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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십킬로그램 Jun 14. 2024

산다는 건

산다는 건 참 단순한 일인 것 같다.

어렸을 땐 내가 많은 것들을 하며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학장시절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를 하며 지냈다. 내가 하고 싶은 건 미래 언젠가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교를 마쳤고, 원하는 대학교에 들어갔다. 군대를 가기 전 이년 정도의 짧은 시간을 방황하며 지냈다. 학창시절의 즐거움을 내 미래에 양보했기에, 대학교에서의 시간은 즐겁게 보내고 싶었다. 막상 시간이 주어지니,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법을 몰랐다. 남들이 다 먹는 술도 많이 먹어봤다. 그 땐 내가 처음이라 술이 맛이 없는 줄 알았다. 지금까지도 술이 맛없는걸 보면, 적어도 나에게는 술은 맛이 없는거였는데 말이다. 일주일에 집에 일찍들어오는 날이 이틀보다 적었다. 매일 억지로 놀았다. 그렇게 즐거웠는지는 잘은 모르겠다.

군대를 다녀오고 직업을 가지기까지 꽤 오랜시간이 걸렸고, 그 시간동안은 다시 학창시절과 같이 보냈다. 계속해서 공부하고, 미래에 행복을 미뤄두었다. 미래의 나는 행복할수 있을거라 믿었다.

지금 직업을 가졌고, 그 예전에 가졌던 내 기대처럼 매일이 두근거리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있느냐는 의문이 들었다. 어느날 난 재밌게 지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의문이었다. 노력이 부족한 탓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즐겁기 위해서 노력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난 즐겁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노력이 문제가 아니라, 그럴수 밖에 없어서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을 한다. 야근을 하거나 인간관계를 위하여 저녁을 보내다보면 보통 집에 열시가 넘어 들어왔다. 주말은 또 주말의 할 일이 있었다. 하루는 약속 하루는 다른 일을 하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다 가있었다. 즐거움을 위해 무얼할까 고민하는 시간조차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업을 가지고 나면 일차적으로 인생의 과제가 끝날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내게 남을 과제는 행복일 것이라서, 그 때 고민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직업을 가진 후에는 정말 살아 남아야한다는 생존의 문제가 찾아왔다. 안심을 하고 넋을 놓고 있기엔 나의 미래는 아무것도 보장 받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걸 잘하려고 노력하고, 남는 시간엔 다른 능력을 키우려 시간을 들이고, 돈도 더 벌기위해 다른 일도 하였다.

문득 이렇게 살다보니 또 내 행복을 미래로 미뤄두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부터 반복해왔듯이, 나는 또 현재의 행복을 찾지 않고 있었다. 대학 시절 그랬던것 처럼, 행복해지는 방법을 모르는채 이렇게 인생이 끝날수도 있지 않을까.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친한 동료와 가끔 나누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루를 기분 좋게 하거나 운동하며 랜덤 재생된 노래가 너무 좋았다던가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 바람이 기분 좋게 느껴진다던가. 매일의 행복은 사실 주변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파랑새는 항상 멀리 있지 않으니까.

인생은 단순한것 같기도 하다. 매일의 행복을 발견하는게 사실은 산다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오늘은 어떤 파랑새가 있었는지 생각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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