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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에 놓여 있었다

by 구십

내겐 유투브를 하는 친구들이 있다. 꽤 잘되어 수익도 만만치 않게 벌어들이고 있었다. 그중 한 친구는 유투브로 버는 수익이 회사에서 주는 월급을 진작에 넘어서, 회사를 퇴사했다고 했다. 퇴사한 회사가 우리나라에 사는 모두가 가고 싶은 대기업인데도 말이다. 고등학교 친구였고, 막역했기에, 그 친구가 어떻게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리고 지금의 성과는 구체적으로 어떤지, 어떤 계획이 있는 건지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우리가 최근엔 만났을 땐, 남성 뷰티에 관한 유투브를 하고 화장품을 판매할 거라고 했다.


그 친구를 만난 지 시간이 세 달 남짓 지났다. 바쁘게 사는 중에 세 달이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는 시간이었다. 나도 나대로 그동안 열심히 살고 있었다. 너무나 당연하게 주말에도 나의 일을 하고, 집에는 열 시 이전에 들어간 날이 없었다. 노력은 너무 당연한 거니까, 이 노력이 부디 나의 목표를 위해 정확히 쓰이길 바라면서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렇게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그러던 중 어제는 새벽에 집에 들어와 야식을 먹으며 쇼츠를 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 친구가 나왔다. 얼굴이 너무 익숙하지만, 그 화면에 있다는 게 어색했다. 새로 만든 채널이지만 구독자도 이미 2만이 넘어 있었다. 친구가 잘되는 모습이 웃기고 또 흥미로우면서도, 나도 과연 잘 살아가고 있나 되돌아보게 되었다.


가만히 나의 감정도 살펴보았다. 무조건적인 축하인가, 아니면 약간의 질투가 있는가. 그 영상을 보며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던 건 왜일까. 문득 깨달았다. 내가 백 프로 이 친구의 인생을 응원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사람은 의리로 사귀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않은 나를 보니 괴로웠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더 잘되어야겠다고. 내 주변의 환경에 대하여, 내가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건 내가 그만큼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상황이어야 했다. 나는 결국 내 주변 사람들과의 레이스를 펼쳐야 했던 것이다.


삶은 레이스가 맞았다. 경쟁도 맞았고. 그걸 애써 무시하며 삶은 그 자체로 행복한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내가 살고 싶은 생각으로 살기 위해선, 결국 이 레이스에서 상위권으로 가야 한다. 그곳에 간다고 모든 게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나에겐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필요조건인 것 같다.


친구의 행복을 순수하게 응원할 수 있도록, 오늘도 조금만 더 힘을 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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