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부터 오늘까지 M사에서 이상한 메일이 계속해서 오기 시작했다. 제목은 "One or more folders in your mailbox have name conflicts"로 시작하는 메일이었다. 그저 단순하게 Spam 메일로 간주하고 지웠다. 그런데, 수분마다 계속해서 같은 메일이 왔다. 그렇게 오는 메일을 지우면서 금요일을 보내고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책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또다시 M사에서 같은 메일이 오기 시작했다. 이메일 해킹을 당한 것이 아닐까 걱정이 들기도 했다.
걱정만 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 계속해서 받고 있는 영어로 된 메일을 읽어보았다. 천천히 내용을 읽어보니 메일함에 Junk라는 폴더가 충돌하고 있다는 메일이었는데, 처음에는 폴더가 Conflict 한다는 말은 무슨 말일까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리고 핸드폰과 렙탑의 Mail App을 통해 내가 갖고 있는 메일 계정을 살펴보았다. 특이사항이 없었다. 이런 와중에도 해당 메일 지우면 또 오고, 지우면 또 오고 계속 반복되었다.
처음에는 읽고 있던 책의 스토리를 떠나기 싫어서 메일을 대충 훑어만 보았는데, 해당 메일을 더 자세히 보니 '당신의 메일박스를 Web blower를 통해 접속해서 폴더의 이름을 바꾸라'는 문구를 보게 되었다. 오랜만에 검색을 하고 App이 아닌 메일 계정을 인터넷 브라우저를 통해 들어가 보았다. 의심되는 폴더가 보였는데, 한 폴더의 이름은 'Junk'로 또 한 폴더의 이름은 '정크'로 되어 있었다. 이메일 서비스 공급사에서 어느 순간 시스템 내부의 번역기능이 강화되었는지, 'Junk'와 '정크'를 같은 말로 인식한 것이 이 모든 일의 시작으로 생각되었다. 내가 만들었던 '정크' 이름의 폴더를 삭제한 다음에는 드디어 이틀 동안 반복해서 오던 M사의 메일이 더 이상 오지 않게 되었다.
사무실에 출근해서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하루 동안 여러 종류의 업무를 처리하게 된다. 월간/주간 등 업무 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일, 아침에 상사로부터 갑자기 지시를 받은 일, 타 부서에서 오전까지 협조를 구하는 일, 해야 하는 업무이지만 그렇게 촌각을 다투지 않는 비중이 낮은 일, 계속 미루게 되는 일 등 여러 타입의 업무를 우리는 진행하게 된다.
우리의 업무를 시급한 일과 중요한 일로 나눌 수 있고, 이 두 가지 X, Y 축에 따라 업무를 4분면에 구분하여 배치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중요한 일을 먼저 해야 하지만 당장 상사가 지시하는 시급한 일을 해치우는데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사용할 수밖에 없고, 시급하지 않은 중요한 일은 계속 미뤄지게 되곤 한다. 그리고 이렇게 반복되는 나날을 살다가 중요한 업무에 대한 기한이 다가와서 시한폭탄이 터지는 것을 경험할 때도 있다.
일주일을 시작하는 월요일, 그리고 하루 업무를 시작하는 매일 아침, 메일 박스에 밤새 도착해서 읽어달라는 메일들과 오늘 해야 하는 업무 리스트를 보면, 업무의 양에 압도당하여 마음이 답답하고 초초해진다. 이럴 때는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단순한 업무들을 모닝커피와 함께 머리를 깨우면서 하나하나 처리해 보는 것이 어떨까. 그리고 영어로 쓰여 있었던 M사의 이메일처럼 조금 더 나의 집중력을 소비해야 하는 귀찮은 업무일지라도 재빠르게 해결을 해버리면 어떨까. 그러면 이제 아침에 수많았던 업무의 수가 금세 감소하여 남은 시간을 오랜 시간 집중해야 하는 중요한 업무에 할애를 할 수 있게 되고 우리의 심박수는 비로소 안정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또한 일상에서 종이 재활용품 버리기, 빨래하기, 자동차 워셔액 채워 놓기 등 정말 사소한데 "내일 하지 뭐" 이런 생각으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일들이 있지 않은가. 이런 일들은 우리 머리의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지 않지만, 항상 너무나 힘들어하는 우리 머릿속의 한 부분을 조금이나마 좀먹고 있다. 이런 부분은 없애려면 지금 당장 자동차의 워셔액을 구입해서 체우는 행동을 해야 한다. 그럴 수 있는 결단을 지금 당장 내려야 한다. 그 후에 우리는 엄청 후려한 마음을 얻을 수 있고, 더 넓은 머릿공간을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에 활용할 수 있다.
여러분들에게 이런 미뤄놓은 사소한 일들은 무엇이 있는지요. 오늘 자기 전에 시간을 내어서 머릿속에 불필요하게 차지하고 있는 해야 할 것들을 깔끔하게 청소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