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각자는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 행복해지기 위해 목표를 수립하고 그 수립한 목표에 도달하고자 노력한다. 가끔은 수립한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나아가는 방향이 잘못되어 실망을 하곤 하는데, 그럴 때 우리는 눈물을 머금고 수립한 목표를 수정하기도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너무나 빨리 변화하기 때문에 한번 수립한 목표를 수정 없이 달성할 수 있는 경우는 점차 감소하고 있음이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2000년도 초에 첫 직장에 입사했을 때, 회사는 5년짜리 중기 목표를 수립하였다. 2010년도에는 3년짜리 중기 목표를 수립하는 것으로 기간이 단축되었다. 그 후 최근에도 3개년 중기 목표를 수립하고 있지만, 거의 매년 목표 수정이 불가피한 것이 외부 환경의 변화속도이다. 일부 기업은 이와 같은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3개월 단위로 목표와 실행계획을 수정한다고 한다. 외부 환경이 변화하였는데, 수립한 계획을 계속해서 고수하고 있는 것만큼 답답한 것은 없다. 그런데, 기업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환경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서울대 조동성 교수의 ser-M 프레임워크에 의하면 기업의 의사결정은 주체(Subject), 환경(Envieonment), 자원(Resource)의 상호관계인 메커니즘(Mechanism)에 의해 진행된다. 기업을 구성하고 있는 주체,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원 또한 변화를 한다. 이렇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그런데, 막상 원대한 목표를 달성했을 때,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
2019년에 품질관리기술사에 합격하였다. 기술사는 1차 필기시험, 2차 면접시험으로 구성되어 있다. 필기시험은 사지선다 형식이 아니라 빈 종이에 아는 모든 것을 풀어내야 하며, 아침에 시험장에 들어가서 오후 4시경에 마치는 꼭 수능시험과도 같은 시험이다. 심지어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준비해 가서 먹는다. 면접은 선배 기술사 세명 앞에서 약 20분간 질의응답을 하는 시험으로 전문성과 경력 등 모든 것을 짧은 시간 내에 풀어내야 한다. 이런 시험을 6개월 동안 준비해서 1차, 2차 시험을 모두 한 번에 통과했다. 그리고, 2022년 3월에 경영학 박사학위에도 도전했다. 직장을 다니면서 주말에 수업을 듣고 시험을 치렀다. 그리고 졸업을 위해서는 세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졸업시험도 통과했다. 그리고 세편의 논문을 엮어서 한 편의 졸업논문도 작성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졸업논문 청구심사도 통과했다. 기술사 시험과 유사하게, 졸업 논문 청구심사에서는 지도교수를 포함하여 총 다섯 명의 심사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했다. 석사 학위의 경우 세명의 교수의 서명이 필요하지만, 박사학위의 경우 다섯 명의 교수님들의 서명이 필요하다. 기술사의 경우 면접시험을 통해 실무 능력 평가, 문제 해결능력 평가, 전문성과 자질을 평가받게 되며, 박사학위 논문청구 심사에서는 학위 청구자의 지식, 연구 능력, 학문적 기여 등을 심층적으로 학문적 호기심, 창의성, 문제 해결 능력에 더불어 학문적 역량과 성취를 다각도로 평가받게 된다. 2024년 1월에 두 번의 심사만에 박사학위 청구논문심사를 통과하고 2024년 2월 말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었다. 두 경우 모두 자격과 학위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 MBTI의 첫 시작이 'I' 이어서 그런지 누군가와 대면을 통해 평가받는 것이 특히 더 어려웠다. 그러나, 'I'로써 발표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철저한 준비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고 최선을 다해서 면접을 본 결과 큰 두 목표를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었다.
두 개의 큰 목표를 이룬 후 나에게 찾아온 뜻밖의 복병은 바로 '우울감'이었다. 2019년에 기술사를 취득한 후 우울감을 느꼈는데, 그때 충분하게 그 원인을 되돌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2024년에 또 한 번의 우울감을 맛보았다고 생각된다. 기술사의 경우 필기시험을 준비하며 오른손 검지 관절에 염증이 생길 정도로 쓰고 또 쓰면서 암기를 했으며, 계산기에 (=) 부호가 달아서 지워지기도 했다. 1차를 합격하고 1-2개월의 면접 준비 기간이 주어졌다. 2차 시험은 구술이기 때문에 1차 시험에서 처럼 문제를 접한 후 생각을 할 시간조차 없었다. 전문성뿐만 아니라 예의범절 등 태도도 중요한 평가 항목이었다. 그런데, 면접장에서 불과 50cm 앞에서 세명의 선배 기술사로부터 돌아가면서 집중적으로 질문 포탄을 받았다. 박사과정도 마찬가지이다. 계속되는 수업과 시험, 세편의 학술지 게재, 종합시험 후 학위논문 청구심사가 숨 쉴 틈도 없이 몰아쳤다. 고바위가 계속되는 등산과도 같다. 성실함으로 산을 조금씩 오른다. 그런데,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점점 경사가 높아지며 숨이 차오른다. 정상에 거의 도달할 즈음에는 두발이 아닌, 네 발로 걷기에 이른다. 1차 학위논문 청구심사에서 탈락한 것과 같이 주~~ 욱 네발로 산을 올라가다가 미끄러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한발 한발 내디뎌 결국 정상에 올라 깃발을 꽂았다. 목표를 성취했다. 그런데, 우울감과 허무함이 불현듯 찾아왔다. 어쩌면, 기술사, 박사학위가 더 큰 목표를 위한 수단이었어야 하는데, 단순하게 기술사, 박사학위 취득을 목표로 삼고 달려온 점도 문제였다. 본래 시작을 했을 때에는 원대한 포부와 목적이 있었지만, 바라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집중을 하다 보면, 우리의 뇌는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가정을 줄이고, 결국 잊게 만들어 버린다.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무려 12년을 공부에 매진하여 목표했던 학교에 입학한 후에 대학교 전공공부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박사학위 학위청구 구술심사를 통과한 후 가만히 그리고 조용히 생각해 보았다. 내가 왜 박사학위를 취득하려고 했는가. 박사학위를 취득하고서 얻은 것이 박사학위라는 타이틀 하나뿐인가?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논리적인 글쓰기 훈련이 되었고, 문제를 다각적으로 검토하는 등 많은 능력이 생겼지 아니한가? 며칠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내 이런 나의 능력들에 근거하여 앞으로 더 하고 싶은 것들이 비로소 생각이 났다. 그리고 우울했던 감정이 아침 호수 위에 떠 있는 '안개'가 떠오르는 태양의 햇살에 없어지듯이 깨끗하게 사라져 버렸다.
바쁜 현대인들은 앞만 보면서 달려 나가고 있지 않은가? 성경의 마가복음 2장 27절에는 '또 이르시되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요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니'라는 말씀이 있다. 우리는 이루고자 하는 목표의 본질을 모른 상태로 목표만 달성하기 위해 무조건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만은 않은가? 이와 같이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본래의 취지와 본질의 줄기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며, 산의 정상에 도달하기 전에 산을 넘어 우주로 날아가기 위한 우주선을 만들고자 하는 또 다른 도전적인 목표를 수립함으로써 '우울감'을 예방하는 전략도 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