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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rnings from article writing

by Jay

보통 과학(Science)이라고 하면 물리, 화학, 지구과학, 생물 등의 고등학교에서 배웠던 과목들이 먼저 떠오릅니다. 과학은 체계적인 탐구와 지식을 구축하는 활동으로 자연과학(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 천문학), 사회과학(경제학, 사회학, 심리학, 정치학, 인류학), 응용과학(공학, 의학, 농학, 컴퓨터 과학, 환경과학), 형식과학(수학, 통계학, 논리학, 이론 컴퓨터 과학)으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열거된 과학의 세부 분야들은 몇 가지를 제외하면 상당히 우리에게 익숙한 분야들인데, 바로 대부분의 종합 대학교의 학과와 연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살펴보면 대학교는 분명히 학문을 연구하는 기관이 맞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실제 대학교에서 우리가 보냈던 시간들은 학문의 지경을 넓히기보다는 고등학교의 연장선으로 더 높은 단계의 지식을 더 암기하여 각자가 바라는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사용된 바 있습니다. 본래 대학교의 취지와는 다소 차이가 나는 교육의 현실에 아쉬움을 느끼게 됩니다.


학부과정을 넘어 석사, 박사 등 추가적인 학업의 시간을 보낼 때 우리는 비로소 학문을 연구하는 영역에 들어서기 시작합니다. 공부의 방법도 바뀌게 됩니다. 교과서와 교수님을 통해 한 방향으로만 흐르던 지식의 전달 은 사라지고 스스로 공부하고 교수님은 공부와 연구의 방향을 확인해 주고 지도를 해주는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수많은 선행연구를 읽고 검토합니다. 그리고 본인이 하고자 하는 연구를 기존의 연구와 차별화하기 위한 틈새를 찾습니다. 이런 학문의 특성 때문에 과학적 발견이나 학문적 발전이 이전 연구자들의 업적과 지식에 기반한다는 의미로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다"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물론 과거의 연구를 기반으로 연구를 한다고 해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지식을 검토하고 확정하거나 수정하는 과정에서 학문이 발전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연구는 기존의 이론을 검증하거나 발전시키기 위한 비판적 검토를 포함합니다. 천동설을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본 지동설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입니다.


논문을 열심히 작성한 후 학술지에 논문 심사(Peer review)를 요청합니다. Peer review는 학문적 연구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전문가 동료들이 해당 학문 분야의 기준과 절차에 따라 연구의 질, 정확성, 독창성을 평가하는 체계를 말합니다. 이 과정은 대부분의 학술지와 학회에서 필수적으로 시행되며, 연구 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학문적 기여도를 높이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위를 취득할 때 지도교수님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과 같이 Peer review 단계에서도 reviewer의 수정 및 보완 요청사항에 성실하게 답변을 하는 자세가 매우 중요합니다. Peer review는 1차, 2차, 3차 등 여러 단계를 거칠 수도 있는데 최종적으로 논문 게재 거부(reject)를 당하는 경우까지 있기 때문입니다. 논문 작성에 최소 수개월이 소요되며 각 리뷰 단계별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논문 작성 및 리뷰에 투자한 그동안의 시간과 노력을 생각한다면 논문 게재 거부는 큰 고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Peer review가 진행되면서 논문을 수정하고 보완하면서 논문의 완성도를 높여나가며 기다리는 시간은 그리 유쾌한 시간은 아닙니다.


롤플레잉 게임은 삶을 압축해 놓은 것만 같습니다. 처음에는 경험치를 조금만 쌓아도 레벨이 쉽게 올라가지만 나중에는 경험치 0.001%를 올리기 위해 수많은 몬스터와 싸워서 이겨야 합니다. 희망하는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기 위한 과정도 이와 매우 흡사합니다. 연구한 결과를 정리하며 논문을 작성하기 시작할 때에는 하루에도 몇 장을 작성할 수 있지만 논문을 논리적이고 전달력을 높이는 마무리 단계에서는 고도의 집중력으로 세밀한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Reviewer의 요청사항에 부합하게 논문을 수정하여 다시 제출하기를 반복하다가 진행결과를 기다리고 지쳐갈 즈음 학술지에 등록했던 메일로 논문이 accept 되었다는 메일을 받게 됩니다. 수개월의 노력을 단 한순간에 보상을 받으며 수많은 도파민이 쏟아져 나오며 어마무시한 성취감을 맛보게 됩니다.


이렇게 작성된 논문은 자신의 분신, 자식과도 같습니다. 그런데, 오타를 점검하고 또 살펴봤어도 또 오타가 있고 문맥에 부합하지 않은 문장도 보이고 수개월의 노력을 기울여 작성했음에도 아쉬운 부분은 항상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게재된 논문을 주르륵 넘겨보면 수개월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넘어가며 뿌듯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성취감을 또 맞보기를 희망하며, 다음 연구를 바로 설계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새로운 연구를 하고 그 연구결과를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학술지에 게재하면서 학문은 차곡차곡 쌓아져 가며 그 깊이와 넓이를 넓혀갑니다. 이런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인류는 문명을 발전시키며 더 나은 삶을 영위해 나가고 있습니다.


오늘도 학자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계시는 모든 대학원생 분들과 학문을 지경을 넓혀가고 계시는 학자분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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