프롤로그(Prologue)이다. 프롤로그는 바로 논문의 초록(Abstract)이다. 논문의 초록에는 연구의 동기, 알아보고자 하는 것, 어떻게 연구를 진행하였고, 연구의 결과와 시사점은 무엇인지 단지 몇 줄을 통해서 총 망라하는 부분이다. 바로 책의 프롤로그에는 저자가 책 한 권으로부터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핵심이 기록되어 있는 부분으로 꼭 읽어봐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책의 목차를 살펴봄으로써 책의 흐름을 볼 수 있고, 초록의 내용을 더하여 저자는 다음 몇 시간 동안 알아보게 될 내용의 전반적인 흐름을 제시함으로써 독자에게 호기심을 유발한다.
수년 동안 책을 읽어보면서 깨끗하게 책을 읽어보기도 했고, 책에 밑줄도 긋고 형광팬으로 색칠도 해보고 심지어 중요한 내용은 책의 여백에 요약을 하기도 했다.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는 것보다는 구입을 해서 읽는 것을 추천한다. 좋은 책은 또다시 여러 번 읽게 된다. 삼국지의 경우 읽을 때마다 재미있는 부분이 바뀌고 깨달음도 점차 심오해진다고 한다. 책에 나만의 흔적을 남기게 되면 다음에 읽을 때 전에는 이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했었구나,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부분이 흥미롭네, 그리고 저번에는 이런 깨달음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이 부분에 '아 하' 포인트가 생겼구나 등 과거와 달라진, 그리고 성장해가고 있는 나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논조를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도 함께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책을 왜 읽는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책에 담겨 있는 지식을 얻기 위해서 인가? 과거에는 포털을 통해서 필요한 것을 검색했지만, 이제는 Chat GPT 등 생성형 AI를 통해서 훨씬 빠른 시간 내에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2024년 초에 뇌에 칩(Chip)을 이식하는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연구가 지속된다면 수년 후에는 메트릭스(Matrix) 영화에서 나왔던 수 초만에 헬리콥터를 조정할 수 있게 되거나, 키아누 리브스(Keanu Reeves)와 같이 쿵후(Kungfu) 전문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창조를 위해서 지식이 필요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식만을 위한 학습은 이제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익은 책의 지식을 나만의 것으로 만들어서 나의 삶에 적용을 해보는 것이다. 토니 로빈슨은 '네 안에 잠근 거인을 깨워라'에 우리의 삶의 패턴을 바꿀 수 있도록 많은 여백을 제공해 주었다. 그리고 우리의 생각과 다짐을 기록하도록 이끌 고 있다. 주어진 여백에 우리의 생각을 기록할 것인가, 단순히 책을 책으로 여기고 넘어갈 것인가? 이 모든 선택은 온전히 우리에게 달려있다. 그리고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 우리가 책으로부터 얻어갈 수 있는 지혜는 달라질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자신이 직접, 간접적으로 경험한 지혜를 다른 사람과 나누고자 저술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이 순간에 누군가는 책을 읽으면서 그 지혜를 나의 것으로 만들어보고자 자신의 에너지를 머리에 쏟아붓고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지혜의 나눔과 이를 통한 축적으로 우리 인류는 나날이 발전해 나아가고 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서.
경영학 박사과정을 시작하고 나서 논문 주제를 선택할 때 조동성 교수님의 가르침은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라'였다. 선배학자들이 이루어 놓은 부분에 조금의 기여(연구)를 통해 박사학위를 받는 것이 수월하게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조언으로 생각된다. 석사학위를 위해서는 보통 한 편의 논문을 게재하고 박사학위를 위해서는 통상적으로 세편의 논문 게재가 필요하다. 세편의 논문을 교수님의 지도하에 작성하다 보면 문제 제기(Problem statement)로부터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일관된 주제를 관통하는 논리적 글쓰기 훈련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