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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 시작

by 구십

이제야 자취를 시작했다.


그동안 자취가 굉장히 하고 싶었다. 부모님과 같이 산다는 건 무얼하든 부모님의 시야 내에서 이루어지기에 부모님을 신경쓰는 일이 많았다. 물론 그렇다고 집에 일찍 들어오거나 부모님과 시간을 많이 보내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잠깐 집에 있는 시간이 마냥 편하지는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을 잘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의 패턴을 스스로 눈치 보지 않고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제 자취를 한다.


꽤 늦었다. 돈 벌기 전엔 돈이 없어서 못했고, 돈 번 후엔 매달 나가는 돈이 아쉬워서 못했다. 이제 기회가 없을 거란 생각이 들 때, 드디어 나왔다.


이사하는 날엔 해방감이 들었다. 부모님으로부터 이제 벗어난다니, 그동안 참 스스로에게 고생했다는 위로 아닌 위로를 했다. 그리고, 이사한 날 밤 아빠에게 연락이 왔다. 이사하는 걸 보지 못해 전화하신 것이었다. 짧은 전화의 마지막엔 아빠가 마지막 말을 남겼다. 잘 살아, 하고. 아빠는 내가 독립 후 집에 잘 가지 않을 것임을 알았나 보다. 그 말을 들으니, 집에서 나온 게 실감이 났다. 그리고 기분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그동안 족쇄라고 생각했던 부모님이 어쩌면, 나의 보금자리였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기대했던 한편으로는 슬펐던 나의 자취 생활이 이제 시작되었다. 앞으로의 자취 생활에 즐거운 일만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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