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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십킬로그램 Jun 14. 2024

헤어졌다

헤어졌다.

매번 이별을 하지만, 항상 이별은 항상 힘든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건 20대 초반만큼이나 이별을 받아들이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것 같다는 점이다. 예전엔 그랬다. 이별 후 안힘든줄 알았다. 그렇게 문득 내 생활을 하다보면, 어느새 하던일을 멈추고 이별 전을 생각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그때 천천히 이별로 꽤 힘든단걸 알았다. 천천히 느끼는 힘듬은 꽤 오래 만성적으로 슬픔을 남겼었었다.

지금은 내가 힘들단걸 슬프단걸 처음부터 알 것 같다. 매일 밤이면 헤어진 그 사람을 생각한다. 내가 헤어짐의 이유를 받아들일수 있었다면, 그게 내게 큰 부분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계속 만날수 있었을까. 매일을 생각한다. 일을 하다가 타자를 치다가 멈추고 우리가 만났을 때를 떠올린다.

만났을 땐 우리의 만남이 특별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해보면 다른 일반적인 만남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땐 그게 왜이렇게 특별한 인연이었던것 처럼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여느 연인처럼, 우리는 소개팅으로 만났다. 난 당시 소개팅을 많이 했었고, 그로 인해 지쳤었다. 원래 내향적인 사람인 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에 에너지를 빼앗기는 편이었다. 그런데 처음보는 상대, 그것도 이성과의 만남은 나에겐 꽤 스트레스 상황이었다. 수많은 소개팅으로 지쳐, 그 날도 빠른 귀가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생각하던 나에게, 그 날은 재미있는 날이었다. 신기했다. 이게 인연일까 싶었다.

만나는 동안, 잘 맞았다. 인연이 맞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계속해서 함께하고 싶었다.

연인의 과거사를 들었다. 다들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고 한다. 나는 상자를 연 대가를 치렀다. 더 이상 연인을 예전처럼 볼수가 없었다. 그 사람을 볼때면, 과거가 뒤에 아른 거렸다.

헤어졌다. 그 사람도 알고 있었다. 본인의 과거사를 내가 알게 된다면 우리는 헤어질 것이란걸. 아직도 의문이 든다. 내가 과연 잘한일일까. 헤어지는 건 헤어진 후에 고민하는 과정도 포함하는 절차인것 같다. 이 시간이 끝나야 마음에서 그 사람을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

난 오늘도 그 사람을 조금 더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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